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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교육청 주최 학부모수기 공모전 금상 양영숙 "외손자 위해 헌신한 선생님 고마움 알리고 싶었죠"

평화초 고정자 교사, 1년간 매일 한 시간 한글 가르쳐 성적 향상 / 홀로 손자 양육…"아이와 눈물도 많이 흘렸지만 이젠 뿌듯"

“학교알림장을 통해 전북교육청에서 학부모 수기를 공모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였어요. ‘반드시 응모해야겠다’는 의무감이 커졌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금쪽 같은 내 새끼를 위해 1년 동안 헌신한 담임 선생님의 고마움을 알리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확신을 앞세웠던거죠.”

 

전북교육청은 지난달 학부모 수기 입상자들의 글을 모은 책자 ‘우리 아이들을 위한 마음으로’를 발간했다. 이 책자의 가장 앞머리를 장식한 이가 양영숙씨(57)다. 전북교육청의 공모전에서 양영숙씨는 ‘사랑을 안겨준 고마운 선생님’이라는 제목의 수기로 금상을 수상했다.

 

양영숙씨는 지난해 평화초 2학년에 다니던 외손자가 담임인 고정자 교사로부터 받은 배려와 사랑을 담담하게 글을 적었다.

 

딸과 따로 살면서 홀로 외손자를 키우고 있는 양영숙씨는 지난해 2학년이었던 아이가 제대로 글을 읽고 쓰지 못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망연자실해야 했다. 그런 외손자를 담임 고정자 교사가 1년동안 헌신적으로 가르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진정한 사도의 길이 무엇인가’를 깨달았다고 한다.

 

양영숙씨는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외손자가 제대로 책을 못읽고 땀을 뻘뻘 흘리기만 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면서 “하지만 불과 1년만에 외손자가 2학기 기말고사에서 평균 91점의 성적으로 올린 뒤에는 만감이 교차했다”고 말했다.

 

“정년이 멀지 않은 고정자 선생님은 매일 오전 7시 20분에 출근하셨고, 외손자는 10분 늦은 7시 30분까지 학교를 보냈어요. 담임 선생님이 그때부터 한시간씩 외손자를 가르치셨어요. 외손자는 이제는 받아쓰기나 책읽기가 수준급입니다. 외손자가 고정자 선생님을 만나지 않았다면 이렇게 몰라볼 정도로 학습능력이 향상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미혼모인 딸이 낳은 외손자는 세상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존재”라는 양씨는 “수기를 쓰기 전만 해도 ‘가정사가 공개돼서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없지는 않았다”면서도 “가정사 보다는 진정한 교육자인 담임 선생님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일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담임 선생님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지난해 내내 저녁약속도 포기한 채 외손자 숙제를 돌봐줬어요. 저녁시간이면 잠을 쫓지 못하며 투정을 부리는 외손자를 보듬고 눈물도 많이 흘렸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뿌듯함이 가득합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는 “하루에도 몇번씩 ‘우리 아이가 받아쓰기 시험에서 0점만 면하게 해달라’고 기도했던 때가 엊그제 같다”면서 “외손자가 3학년에는 고정자 선생님과 다시 만나기는 어렵겠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평생 선생님으로 남을 것”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정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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