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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참사> 불거지는 '해수부 마피아' 책임론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를 계기로 해양수산부 전직 관료들이 선박의 운항관리·검사 등을 담당한 기관에 기관장으로 내려가는 이 른바 '해수부 마피아'의 낙하산 관행이 근절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박의 기본이라 할 안전관리 부문에까지 정부에 입김을 행사할 수 있는 전직 관료가 눌러앉으면서 안전관리 기능을 마비시키거나 왜곡시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 22일 해수부에 따르면 이런 '해수부 마피아'의 산하기관 독식 관행이 폐해를 불러온 단적인 사례를 한국해운조합에서 찾아 볼 수 있다.

 

 1962년 출범한 해운조합은 지금까지 12명의 이사장 가운데 10명을 해수부 고위관료 출신이 독차지했다.

 

 1977년부터는 38년째 관료 출신 낙하산 인사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작년 9월 취임한 주성호 이사장도 옛 국토해양부 2차관 출신이다.

 

 또 주 이사장 밑에는 본부장(상임이사) 3명이 있는데 이들 가운데 한홍교 경영본부장과 김상철 안전본부장은 각각 해수부와 해양경찰청 고위간부 출신이다.

 

 해운조합은 2천100개 선사를 대표하는 이익단체다.

 

 문제는 이 해운조합이 내항 여객선의 안전운항에 대한 지도·감독을 맡고 있다는 점이다.

 

 해운조합이 채용한 선박운항관리자가 여객선의 운항관리규정 이행 상태나 구명장비·소화설비 비치 여부, 탑승 인원, 화물 적재상태 등을 점검하도록 돼 있다.

 

 운항관리자는 해경으로부터 그 직무에 대해 관리·감독을 받지만 선사들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해운조합에서 월급을 받는 처지에서 엄격하고 까다로운 안전운항 관리를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런 시스템은 세월호 침몰과 같은 대형 선박사고를 불러 올 수 있는 소지를 안고 있는 것이다.

 

 3년 전 내항여객선 안전관리를 해운조합에서 떼어내 별도의 조직을 설립하자는 입법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예산이 드는데다 선사가 자율적으로 안전관리를 하는 것이 국제 추세라는 이유로 정부가 반대하면서 무산됐다.

 

 선박 검사 분야도 이런 낙하산 인사는 마찬가지다.

 

 선박 검사는 전 세계적으로 정부가 아닌 민간 전문기관에서 대행하도록 돼 있다.

 

 선박 검사업무가 전문성이 필요한 데다 보험 산업과의 제휴관계에서 발생한 태생 때문이다.

 

 선박에 등급을 매기는 선급은 보험사에서 화물선에 대한 보험을 인수하면서 사고 가능성 등을 계산하기 위해 생겨났다.

 

 국내에서도 선박안전법에 따라 한국선급과 선박안전기술공단이 선박 검사 업무를 대행한다.

 

 비영리 선박 검사기관인 한국선급의 역대 회장과 이사장 12명 가운데 8명이 해수부나 관련 정부기관 관료 출신이다.

 

 1980년 권성기 7대 회장(해무청장)부터 오공균 20대 회장(해양수산부 안전관리관)까지는 줄곧 관료가 회장을 맡아왔다.

 

 특히 지난해 3월 신임 회장 선거에서 해수부 차관 출신 인사를 제치고 한국선급내부 인사가 선출되자 해수부에서 일종의 '반란'으로 보고 매우 불쾌해하는 기류가 있었다.

 

 해양 분야의 한 교수는 "해수부가 한국선급을 쥐락펴락하는 기관이다 보니 낙하산 식으로 내려가는 인사가 많았던 게 사실"이라며 "한국선급은 기술적 전문성을 가 진 기관인데 관료의 은퇴 후 일자리 정도로 여긴다면 문제"라고 말했다.

 

 한국선급보다 좀 더 작은 규모의 선박을 검사하는 업무를 맡는 선박안전기술공단의 경우도 현 부원찬 이사장이 국토해양부 출신이다.

 

 문제는 한국선급이 올해 2월 실시한 중간검사를 세월호가 통과한 것으로 돼 있어 검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혹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당시 조사에서 한국선급은 46개의 구명뗏목 가운데 44개가 정상이라고 판정했다.

 

 그러나 세월호 침몰 과정에서 실제 정상적으로 작동한 구명뗏목은 고작 하나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구명뗏목의 경우 선급이 직접 검사하는 대신 우수정비업체가 정비를 하면 그 증서의 유효성만 살피는 것으로 돼 있어 선급의 문제이기보다는 우수정비업체의 부실 정비가 문제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백점기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대부분의 나라가 선급협회를 갖고 있고, 선급에서 전문성을 갖고 실시한 검사 결과를 정부가 다시 검증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해수부 관계자도 "한국선급은 세계의 많은 선급들 중에서도 일부만 들어가 있는 국제선급연합회의 정회원"이라며 "이 선급연합회가 업무 절차나 행태에 대해 감사를 실시해 미흡할 경우 정회원 자격을 박탈하는 등 감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세월호에 대한 선박검사 결과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난다면 정부 차원에서 감사를 강화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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