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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을 세계복합유산으로 - 15. 지리산이 주는 선물

옻칠 남원 목기 명성…석재 생산지로도 유명 / 맑은 물·공기에 곶감·매실·산수유 품질 최고

지리산의 다양한 기후와 풍토는 동식물들이 서식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다. 험준한 거산 안에는 넓은 평지가 많고, 맑은 물이 흐른다. 사람들은 농지가 더 필요하면 산비탈을 개간했다. 초목을 뽑아내고, 돌멩이를 골라내어 다랑이논을 만들었다. 지리산 주변 다랑이논은 지리산 사람들의 강인한 생명력이다. 깊은 산속에서 자라는 약초는 허준이 의술을 익혀 명의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참나무 등 다양한 수종의 나무가 풍부하게 공급되면서 목공예가 발전했고, 독성이 강한 옻은 수준 높은 옻칠공예를 탄생시켰다. 닥나무는 한지로, 목면은 실과 천으로 변신했다. 지리산의 맑은 물과 깨끗한 공기는 품질 놓은 녹차와 매실, 감, 배 등 맛좋은 과일 생산을 가능하게 했다.

 

△남원 목기

▲ 남원 산내면 금호공예(대표 김을생 명인) 목기 공장에서 숙련공이 발우(바리때)에 옻칠작업을 하고 있다.

남원은 목기, 목공예의 고장으로 유명하다. 지리산에서 물푸레나무, 오리나무, 은행나무, 자작나무 등 다양한 수종의 나무가 풍부하게 공급됐고, 특히 지리산 주변에 사찰이 많아 스님들의 공양에 사용하는 발우는 물론 제기, 소반 등 목공예산업이 자연스럽게 성장했다.

 

남원목기는 표면에 옻칠을 더해 최고 품질을 자랑했다. 지리산은 전국 3대 옻 주산지에 들 만큼 옻이 많다. 옻칠장으로 유명한 김을생씨(남원시 산내면 백일리)는 "옻은 나무에 대한 침투력이 강하기 때문에 벗겨지지 않는다. 방수가 잘되니 썩지 않고, 살균 살충 효과도 좋다. 사용할수록 윤기가 나는 것도 옻칠의 큰 장점이다"고 말했다.

 

남원의 목기산업은 1960년대까지 성행했지만 플래스틱과 스텐리스 제품이 쏟아져 나오면서 위기를 맞았다. 남원시 산내면 백일리에 자리잡고 있던 전라목기기술중학교는 1968년까지 18회동안 480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다가 결국 폐교됐다. 그러나 김을생 옹을 비롯하여 김광열, 노동식, 김영돌, 박강용, 안곤 등 전북도 지정 무형문화재 목공예, 옻칠 장인들이 남원목공예의 맥을 잇고 있다.

 

△함양 마천석

 

지리산은 품질 좋은 석재 생산지로도 유명했다. 오석인 마천석은 예로부터 벽재, 구조재, 기념비, 비석 등 내외부용으로 고루 사용돼 왔는데, 검은색을 띄고, 강도가 무른 편이어서 조각에 용이하기 때문이다.함양군 마천면의 한 채석장에서 마천석을 채취한 후 남은 석산 단면에 석가모니불을 조각하는 작업이 가능한 것도 마천석의 특징을 잘 이용한 것이다. 얼굴 부분이 조각된 천왕대불은 높이 108미터, 어깨넓이 40미터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불상이 될 전망이다.

 

△산청 약초

▲ 경남 산청군 금서면 동의보감촌에 있는 약초 상점에 두충 등 다양한 약재가 가득하다.

경남 산청군 금서면은 일찍이 약초의 고장으로 유명했다. 조선 명의 허준이 탄생한 산청은 '동의보감촌'에서 9월6일부터 10월20일까지 45일간 '2013 산청 세계전통의약엑스포' 행사가 열렸다. 유네스코가 공중보건의학서 사상 최초로 허준의 '동의보감'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동의보감 발간 400주년인 2013년을 유네스코 기념의 해로 선정한 데서 알 수 있듯 이제 산청은 세계 시장에 '약초의 고장' 이미지를 확실히 각인했다. 지리산은 해발 1915m의 다양한 기후 지대에서 각종 약초가 풍부하게 생산되어 왔다. 구기자, 오미자, 당귀, 더덕, 꾸지뽕, 도라지, 두충, 독활, 산수유, 갈근, 천궁 등 수 많은 한방약재들이 생산되는 지리산은 생명의 영산이다.

 

또 산청군 단성면에는 문익점이 1363년(고려 공민왕 12년)에 처음 목화를 심어 재배했다는 시배지(국가지정문화재 사적 108호)가 있다. 1965년에 문익점이 목화씨를 처음 뿌렸던 300여 평의 밭을 사적지로 지정, 관리하고 있다.

 

△산청 곶감

 

경남 산청군 시천면 천평뜰에 자리잡은 곶감경매장은 시천면을 비롯해 인근 삼장면, 중태, 덕산 등 지리산 자락에서 생산되는 곶감 집산지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고종시 곶감은 큰 일교차 덕분에 당도가 높아 예로부터 궁궐 진상품이었다. 10월말이면 감을 깎아 말리는 모습이 그야말로 진풍경이다. 12월 첫째 주부터 실시되는 곶감경매에서 거래되는 곶감은 연간 200억원을 훨씬 웃돈다. 거래 물량은 2,000동(1동은 100접, 곶감 1만개) 이상이다. 이 때문에 산간 오지인 이 일대 주민들은 집 텃밭은 물론 논과 밭까지 감 농사를 짓는다. 시천면 천평마을 일대는 예로부터 금환락지 명당터가 있다는 말이 전해오는데, 이곳은 그야말로 금환락지 명당터인 셈이다.

 

△하동 감과 매실

 

경남 하동군 악양면에서 생산되는 감은 산청군 시천면 일원에서 생산되는 곶감용 감과는 크게 다른 대봉감(홍시)이다. 지리산 남쪽에 자리잡은 악양골에서 생산되는 감은 풍부한 일조량과 큰 일교차 덕분에 맛과 향이 뛰어났으며, 임금에 진상된 것으로 유명하다. 악양면 주민들은 매년 10월 말이면 악양대봉감축제를 열고 있다. 하동은 또 매실 재배농가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지리산 구재봉(767.6m) 자락 중턱에 자리잡고 있는 먹점마을의 경우 주민(30여 가구) 대부분이 매실 농사를 지을 정도다. 지리산과 섬진강의 기후 풍토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

 

△하동 화개차

 

쌍계사 들어가는 계곡길 주변은 차밭과 찻집이 즐비하다. 지리산 자락 하동군 화개에서 녹차가 재배된 것은 신라 흥덕왕 3년(828년)으로 전해진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당시 당나라에서 돌아온 사신 대렴공이 차 종자를 가져왔고, 왕이 지리산에 심도록 했다. 지리산 쌍계사 입구 차 시배지에는 '대렴공추원비'가 세워져 있다. 다성 초의선사는 "신선 같은 풍모와 고결한 자태는 그 종자부터가 다르다"고 격찬했다. 지리산 청정계곡에서 차가 재배되면서, 찻잎을 따서 9번 덖는 과정이 반복되는 4∼5월 무렵 하동 일대에는 차향이 끊이지 않는다.

 

△한지

 

남원시 산내면 중황리, 함양군 마천면 의탄리 등은 예로부터 닥나무가 많이 자생했고, 물이 맑아 한지 생산지로 유명했다. 이 일대는 고려시대 지방특산물인 숯과 종이를 만들어 중앙에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 운영하던 소(所)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함양 의탄리에는 최근까지 닥나무 껍질을 벗기기 위해 만들어 놓은 삼굿터가 있었다.

 

△구례 산수유

 

구례군 산동은 산수유마을로 불린다. 전국 산수유 생산량의 70%가 생산되는데다 산수유 시목이 지금도 자라고 있다. 약 1000년 전 중국 산동성의 처녀가 이 마을로 시집을 왔다. 그 때 산수유나무를 가져와 심었는데, 이 나무가 산수유 시목(始木)으로 알려진다. 산동면 계척마을에 있다. 산수유 열매는 11월에 수확하며 술과 차, 한약재로 쓰인다. 요즘에는 신장기능 강화, 요실금, 전립선, 생리통 등에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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