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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해각서' 남용말라

▲ 안봉호 군산본부장
MOU는 Memorandum of Unders tanding의 약자로 ‘양해각서’라고 한다. 서로에게 일정기간동안 우선협상권을 부여, 배타적인 협상을 한다는 약속이다.

 

원래 MOU는 계약을 체결하는 당사자가 본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서로 이해관계를 확실히 하기 위해 정리하는 문서다.

 

우리의 계약 문화는 당사자끼리 일을 하자고 합의하면 바로 계약을 체결하는데 비해 미국에서는 계약 진행 과정 중간에 MOU를 체결, 이해관계를 점검하는 것이 보통이다.

 

MOU를 체결하고 이해관계를 서로 확실히 이해했다고 하면 그때야 비로소 본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MOU는 현재 통상적으로 법적인 강제성은 없으나 타당한 근거없이 양해각서를 위반할 경우 도덕적인 비난이 따르는 정도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MOA (Memorandum of Agree ment)란 것도 있다. 이는 합의각서로서 국가간에 합의된 내용이나 조약 본문에 사용된 용어의 개념들을 명확히 하기 위해 당사국간의 외교 교섭결과 상호 양해되고 합의된 사항을 확인하고 기록하는 문서를 일컫는 말이다.

 

의미상으로 볼 때 ‘MOU’ 와 ‘MOA’ 는 크게 다르지는 않으나 일반적으로 MOU (양해각서)는 MOA (합의각서)에 세부조항을 추가해서 내용을 구체화시킨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문서로 볼 수 있다.

 

자치단체장이 주민들에 의해 선출되기 시작한 지난 1995년이후 일선 자치단체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고 있는 단어가 바로 MOU와 MOA다.

 

지난 2009년 미국의 페더럴사가 2012년까지 3680억원을 투자, 고군산 군도의 신시도에 리조트 호텔과 부띠끄 호텔·콘도·오션마켓·관광 어시장 등 5개 관광시설을 직접 건설한다는 투자협약(MOA)이 체결됐었다.

 

또한 같은해 2012년까지 3000억원을 들여 새만금의 관문인 비응도에 지하 4층과 지상 47층 규모의 호텔(객실 898실)과 컨벤션센터·아쿠아리움·스파 시설 등을 건립한다는 내용으로 사우디 S&C사와 비응도투자를 위한 협약체결이 있었다.

 

특히 전북도는 미국 투자유치단이 3개 투자및 개발회사와 투자유치규모가 40억4000만달러에 이르는 협약(MOU)을 체결하는 성과를 올렸다고 홍보했었다.

 

그러나 무엇이 성사됐나. 아무것도 없다. MOU대로 모든 것이 이뤄졌더라면 비응도에는 멋드러진 호텔이 들어서고 고군산군도는 이미 활기가 넘쳐 나는등 새만금 일대는 큰 변화가 일어 났을 것이다.

 

행정력만 낭비했으며 주민들은 허탈감에 빠졌고 해당지역 일대 땅값은 치솟아 향후 개발의 발목만 잡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런데도 MOU 체결 당시 당사자로서 낯을 내기 위해 홍보에 열을 올렸던 해당 자치단체장들의 사과는 전혀 없다. 일단 생색만 내면 그만이다.

 

물론 적극적인 투자유치를 위해 MOU를 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실현가능성에 대한 정확한 검증과 진단없이 뒷감당도 하지 못하는 MOU의 체결과 홍보는 자제해야 한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최근에는 자동차회사가 직영정비센터를 신축하는 것과 관련, 자치단체장이 MOU를 체결하는 장면까지 등장하고 있다. 실소(失笑)를 자아내는 대목이다. 이래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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