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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미술계, 신진 예술가 '후려치기'

유대관계 악용 열악한 예술활동 강요 관행 / "정당한 대가 지불 풍토 정착을" 한목소리

전주시내 A극단은 지역 연극계에서 착취의 대명사다. 공연 출연료를 받지 못하는 일이 이어지자 신입 단원이 2년 남짓이면 탈퇴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1년 반 가량 A극단에 있었던 B씨는 “첫 3달 동안 당초 약속했던 금액의 반절을 받았다”며 “이후에는 달마다 차등적으로 10만 원씩 상승분을 받아 최고 80만 원까지 올랐지만 공연 비수기에 고통 분담을 이유로 다시 첫 달 받았던 금액보다도 적은 금액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과거 A극단에 있었던 C씨는 “개인 통장을 극단에서 관리하는 만큼 서류상으로는 문제가 없다”며 “극단은 연간 여러 지원사업을 수행하지만 정작 단원에게는 동정심으로 호소하며 일당 수준의 돈을 지급했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표면적으로 활발한 운영을 하는 모습에 신진 예술가들이 몰려 악순환이 끊이질 않는다”고 덧붙였다.

 

미술계에서는 벽화작업을 착취 행태의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미술전공자 D씨는 “지난해 여름 전주에서 수행한 벽화작업의 경우 알선자에게 예산 규모를 300만 원으로 듣고 시작했는데 일을 마치고 나니 실제 지급한 비용은 130만 원이었다”고 말했다.

 

한옥마을 인근 벽화마을 조성에 참여했던 E씨는 “벽화작업은 위험 부담이 많고 시안 작업만 2주가 걸린다”면서 “당시 일한 대가로는 통상 일당으로 250만 원을 책정해야 하지만 결국 돌아온 돈은 100만 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작업의 상당수는 지역 선·후배가 하청의 하청의 관계로 얽히면서 계약서 없이 일을 진행해 악화되곤 한다”고 덧붙였다.

 

신진 예술가를 대상으로 한 ‘후려치기’가 물의를 빚으면서 이를 근절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지역사회에서 인맥을 이용해 열악한 예술활동을 강요하는 관행이 악순환으로 작용, 예술인의 복지는 물론 지역 예술계 발전에도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지역 문화계 인사는“문화예술의 토대를 형성하는 인적 자원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신진 예술가의 창작력을 뒷받침하는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치단체 등의 지원사업을 진행하면서 실제 수행자에게 적절한 대가가 돌아가지 않아 인력 유출에 따른 문화예술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술전공자 F씨는 “일을 마무리하고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면 행정이나 일을 맡긴 선배들이 지급을 미루거나 협박하곤 한다”며 “후배가 선배에게 비용을 청구하는 일 자체가 금기시되면서 역시 우리도 후배들의 노동력을 무상으로 쓰려는 구조가 굳어지는 만큼 이를 깨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한국연극협회 전주시지부 회원인 G씨는 “어느 극단이 문제가 있는지 대부분 알지만 실상은 고쳐지지 않고 있다”며 “출연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극단을 나오는 후배들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공연단체인 ‘예술공장’의 박영준 씨는 “같은 팀원이면 똑같이 받으며 그만큼 노력하도록 만들기 위해 n(엔)분의 1을 기치로 내걸었다”며 “청년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풍토가 정착돼야 지속적인 예술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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