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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전북문화계 결산 ⑨ 종교] 종단 화합 무색…사회문제엔 적극적

순례대회 불교 불참 종교 편향 논란 / 천주교 시국미사 타 종단까지 확산

올해 도내 종교계는 성지화의 편중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은 해였다. 종교간 화합을 상징하는 순례대회가 불교의 불참으로 이어졌다. 반면 송월주 스님의 미얀마 최고 작위 수훈으로 인본적 실천이 빛난 해이기도 했다. 군산발 천주교의 시국미사로 종교계의 불법 대선 규탄과 대통령 퇴진 요구가 촉발돼 전국을 달궜다.

 

△특정 종교 성지화 반발

▲ 지난 9월28일 전주 풍남문에서 열린 세계순례대회에 종단 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경기전 앞을 걷고 있다. 전북일보 자료사진

지난 10월5일 도내 4대 종단의 화합을 꾀하는 세계순례대회가 불교계의 불참으로 기독교·원불교·천주교 등 3개 종단의 잔치로 끝났다.

 

그동안 의사결정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빚어진 갈등은 지난 7월 전주시가 종교관광의 거점도시를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종교 편향성 논란으로 불거졌다.

 

전주시는 기독교, 불교, 원불교, 유교, 천도교, 천주교(가나다 순) 등 6대 종교의 역사 자원으로 종교명소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치명자산(승암산)에 2014년부터 3년간 380억 원을 들여 세계평화의전당을, 2014~2016년 125억 원 규모의 근대 선교역사기념관을 예수병원 맞은 편에 건립하는 것을 골자로 했다.

 

이에 불교계는 소외론으로 반발했다.

 

불교계는 “순례대회가 특정 종교의 성지화에 이용되고, 전주시가 사전에 불교계와 협의도 없이 예산 확보를 위해 임의대로 종교명소화 사업 계획을 세웠다”며 “순례대회의 근본취지는 종교간 화합과 소통인데 과정은 그렇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종교시설 이유 국비 놓쳐

 

종교갈등을 부채질 한 사건은 순례대회 이후에도 나타나 지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지난 11월6일 원불교는 국제마음훈련원의 건립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국제마음훈련원은 당초 2015년까지 익산시 웅포면 대붕암리 2만8700㎡의 터에 건축면적 1만1800㎡ 규모로 건립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익산시의회가 일부 개신교의 “특정 종교의 포고시설에 예산 지원 불가” 등을 이유로 건립 사업비 일부인 내년도 예산 5억 원을 부결하면서 암초에 부딪혔다. 전체 273억원 규모의 사업에서 국비와 도비를 확보했음에도 익산시가 부담해야할 예산 31억5000만 원을 마련하지 못해 사업을 취소하고 국비를 반납하는 사태를 맞았다. 당시 원불교 측은 지역갈등의 증폭을 우려해 자체적으로 사업을 접었다고 설명했다.

 

원불교에서 추진하던 대형 사업이 지역내 다른 종교의 반발로 취소되는 선례를 남기면서 향후 종교 관련 사업마다 갈등의 소지를 남겼다.

 

△군산발 시국미사 전국으로 확대

▲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사제들이 지난달 22일 오후 군산시 수송동성당에서 ‘불법 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미사’를 봉헌한 뒤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군산에서 시작된 시국미사가 종교계의 정권퇴진 운동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11월 22일 군산시 수송동 천주교 성당에서 ‘불법 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 미사’가 열렸다. 이날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문규현·박창신 원로신부, 수원·안동·광주·마산 교구 소속 사제 38명와 신자들은 거리행진을 했다.

 

이들은 국가기관의 불법 대선개입과 관련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 수사와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등을 촉구했다. 보수단체는 이날 강론에서 연평도 포격과 천안함 사건 등에 대한 소신을 밝힌 박창신 신부를 고발했다.

 

전주지검 군산지청이 박 신부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수사에 착수하는 등 보수단체와 여당의 규탄이 이어졌다. 반면 일부 개신교·불교·원불교는 시국미사에 연대의 뜻을 밝히며 시국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해외 봉사 실천 빛나

 

대한불교 조계종 제17교구본사 김제 금산사(주지 원행스님)는 지난 9월8일 경내 대적광전에서 ‘조실 송월주 대종사 미얀마 사따마 조디까다자 작위 수훈 기념법회’를 봉행했다.

 

이날 법회는 지난 6월 지구촌공생회를 이끄는 송월주 스님이 미얀마 정부로부터 ‘부처님의 가르침을 빛나게 하는 분’으로 꼽힌 것을 기념하기 위해 열렸다. 정읍 산외 출신으로 금산사 주지와 대한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냈던 그는 공익활동을 활발히 한 공으로 미얀마의 최고 작위를 받았다.

 

지난 2003년 11월 그는 ‘동체대비(同體大悲)’ 정신으로 국제 구호단체로 지구촌공생회를 설립해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에서 대형 우물을 파주기와 학교 짓기 등을 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제16회 만행상(평화부문) 수상에 이어 이웃사랑을 실천한 공을 인정받았다.

 

△민중 속으로

 

올해는 종교자원의 관광화가 가속된 해이기도 하다. 지난 12월14일 천주교 전주교구는 순례지인 완주군 비봉면 천호성지에 종교·신앙 체험 공간인 성물(聖物)박물관의 문을 열었다. 지난 2011년부터 모두 26억 원의 예산이 투입돼 면적 974㎡에 2층 규모로 지어져 천주교 유물 500여점을 전시하며 성물공예체험관과 연계한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템플스테이는 도내 조계종 사찰 175개 가운데 7개소에서 진행돼 마음의 안식을 찾는 이들의 휴식처가 됐다. 군산 은적사와 완주 송광사 등에서는 지난 22일 이웃과 동짓날 팥죽을 나누며 자비를 실천했다. 김제 금산사는 31일 30번째 ‘내비둬 콘서트’를 열며, 꾸준히 문학, 음악계와 교류하며 민중과 교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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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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