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댄스경연대회 우승 / 우석대 '안중근 태권도극' 안무·연출 등 맡아 호평
“저는 단점 투성이라서 다른 친구들을 따라가려면 연습밖에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하나를 익히면 더 새로운 것이 나와 계속 배우다보니 길을 찾았습니다. 지역의 전통적 문화자원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댄스컬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전국 댄스경연대회 우승자라는 이력에 어울리지 않은 겸손함이었다. 오해룡 씨(34)는 무대 위에서 힘과 절도 있는 동작을 선보이고, 무대 밖에서는 상상의 나래를 춤으로 펴는데 몰두하는 안무가다. 그는 산골 소년에서 아이돌을 꿈꾸던 비보이로, 이어 발레리노를 거쳐 댄스와 뮤지컬을 접목한 댄스컬을 지역에서 시도하고 있다.
댄스컬은 댄스와 뮤지컬을 접목한 춤 중심의 공연이다. 그가 참여한 최근 작은 우석대가 지난달 시연한 태권도 아트 퍼포먼스 ‘파랑새의 꿈, 안중근’이다. 호평을 받은 이 작품에서 그는 안무와 연출 등을 맡았다.
이에 앞서 지난해 말에는 ‘판타스틱 정글’이라는 판타지 댄스컬을 내놓았다. 그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공연되는 ‘태양의 서커스’쇼에서 받았던 영감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었다. 신비한 섬의 새를 잡기 위한 사냥꾼과 이에 대항하는 정글 속 동물의 이야기를 춤으로 풀어냈다. 화려한 분장의 동물들이 신나는 비트 음악에 현대 무용과 탱고, 힙합, 셔플댄스 등을 추며 색다른 무대를 꾸몄다.
그가 다양한 춤을 배우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을 수 있던 요인은 끊임없는 훈련이었다.
“키도 작고 캐릭터도 없어 남들이 3발 뛸 때 저는 10발 이상을 뛰어야 했습니다. 어느정도 됐다 싶었는데 체격 좋은 친구들이 쉽게 하는 걸 보면서 여러 장르를 섭렵하지 않으면 기회조차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지난 1999년 문화부장관배 전국 청소년 그룹댄스 경연대회에서 대상과 인기상을 받았다.
그는 “남원 수지면 산골에서 태어나 개구리·우렁이를 잡고 항상 자연과 놀았는데 중학교 때 친형이 아이돌 가수의 춤을 가르쳐 준 뒤로 빠졌다”며 “형이 일본 오사카 댄스대회의 녹화 테이프를 구해다 줘 이걸 보고 연습하곤 했다”고 들려주었다.
하지만 힙합 댄스만으로는 이내 한계에 부딪쳤다. 그는 “전국대회에서 1등을 하고 조금 여유를 찾자 수많은 춤 가운데 겨우 한 장르만 알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발레나 한국 무용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정작 배우고 싶던 재즈 댄스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발레에 열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힙합 댄스로 대학에 진학했다. 그가 신입생 때 발레 연습실에 운동화를 신고 들어간 일화는 아직도 회자된다.
“당시 무용과가 실용무용지도학과로 전환하는 과정이었는데 개념 없는 아이로 찍혔습니다. 하지만 정식으로 발레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군대 가기 전날까지, 휴가 때도 연습실에서 살았습니다.”
어느정도 기초가 잡힐 즈음 다시 실용댄스에, 이후 공연에 빠졌다.
“다른 춤을 배울 때마다 또 다른 꿈이 보였습니다. 장르의 구분 없이 그냥 댄서를 하고 싶었죠. 그래서 어떤 단계를 올라가는 강박이 아닌 제가 재미를 찾는 춤을 추고 싶었습니다.”
그는 지난 2007년 동문과 함께 무용단을 만들었다. 지난해 어린이를 위한 판타지 무용극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본격적인 활동을 했다.
그는 “앨리스는 호평받지 못했지만 앞으로 보완해 다시 무대에 올리겠다”며 “현재 15명인 무용단과 함께 올해 하반기에는 새만금 지역의 전설을 소재로 한 작품을, 내년에는 태조 어진을 등장시키는 작품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예향의 고장인 전북, 전주는 춤의 소재가 무궁무진한 만큼 전통을 판타지화해 무대 위에서 구현하고 싶다”며 “모두가 춤의 재미를 공유할 수 있는 공연을 만드는 게 꿈이다”고 덧붙였다.
오해룡 씨는 우석대 무용학과와 동 대학의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지난 2000년 문화부장관배 전국 청소년 그룹댄스 경연대회 특별상, 2006년 천안흥타령축제 전국 춤 경연대회 문화관광부장관상을 받았다. 이후 2008년 천안흥타령축제 전국 춤 경연대회 일반부 문화관광부장관상 수상작과 강남 세계 춤 축제 일반부 인기상, 2011년 천안흥타령축제 전국 춤 경연대회 은상 수상작의 안무 및 출연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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