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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 변산의 여유·기상 그리고 사랑까지 즐기기

확 트인 바다…"시름은 잠시 잊죠"

▲ 변산 마실길 변산해수욕장 전경.

새해가 된 지도 한 달이 넘었다. 올해 계획 중 하나는 ‘나만의 시간을 갖기’ 다. 사실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지내다 보면 진짜 나의 모습을 잊고 지낼 때가 많다. 올해는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서 스스로에 대해 조용히 돌아보고 더 나은 내 자신을 꿈꾸는 기회를 만들어 보려고 한다. 이번 여행도 그렇게 떠나게 되었다. 화려하고 멋진 장소도 많지만 올해 첫 여행, 나만의 시간을 보내기 좋은 장소를 고르고 또 골라 정했다. 평화롭고 한가하지만 마음이 따뜻해질만한 그런 곳.

 

△바다를 바라보며 즐기는 스파

 

부안 변산을 찾아 여행의 출발지로 삼은 곳은 변산의 한 리조트다. 몸도 마음도 얼어있다고 생각할 무렵 여행 마니아인 친구에게 추천받은 장소다. 무엇보다 이곳을 들른 이유는 겨울 바다를 보기 위해서다. 바다와 바로 인접해 있는 위치 덕에 이곳의 노천풀에서는 바다를 바라보며 앉아 있을 수 있다. 따뜻한 물 속에 앉아 소나무 사이로 바다를 보면 추위는 없어지고 운치만 남는다. 어디든 노천풀은 많지만 이렇게 바다를 바라보며 즐기기란 흔치 않은 기회다. 이십분이고 삼십분이고 따뜻한 탕에 앉아 차가운 바닷바람을 함께 느끼고 있자면 세상에 바랄게 없다는 마음이 절로 든다.

 

실내 물놀이 시설에서 노천탕까지는 계단만 올라가면 되지만 겨울이다 보니 이 짧은 거리 역시 춥다. 특히 물에 젖은 상태라 더욱 그렇다. 큰 비치타올을 준비해 이동할 때는 두르면 좋다. 30초만 추위를 견디면 아름다운 광경을 볼 수 있다.

 

△파도 위를 포효하는 사자 ‘적벽강’

 

스파 안에서 따뜻하게 녹인 마음으로 에너지를 충전했다면 이제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 용기를 배우러 갈 차례다. 어떤 어려움에도 용기를 잃지 않을 수 있도록 알려줄 강하고 멋진 사자 한 마리를 만나러 간다. 스파를 마친 리조트에서 조금만 이동하면 된다. 리조트 옆 사자라니 미술관 옆 동물원만큼이나 낯선 조합이다. 햇볕이 쏟아지는 바다를 지나치면 순식간에 ‘적벽강’이 나타난다.

 

적벽강 역시 채석강처럼 강이 아니라 바다다. 중국 송나라 시인 소식(호 동파)이 놀았다는 중국 황주지방의 적벽강 모습과 비슷하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특히 절벽은 사자가 엎드려있는 형상을 닮았다. 때마침 부는 거센바람에 부서지는 파도와 흐린 하늘이 포효하는 사자의 울음소리처럼 들려왔다. 덕분에 정말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이었다.

 

밀려오는 파도와 위풍당당하게 맞서는 사자, 그리고 그 위 구름 사이로 내려온 햇빛 한 두 줄기가 보태지는 장관은 마음 한켠에 아직도 털어내지 못한 고민이나 짐을 풀어내기에 충분했다.

 

△마실길에 감춰진 사랑의 비밀장소

 

‘걷기는 위대한 모험이자 사색의 시작이고, 인류의 근원적인 따스한 가슴과 영혼의 실천이다. 걷기는 의지와 겸손의 정확한 균형이다.’ 미국의 어느 시인의 말처럼 걷다보면 어느새 생각은 정리되고 마음은 차분해진다. 숲속의 오솔길도 잘 가꾸어진 정원도 좋지만 수평선이 보이는 길 역시 무척이나 걷기 좋다.

 

오늘 고른 1번 마실길은 변산해수욕장에서 출발한다. 1번 마실길을 다 걸으려면 1시간 반 정도가 걸린다. 아득한 수평선을 바라보며 겸손한 마음으로 평온할 만큼만 걸어도 충분하다. 한 발씩 자박자박 걸으니 어딘가 모르게 마음이 단단해진다. 당장 달리기는 못하더라도 지금처럼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으면 올 한해 역시 멋진 일들로 채워질거라는 격려도 스스로에게 해본다.

 

언덕을 따라 천천히 20분 가량 걸으니 천지가 하트모양이다. ‘사랑의 낙조공원’에서는 하트 모양의 쉼터, 낙조를 볼 수 있는 전망대 등이 있다. 노을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변산이니 사랑하는 사람과 와서 매일 다시 뜨고 지는 태양처럼 함께하자는 맹세를 해 볼 수 있다.

 

△여행같은 삶, 여행으로 새 해 시작

 

누군가는 혼자 하는 시간, 올해의 첫 출발 무엇이든 꼭 여행이어야겠냐고 물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가 보내고 있는 하루 하루가 여행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열심히 준비하고 계획해도 전부 내마음처럼 진행되기 어렵고 예상치 못한 변수가 나타나기도 한다. 그럼에도 즐겁고 설레며 배울 수 있기에 여행을 꿈꾼다.

 

우리의 시간도 마음대로 할 수 없고 때론 어렵기도 하지만 그래도 여행은 아름답다. 그러니 한 해의 첫 시작을 여행으로 연다면 예행연습이 되지 않을까? 쉽지 않고 바람도 세겠지만 분명 근사할 것이다. 올해 우리가 만나게 될 시간처럼.

▲ 박보람 전북도 블로그 기자단

 

● 박보람씨는 인큐브테크 기획마케팅 SNS담당자로 재직했던 20대 중반 여성. 현재 2013 도민블로그 단으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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