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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전북문화계 결산 ④ 음악] 호남오페라단 중앙 진출…연주 활동 활발

기업 등 후원 보육원생 오케스트라 감동 / 소리전당 청소년 교향악단 해체 아쉬움

▲ 호남오페라단 창작오페라 루갈다 공연 모습.

전북음악은 다방면에서 의미있는 진전을 이루었다. 지역의 오페라예술단이 중앙 무대에서 평가를 받았고, 기업 등의 후원으로 보육원생들을 단원으로 한 ‘바람꽃 오케스트라’를 창단해 ‘엘 시스테마’의 모델을 제시한 해였다. 또 전북 브랜드 공연이 방향을 잡았으며, 전주 이외 시군에서 음악 활동이 어느 해보다 활발했다. 전반적인 양적·질적 발전과 성장 속에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운영하던 청소년교향악단이 해체됐고, 판소리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가 전북에 전무해 국악의 본고장임을 무색하게 만들었다는 자성이 나왔다.

 

△공간과 계층 넓혀

 

지역민들과의 접점이 넓혀진 해였다. 음악 애호가들 뿐아니라 일반 시민들을 위한 기획 공연들이 줄을 이었다. 관립예술단이 그 선봉에 섰다. 전주시립합창단을 중심으로 시립교향악단·시립극단·우석대 취타대가 유쾌한 창작음악극 합동공연을 통해 시민 속으로 들어갔으며, 군산시향·합창단 역시 야외 열린음악회로 시민들과 함께 했다. 익산시립 합창·무용·풍물단도 매주 금요일 모현동 배산체육공원 내 야외음악당에서 시민들을 위한 공연으로 가을밤을 수놓았다.

 

국립민속국악원과 전북도립국악원은 농산촌 주민들을 위한 찾아가는 국악무대로 국악의 대중화를 꾀했다. 국립합창단이 완주에서 공연하고, ‘루마니아 티미쇼아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가 고창 공연을 갖는 등 국내외 연주단의 지역 공연도 신선했다.

 

단순한 문화수용자에서 나아가 주민들이 직접 무대로 나서 주목을 받았다. 생활예술동호인들이 전북도청 야외공연장에서‘우리가락 우리마당’을 펼쳤고, 완주군 주민 60명이 뮤지컬 도전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상설무대 정착

 

운영 미숙과 작품 완성도 측면에서 비판도 나오지만, 문화예술의 대중화와 관광자원화에 상설공연이 큰 몫을 했다.

 

대표적인 게 전주한옥마을 ‘소리여행’. 전주문화재단의 마당창극‘천하맹인 눈을 뜬다’가 10월초까지 이어지며 한옥마을에 콘텐츠를 보탰다. 새만금 상설공연은‘판타스틱’에 이어 하반기‘아리울쿡(Ariul Cook)’을 선보였다. 한식을 소재로 국악과 전통 무용을 비롯해 힙합, 비보이 댄스를 융합한 형식의 이 공연은 그리 호평을 받지는 못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다듬어지면서 내년을 기약했다.

 

5월부터 9월까지 전북도청 야외공연장에서 진행된‘2013 우리가락 우리마당’에는 명창, 명무 등 명인의 무대와 국악 관현악·창극·타악·사물놀이 등으로 도민들을 즐겁게 했다.

 

상설 공연은 전주 이외 시군으로 확대됐다. 고창에서 한옥자원을 활용한 야간상설공연으로 조선 최초의 여자 소리꾼인 고창 출신 진채선 명창의 이야기를 퓨전 코믹 판소리극으로 만든 ‘광대열전’이 펼쳐졌고, 익산시 함라면 한옥마을 삼부잣집에서는 ‘함라 삼부잣집 잔치날’이 상설 공연으로 진행됐다.

 

△음악 축제 희비 엇갈려

 

전북의 대표적 문화예술축제인 세계소리문화축제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렸다. 10월2일부터 5일간 진행된 소리축제는 28만 명의 관람객을 끌어들였다. 전년도 관람객 약 22만 명보다 27%p 늘어 관객 동원에 합격점을 받았다. 또 48개 프로그램으로 270여차례 공연이 이뤄져, 전년 42개 프로그램의 251개 공연보다 다양성을 강화했고 축제의 질을 높였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개막작 ‘아리랑’을 놓고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을 기념하기 위한 기획의도나 세계 각국의 여성 보커들을 초대한 의욕에도 고유의 한과 신명을 느끼지 못한 점을 아쉬움으로 지적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소리축제에 앞서 6월 열린 제39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는 또랑광대경연·밤샘콘서트·커피숍에서 감미로운 국악 선율을 즐길 수 있는 마디콘서트‘점심’ 등의 신설을 통해 국악의 대중화를 시도한 점이 평가받았다. 그러나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기획·초청 공연을 기획했음에도 핵심 프로그램인 경연대회를 축제화하는 방향의 고민은 3년 째 답보 상태였다.

 

△호남오페라단 우뚝

 

(사)호남오페라단(단장 조장남)의 창작오페라 ‘루갈다’가 2013 ‘국립오페라단 창작산실 지원사업 우수작품 제작지원’ 공모에서 최우수작으로 선정되면서 지역 오페라의 중앙 무대 진출의 쾌거를 이루었다. 문화관광부가 지원하고 국립오페라단이 주관하는 이번 공모 사업에 선정된 호남오페라단은 서울공연 2회의 제작비 2억5000만원과 공연장을 제공받았다.

 

‘루갈다’의 초연은 지난 10월 18~20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열렸다. 또 지난해부터 2014년까지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에 유일하게 국내작품 창작오페라로 선정돼 내년 5월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을 앞두고 있으며, 오페라의 종주국인 이태리 로마 공연도 문화체육관광부·국립오페라단과 함께 추진하고 있다.

 

이에 앞서 호남오페라단은 4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는 우수 프로그램에 ‘소외계층 문화순회사업’과 호남오페라단의 창작오페라 ‘흥부와 놀부’, ‘오페라 인 시네마(찾아가는 음악회)’가 연속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여기에 뮤직씨어터 슈바빙(대표 이은희)이 베르디(1813~1901)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오페라‘춘희’로 열악한 지역 오페라 밭을 일궜다. ‘춘희’무대에는 특히 전북 연고를 지닌 배우들을 중심으로 출연진을 꾸렸고, 김제·정읍·남원·익산 순회 공연을 통해 오페라 수용층을 넓혔다.

 

△브랜드 공연 가시화

 

전북도가 도내 대표 공연으로 야심차게 준비한 뮤지컬 ‘춘향’이 베일을 벗었다. 여러 논란과 곡절 끝에 준비된 전북브랜드공연 국악뮤지컬‘춘향’이 20일부터 28일까지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후 8시 전주시 경원동 전북예술회관에서 시연을 갖는다. 문화체육관광부 지원 5억 원과 도비 2억 원 등 모두 7억 원으로 제작된 ‘춘향’은 사랑을 주제로 판소리, 국악, 전통무용 등이 어우러지는 국악뮤지컬.

 

상설공연추진단은 지난 7월부터 제작에 돌입해 9월 오디션을 통해 모두 32명의 연기자와 연주자를 선발했다. 전문 뮤지컬 배우와 무용수 외에 연주팀과 타악팀은 도내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인을 선정했다.

 

시연을 통해 보완을 거쳐 내년 5월부터 유료 상설공연으로 진행할 ‘춘향’이 전북 대표브랜드공연이라는 이름값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판소리 중요무형문화재 없는 전북 국악

 

문화재청이 연초 전남 출신의 신영희 명창과 고수 김청만씨를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보유자로 지정 예고하면서 전남은 판소리 중요무형문화재가 8명이 된 반면 전북은 단 1명도 보유하지 못한 현실에 자성이 잇따랐다. 전국에서 처음 도립국악원을 만들고, 세계소리축제를 진행하며, 국내 가장 권위있는 명창 등용문인 전주대사습보존회가 있는, 판소리의 고장이라고 자부하던 전북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실정에 전북 국악계의 자성도 필요하지만, 문화재청의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 지정 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최동현 군산대 교수는 “보유자 지정 여부는 전북이 국악의 고장이라는 주도권을 가질 상징적 의미”라면서 “올해가 판소리가 유네스코의 인류 구전 및 무형유산걸작으로 선정된 지 10주년을 맞는 해인만큼 ‘무형문화유산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가칭)이 제대로 제정될 수 있도록 전북 판소리계가 관련 논의를 선점할 때”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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