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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산업,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라

인도 해외시장 개척하며 다윗과 골리앗 관계 실감21세기형 생존 전략 필요

▲ 송하진 전주시장
21세기 최고의 저널리스트로 꼽히는 말콤 글래드웰의 신작 〈다윗과 골리앗〉에 따르면, 다윗이 골리앗과의 대결에서 승리한 이유는 '싸움의 규칙'을 바꾸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즉, 다윗은 힘 대신 돌팔매를 사용해 기존의 법칙을 뛰어넘는 창조적 전략을 구사했기에 승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상대를 철저히 연구한 게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온 셈이다.

 

전주탄소산업의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인도에 있는 동안 마치 골리앗과 마주한 다윗이 된 기분이었다.

 

세계 일곱 번째로 큰 땅덩어리에 13억 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나라 인도, 하지만 실제로 인도를 보는 순간 국토 크기나 인구 등 정량적인 수치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인도 특유의 압도적인 분위기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런 느낌은 전주와 탄소산업 관련 양해각서를 체결한 하리아나 주(州)의 주지사와 마하라슈트라 주(州)의 협력장관과 산업부장관을 만날 때에도 이어졌다. 아니, 오히려 세계시장의 골리앗이라 부를 만한 인도시장의 규모를 더욱 체감할 수 있었다. 두 지역은 각각의 인구가 1억 명을 웃도는 엄청난 크기를 자랑했다. 66만 명이 살고 있는 도시의 시장(市長)이라고 소개하니 도리어 신기하게 여긴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인도의 기업 또한 규모가 대단했다. 전주시와 탄소섬유복합부품 공동개발에 관한 교류를 진행한 타타자동차와 릴라이언스사(社)가 점유하고 있는 내수시장의 방대한 규모는 왜 인도가 최근 수년간 연평균 9%에 가까운 놀라운 경제성장을 지속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러나 인도를 돌아볼수록 전주의 탄소산업이야말로 이 거대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다윗이 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겨났다. 인도 주(州) 정부와 기업관계자들은 탄소섬유와 응용복합재 개발기술을 보유한 전주의 탄소산업에 큰 관심을 표했다. 탄소산업 덕분에 전주시는 국내 기초자치단체로는 최초로 인도 주 정부와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외교적 성과를 거뒀고, 마하슈트라 주 상공협의회와는 계획에도 없던 MOU체결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또 인도기업인들은 빠른 시일 내에 한국탄소융합기술원을 방문해 전주의 기술수준을 직접 보고 싶다는 의향을 밝히기도 했다.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는 섣부르지만 이번 인도방문은 그 가능성과 잠재력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무엇보다 앞으로가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윗 또한 돌팔매가 필승의 전략임을 깨달았을지라도 함부로 골리앗을 겨냥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쉽지 않은 상대이기에 더욱 철저한 연구를 거듭했을 것이다. 전주의 탄소산업도 마찬가지다. 인도의 잠재력을 인식했으니 이제는 적절한 중장기 전략을 개발하고 인도시장에 대한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본다.

 

전주의 탄소산업은 골리앗을 쓰러뜨리는 다윗을 꿈꾸는 것은 아니다. 21세기의 생존전략은 어느 한 쪽을 공략하거나 쓰러뜨리는 데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국경 없는 무한경쟁 시대에는 긴밀한 상호협력을 통해 각 지역의 경제적 번영과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살 길이다.

 

따라서 고도로 성장하고 있는 인도와, 민첩한 전략으로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전주탄소산업이 서로 협력하는 동반자적 관계를 설정하는 일은 앞으로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마치 다윗은 골리앗의 어깨 위에 올라 더 큰 세계를 조망하고, 골리앗은 다윗의 지혜를 활용해 더 빠른 성장을 모색하듯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접근과 전략이 제로섬 게임이라는 기존의 법칙을 무너뜨리고 지속가능한 발전과 공동번영을 실현하는 21세기형 '다윗과 골리앗'이라는 선례를 낳게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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