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측, 명분 약한 파업 강행에 부담 / 사측, 보조금 중단에 압박 느껴
22일 예고된 전북 버스 파업 철회는 노사 모두 아무것도 얻을 것이 없는 파국을 피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노총 소속의 전북 자동차 노사는 전날 오후 2시부터 10시간이 넘는 마라톤협상 끝에 주요 요구 쟁점인 임금인상과 정년 연장 등에 합의했다.
수차례 결렬된 협상이 이날 막판 타결된 것은 무엇보다 노사가 현실 인식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최대 쟁점인 임금 인상 등에 필요한 재원을 이미 전주시 등 각 지자체가 부담하기로 한 만큼 노사의 해법 찾기는 애초부터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그럼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파국으로 치닫는다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노사가 떠안아야 할 몫이었다.
노조원은 무노동 무임금을, 사측은 파업기간 큰 폭의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도 뒤따랐다.
특히 전주와 부안 등 도내 일부 지역에서는 최근 몇 년 새 2∼3차례 파업이 이어져 도민의 피로감과 불만이 높은 상황이었다.
이처럼 최대 쟁점에 대한 해결책이 제시됐고 도민의 피로감이 쌓인 만큼 노조는사회적 동의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파업을 선택할 수 없었다.
특히 전날 복수노조의 한 축인 민주노총과 사측의 협상이 타결된 것도 파업 철회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임단협을 타결하지 못해 파업으로 이어졌을 때 조합원들이 대거 민주노총으로 이탈할 것을 한국노총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측도 파국으로 치닫는 길목에서 손을 내밀어야 했다.
파업이 시작되는 순간 전주시 등 각 지자체의 재정지원금이 올해뿐만 아니라 해마다 대폭 삭감 또는 중단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적자에 시달리는 버스회사로서는 막대한 재정지원금을 포기할 만큼 노측과 마찰(협상)이 경제적이거나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여기에 각 지자체의 중재도 한몫했다.
도민의 불편을 최소화하자는 명분을 노사 양측에 전달하면서 재정 지원금 중단과 면허 취소 등 행정 징계로 노사를 압박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단체장들은 파국 막기에 전력을 기울였다.
단체장들에게는 이번 시내버스 파업이 노사 간의 문제를 뛰어넘어 정치력을 검증받는 시험대였던 셈이다.
'시내버스 파업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단체장으로 낙인찍히면 자신들의 앞으로정치적 행보에 적잖은 타격을 받기 때문에 절박함이 작용했다.
이날 일부 단체장이 새벽까지 협상장 주위를 떠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처럼 툭하면 되풀이되는 파업의 악순환 고리가 끊긴 것은 노사가 현실을 제대로 인식, 한발씩 양보하고 지자체가 적극적인 중재에 나선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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