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도내 영화·영상계는 지난해 난관을 수습하고 안정을 되찾는 시기였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지난해 말 새로운 프로그래머를 영입하는 등 물갈이를 통해 올해 ‘고석만호(號)’로 첫 출항했다. 조직을 다져 프로그램의 안정화는 기했지만 14회를 맞은 영화제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은 운영 미숙을 드러냈다. 영화제에 소개된 영화들은 잇따라 개봉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더불어 올해에는 도내에서 촬영한 영화들이 잇따라 흥행하면서 ‘영상 도시’라는 자리매김을 했다.
△절반의 성공
지난 4월25일~5월3일 치러진 제14회 전주국제영화제는 대중성을 고려하는 한편 예술성까지 잡기 위해 실험적이고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하지만 14회라는 말이 무색하도록 운영 난맥은 지적사항으로 남았다.
올해 영화제에 초청된 영화는 46개국 190편(장편 120편·단편 70편)으로 지난해 42개국 184편(장편 137편·단편 47편)에 비해 6편이 늘어나 모두 319차례 상영했다. 유료 관객수는 6만5300명으로 지난해 6만7144명보다 1844명이 줄었고 좌석 점유율도 79%로 1.1% 감소했다.
영화제는 주요 프로그램인 ‘숏!숏!숏! 2013’과 ‘카프카 특별전’을 통해 영화와 문학의 접목을 시도했다. ‘숏!숏!숏!’은 ‘소설, 영화와 만나다!’라는 제목으로 김영하 소설가의 ‘피뢰침’, ‘마지막 손님’, ‘비상구’를 원작으로 영화화했다.
영화제 기간 홍보대사를 대신해 영화평론가·감독·배우가 적극적으로 나선 관객과의 대화(GV)와 지프 클래스 등은 관객과의 소통을 넓혔다.
그러나 자막 사고와 행사 취소, 자원봉사자의 대응 미숙 등은 오점이었다. 개막작 ‘폭스파이어’시사회부터 자막사고가 시작해 시네마 페스트 ‘꿈꾸는 자들’ 상영에도 잠시 자막이 나오지 않았다. 아름다운 경매, 사춤(Sachoom) 공연, 야외 상영 등이 비로 취소됐지만 대체 행사를 마련하지 못했다. 상영관을 운영하는 자원봉사자가 영화제 전반의 정보를 파악하지 못하는 일도 눈에 띄었다.
△전주 모태 개봉 영화 잇따라
올해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선보였던 작품이 개봉하면서 영화제의 안목을 보여줬다. 특히 지난해에 이어 사회적 화두를 다룬 상영작이 호응을 얻으며 전주영화제를 알리는 역할을 했다. 정지영 제작, 백승우 감독이 연출한 ‘천안함 프로젝트’는 영화제가 끝난 뒤에도 상영 금지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더 큰 관심을 끌었다.
영화제가 끝난 5월16일 한국영화 ‘환상속의 그대’가 , 인간의 불안과 확신에 대한 이야기를 놀라운 통찰력으로 그려낸 공식 초청작 ‘마스터’가 지난 7월, 개막작인 ‘폭스파이어’는 8월에 개봉하며 호평을 받았다. 뒤이어 지난달 21일에는 ‘숏!숏!숏!’으로 제작된 영화가 일반 스크린에서 개봉했다. 영화제 ‘영화궁전’ 공식초청작이었던 ‘마테호른’은 영화제조직위가 수입·배급을 맡아 오는 1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밖에도 서울시 신청사 신축을 다룬 다큐멘터리 ‘말하는 건축 시티:홀’ 이 지난 10월, 이어 ‘디지털 삼인삼색 2013: 이방인’ 중 장률 감독의 다큐멘터리 ‘풍경’이 장편 버전으로 재편집한 확장판으로 지난 12일 국내 극장에서 일반 관객을 만났다.
△흥행 영화 촬영지 자리매김
올해 전주영상위원회를 통해 도내에서 촬영·제작된 드라마, 영화 등은 모두 56편이다. 이중 장편 극영화는 ‘은밀하게 위대하게’, ‘변호인’, ‘관상’, ‘더 파이브’ 등 25편이다. 내년 개봉을 앞두 ‘역린’과 ‘군도’는 각각 7000만 원, 3000만 원의 지원금을 받으며 장기간 도내에서 촬영하고 있다.
특히 올해 한국 영화 가운데 흥행작 1위를 차지한 ‘7번방의 선물’은 국내 유일의 교도소 촬영장인 익산시 성당면의 교도소 세트장에서 찍어 세트장도 유명세를 탔다. ‘변호인’ 은 개봉 첫날 사상 최대 관객인 23만 명을 동원하며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대전·경기 지역에서도 지원금을 지급하며 촬영 유치에 나서자 전주영상위는 장기 체류형 촬영 영화를 유치하는데 중점을 둔다는 방침이다.
올해 인큐베이션 지원사업으로는 장편 1편에 1억 원, 단편 5편에 300만~500만 원을 지원했다. 지난해 촬영해 올 선보인 ‘우결’은 미쟝센단편영화제와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선보였다.
전주영화종합촬영소는 장비와 세트장 대여로 지난해보다 1000여만 원 많은 1억5000만 원의 수익을 냈다. 실내 세트장의 활용도는 높지만 대형세트장을 짓는 영화가 갈수록 줄어 야외세트장에 대한 활용이 낮은 점은 여전히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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