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영화제 미숙한 운영·소리축제는 호평 / '천하맹인…'등 관 주도 공연 성공모델 구축
2013년계사년(癸巳年), 문화계도 떠들썩한 1년을 보냈다. 희망과 함께 시작했지만 비리와 물의가 잇따랐고 많은 과제를 남겼다. 본보는 10차례에 걸쳐 올 한 해 도내 문화계를 정리하며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한다. 그 첫 번째로 1년간 도내 문화계의 굵직한 사건과 행사를 짚어봤다.
올 초 도내 문화계는 2014년 열리는 ‘제32회 전국연극제’의 군산 유치로 들떴다. 이내 봄이 되자 대규모 횡령 소식으로 봄을 맞으며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었다. 전주문화재단의 엉성한 회계감시 체계가 드러나면서 지역사회에 충격을 던졌다. 도내 축제의 양대 축인 전주국제영화제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갔고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상대적인 호평을 받으며 마무리했다. 전북아트페어와 서예비엔날레 등의 전시 행사는 과제를 남기며 다음을 기약했다. 무용단장 내정설에 휘말렸던 전북도립국악원은 원장 사임이라는 사태까지 빚었다. 새만금 상설공연 ‘판타스틱’의 호응과 한옥자원 상설공연 ‘천하맹인이 눈을 뜬다’의 연속 매진 등 관 주도의 공연은 성공 모델을 낳아 상설공연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문화시설 허술한 회계처리 드러나
지난 4월 전주시 출연기관인 전주문화재단의 회계업무 담당자가 6개월 동안 4억여 원의 공금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 전주시의 자체 감사 결과 전주문화재단 A팀장이 지난해 10월부터 올 3월26일까지 12차례에 걸쳐 주택담보대출금을 갚기 위해 주식 선물옵션투자 목적으로 재단 출연금과 이월금 등 모두 4억4000만원을 가로챘다. 이로 인해 당시 전주문화재단의 유광찬 이사장은 사임했고 상임이사와 사무국장은 관리 책임을 물어 해임됐다. 전주문화재단의 사업 축소는 자연스럽게 뒤따랐다.
이 사건으로 문화 관련 단체·기관의 허술한 회계처리와 관리감독 부실 문제가 도마에 오르면서 인선과 제도 운영의 공정성·투명성 제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현재까지 구상권을 청구하기 위한 지리한 법정 공방이 지속되고 있다. 상급자까지 책임을 묻기 위한 소송이 얽히고설킨 가운데 형사사건으로 지난달 징역 2년형을 선고받은 횡령 당사자는 항소한 상태다.
이와 함께 지난달 10월 전북도립국악원 무용단장 공모를 앞두고는 내정설 의혹이 제기됐다. 더욱이 내정설의 주인공과 당시 원장의 골프 회동이 알려지자 원장에 대한 직위 해제가 이어졌다. 도립국악원은 그동안 직원 채용시 내정설이 끊이질 않아 공정성이 더욱 요구됐다.
△희비 엇갈린 축제
도내 주요 축제와 행사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외형적으로는 커졌지만 지역발전 기여도는 미미했기 때문이다.
전북도는 지난달 24일 축제의 성과분석을 실시한 결과, 향후 예산 확보와 참가자 확대는 보완으로 지적됐다. 세계순례대회의 경우 올해 불교계가 불참해 종단간 화합 의미가 퇴색됐다. 서예비엔날레는 그랑프리의 시상금을 2000만 원으로 올려 위상을 높이고 산업화를 모색하며 호응을 얻었지만 정체성 모색은 현쟁진행형이다.
14번째 전주영화제는 올해 고석만 집행위원장 체제로 치렀다. 올해 대중과 소통하려는 노력은 성과를 거뒀지만 자막사고, 행사 취소 등의 운영 미숙이 나타났다. 이에 앞서 영화제 조직위는 예산 감축과 소급 적용한 세금 부과 등으로 재정난을 겪었다.
소리축제는 박재천 프로그래머 영입과 해외 뮤지션 강화, 원활한 운영 등으로 상대적인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공연장 쏠림 현상은 과제였다. 박칼린·김형석 등 2명의 스타 집행위원장의 임기가 내년 초에 끝나는 만큼 새로운 인선에 대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상설공연 성공 모델 발굴
자치단체 주도의 상설공연은 성공작을 내며 가능성을 보였다. 새만금 상설공연이었던 ‘판타스틱’은 이미 몇년간 검증된 작품으로 연장 공연을 펼치며 1만 명 이상의 열띤 호응을 받았다. 하지만 뒤이어 선보인 ‘아리울쿡’은 미완성으로 실망감을 안겼다. 한옥자원을 활용한 야간상설공연으로 추진했던 마당창극 ‘천하맹인이 눈을 뜬다’는 매진 행진을 하며 제작비 대비 22.4%인 8060만 원의 수익을 올려 브랜드 공연의 성공 모델로 꼽혔다.
반면 지난해 출범한 ‘전북생활문화예술동호회 네트워크 협의회’에 대한 지원이 늘면서 전문예술인의 소외론도 대두됐다. 지역 문화계 인사들은 “동호회 지원과 함께 문예진흥기금도 아마추어에게 혜택이 돌아가면서 지역 문화계의 하향 평준화가 가속됐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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