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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화이부동 전주

개성·고유함 지켜가며 배려하는 따뜻한 문화 전주에서 꽃 피웠으면…

▲ 송하진 전주시장
갑오년이 밝았습니다. 모두들 새 희망 속에 힘차게 새날을 맞이하고 계시겠지요. 대개 시민들이 바라는 새해 소망이란 거창하거나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소박하다는 쪽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경기가 풀려 주머니 걱정은 덜 할 수 있게 되고, 사랑하는 아들·딸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한 만큼 좋은 일자리를 얻길 소망할 것입니다.

 

또 갑자기 아프거나 어려운 일이 생기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사회가 되길 바랄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시민 모두가 내가 사는 이 나라가 어디에 가도 평온한 마음으로 따뜻한 눈빛 나누며 아무 얘기나 즐겁게 나눌 수 있는 배려가 있는 곳이길 꿈 꿀 것입니다. 또, 나고 자란 곳과 배운 곳에 관계없이 눈치 보지 않고 열심히 일할 수 있으며,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서로의 뜻을 경청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기대할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 우리의 눈앞에는 이러한 바람과는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격차가 벌어지고 계층과 연령, 생각 등 서로의 입장에 따라 너무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다르지 않습니다. 정책적 차별과 기초연금 재정 부담을 둘러싼 논란도 상존합니다. 많은 곳에서‘조화’보다는‘부조화’의 기세가 존재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다시, ‘화이부동(和而不同)’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화이부동의 고장, 전주’의 힘을 떠올리게 됩니다. 조화보다는 불화가, 상생보다는 대립이 익숙해진 현실을 딛고,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라 그저 다를 뿐’이라고 말하는 따뜻한 배려의 문화가 화이부동의 땅인 우리 전주에서부터 시작돼 이 나라 곳곳에 퍼지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상상을 해 봅니다.

 

서른 가지가 넘는 재료가 제 풍미를 잃지 않으면서도 하나의 맛을 이뤄내는 전주비빔밥처럼, 개성과 고유함을 지키면서도 모두가 조화를 이루는 화이부동 정신으로 도시발전을 이뤄낸 ‘전주’가 연대와 배려, 나눔으로 대표되는 미래시대의 상징이 될 수 있으리라는 희망찬 포부도 품어보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전주는 화이부동의 상징이 될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을 지닌 도시입니다.

 

그동안 전주는 한옥마을과 탄소산업을 기치로 전통과 첨단의 조화로 새로운 도시발전상을 구현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새 도심과 원 도심이 각자의 특성을 지키며 밖으로 뻗어나가고 내실을 다지는 도시발전을 이뤄나가고 있습니다. 지난 14년 간 전주에는 얼굴 없는 천사가 해마다 찾아와 소외된 사람까지 사랑하고 배려했습니다. 지난 천 년 동안 전주시민은, 모두가 소홀히 여긴 우리문화와 전통을 소중히 여기고 지키며 살아왔습니다.

 

이제 전주가 보여줍시다. 자연과 인간이, 전통과 첨단이, 농업과 제조업이, 문화와 경제가, 그리고 민관이 서로 씨줄과 날줄이 되어 함께 엮어내는 미래가 얼마나 조화롭고 아름다운지를 말입니다. 제 목소리만 높이다 보면 누구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노래꾼의 가락을 배려할 줄 아는 구성진 추임새로 가르쳐 줍시다. 대동세상(大同世上)을 꿈꾸던 갑오년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이 살아있는 전주에서 우리, 다시 한 번‘화이부동’을 꿈꾸고 얘기했으면 좋겠습니다.

 

시민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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