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방조제 어종 다양…낚시객들에 인기 / 추위 완전무장 필수…즉석 요리도 '끝내줘'
낚시는 시각과 촉각, 청각, 후각, 미각 등 오감에 손맛까지 모두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있는 레포츠로 꼽힌다.
낚시 마니아에게 겨울은 혹독한 인내의 시간이다. 수온이 낮아지면 물고기는 더 깊은 곳으로 이동하며, 그만큼 활동력도 떨어져 마치 동면 아닌 동면에 들어가는 상태가 된다. 첫 고기를 낚을 때의 손맛을 잊지 못하는 낚시인들은 대부분 겨울이 가기를 기다리지만 마니아중의 마니아들은 설경 속 겨울 바다를 찾아 겨울 내 잊혀진 손맛을 고대한다.
“왔다!(입질)”는 한마디에 추위는 잊혀지고 물속 보이지 않는 고기와의 한판 사투가 시작된다. 겨울바다와 저수지, 소류지로 떠나는 낚시 마니아들의 겨울 여행에 동참해보자.
한겨울 새만금 바닷가 파도위에 눈이 내린다. 내려도 그대로 수북하게 쌓이는 것이 아니다. 길고도 질긴 엄동설한을 녹여내듯 바닷물에 그대로 녹아든다. 끝이 보이지 않는 먼 바다의 허공을 배회하며 흔적도 없이 어지러이 흩날리는 것은 어쩌면 지상의 목마름의 갈증을 바다에서 풀기 위한 욕망일지도 모른다.
전북지역 겨울 낚시의 대표 명소로 꼽히는 새만금 방조제는 군산~부안을 연결하는 33.9㎞ 세계 최장의 방조제다. 이곳은 경제와 산업, 관광을 아우르면서 동북아 경제중심지로 비상할 녹색성장과 청정 생태환경의 ‘글로벌 명품 단지’인 동시에 낚시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천혜의 생태 어장이다.
겨울 낚시에 나서면 날씨는 춥고 고기는 귀하다. 하지만 겨울 낚시는 이런저런 고민을 하지 않아 좋다.
낚을 어종이 망둥이와 우럭, 붕장어 정도로 한정돼 있고 가끔 한 마리씩 올라오는 감성돔에 주변 낚시꾼들의 탄성이 이어진다.
군산 새만금 야미도 방파제는 평일에도 대물을 노리는 낚시꾼들로 북적인다. 이곳은 한겨울이지만 아직 주꾸미와 갑오징어, 돌게도 낚시로 낚인다. 비수기 겨울이지만 낚시꾼들로 인해 야미도 상인들은 덩달아 신이 난다.
물론 낚이는 어종의 씨알은 봄, 여름, 가을보다 작다. 하지만 어쩌다 한 번씩 낚이는 대물 어종에 주변의 환호가 이어진다.
인근 낚시점에서 들은 정보로는 ‘겨울에는 고기가 안 나온다’고 하지만 고기는 이따금씩 올라온다.
다만 시간이 필요하다.
새만금 갯바위 낚시터 인근에서 자칭 프로로 불리는 이종원씨(48·군산)는 온몸을 추위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완전무장했다.
내복은 기본으로 발목 보호대, 안면마스크, 귀 덮개, 목도리로 온 몸을 감싸고 갯바위에 미끄러지지 않는 장화까지 착용했다.
한눈에 봐도 복장은 프로다. 하지만 좀처럼 뭔가 잡지는 못한다. 2시간 남짓 지나자 낚싯대를 치켜든다. 낚싯대의 휘어짐으로 봐선 대물이 확실하다. 그러나 좀처럼 낚싯대의 릴은 감겨지지 않는다. 바늘이 바다 속 돌 틈에 낀 게 확실해 보인다. 하지만 3분쯤 지나자 감겨지지 않던 릴이 조금씩 감긴다. 아주 묵직한 손맛이 난다는 이 프로는 한참을 보이지 않는 물고기와 씨름하다 결국 수면위로 모습을 드러낸 50㎝급 망둥이를 낚아 올렸다.
망둥이는 통상 강 하류에서 서식하지만 겨울이 되니 수심이 깊은 바닷가로 올라온 것이다.
몇 년을 살았는지 모르지만 망둥이 머리는 조금 과장해 어른 주먹만 한 크기였다.
인근에서 원투(무거운 찌를 사용해 바다 밑바닥 층 어류를 노리는 채비) 낚시를 벌이던 또 다른 자칭 조사 김용일씨(36·부안)도 우럭을 낚는다. 크기는 어림잡아 15㎝급. 아주 큰 씨알은 아니지만 손맛을 느끼기에는 충분한 듯 보인다. 자연산의 신선함을 자랑하듯 몸집의 파닥거림이 거칠다.
오전 9시부터 시작해 오후 3시가 되기까지 한 마리를 낚았다고 한다. 이 프로와 김 조사는 낚시를 멈추고 조리를 시작한다. 가스레인지와 도구를 가져가지 않은 그들은 파도에 떠 내려 온 나무 조각들을 모아 불을 붙인 후 잡은 망둥이와 우럭을 꼬챙이로 끼워 불에 굽는다.
금세 구수한 냄새가 사방으로 흩어지고 이들은 미리 준비해온 굵은 소금을 뿌린 뒤 구운 고기를 시식했다.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연예인 김병만을 주축으로 하는 티브이 프로그램 ‘정글의 법칙’을 연상케 하며 마치 야만인 같은 모습도 보이지만 맛은 한마디로 ‘기가 막혀’ 보인다.
낚시는 비용이 많이 들어갈 것 같지만 이들 말로는 이동에 따른 차량 기름값과 미끼 구입비용 밖에 안 든다고 한다.
저렴한 2만원 대 낚싯대에 100g들이 갯지렁이 한 통만 사면된다. 하루 종일 낚시를 해도 미끼는 남는다. 집으로 돌아갈 땐 하루 종일 같이 즐겨 준 고기들을 위해 바다에 남은 미끼를 뿌려주고 간다. 한마디로 미끼 많이 먹고 커서 다음에 낚이라는 의미다.
■ 전북 서해안 낚시 포인트
△야미도
풍경이 아름다운 산으로 유명한 군산 야미도 당산(해발156m)은 새만금 개발로 인해 육지와 연육된 섬이다. 야미도는 고군산군도 섬 중 하나인 유인도 였고 마을 뒷산에 밤나무가 많았다 하여 밤섬이라 불리기도 한다. 야미도 곳곳의 갯바위와 방조제는 낚시인들로 부터 다시 가고 싶은 장소로 유명하다. 그만큼 시설의 안전성이 담보돼 있으며, 씨알이 크지는 않지만 계절에 따라 각각의 어종이 다 잡힌다.
△신시도
고군산군도는 전북 군산 옥도면에 속하는 군도로 대장도와 선유도 신시도로 구성돼 있다. 지금은 신시도-무녀도-선유도-장자도 4개의 섬이 새만금방조제와 연결공사 중으로 섬이 연결되는 올해부터는 자동차로 편리하게 고군산군도를 방문할 수 있다. 원래 신시도 마을에 들어가려면 군산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야 됐지만 지금은 신시도 주차장에서 마을까지 육로가 나 있어 낚시인들이나 산악회 회원들이 자주 찾는 명소다.
△비응도
고군산군도에는 유·무인도가 63개가 있었다. 새만금 방조제가 만들어지면서 사라진 섬들이다. 오식도·내초도·입이도·가내도·장산도·조도·무의인도·비응도가 대표적 섬이다. 지금은 새만금 방조제가 만들어지면서 섬의 모습은 사라졌다. 비응도는 지형의 생김새가 마치 날아가는 매와 같다고 해서 비응도로 불려지게 됐으며 비응도 곳곳이 절벽과 방파제로 조성돼 있어 낚시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이곳에서 나오는 겨울 어종은 주꾸미·붕장어·망둥이 등이며 물고기 씨알이 커서 단골 낚시인들이 많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