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지 열흘째인 25일 오전 8시 안산의 한 장례식장. 교복을 입고 미소짓는 심모군의 영정을 뒤따라 어머니가 화장장으로 떠날 운구차를 향해 힘겨운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디뎠다.
마른 줄 알았던 눈물은 아들의 시신이 운구차에 실리자 속절없이 흘러내렸고 어머니는 "좋은 곳에서 살아야 해"라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시신이 뒤바뀌는 바람에 인양된 지 사흘이 지나고서야 엉뚱한 빈소에서 아들을 찾아온 어처구니없는 사정을 아는 조문객들은 기구한 운명이 기막히다는 듯 한숨만 내쉬었다.
비슷한 시각 다른 장례식장에서는 갈색 머리, 파란 눈의 어머니가 눈물을 흘렸다.
한국인 아버지와 러시아인 어머니를 둔 세르코프 빌라체슬라브 발인식에는 이주민 지원센터에서 한국말을 함께 배운 러시아 친구 2명과 중국동포연합회 회원 등이 참석해 슬픔을 함께 나눴다.
전날에는 5대 독자 정모군의 장례가 치러졌고 사흘 전에는 같은 반 친구 3명이 한날한시 같은 곳에 묻혔다.
21일에는 살아남은 죄책감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 강모(52) 교감과 학생들의 장례식이 차례로 진행되기도 했다.
참사를 당한 단원고등학교가 위치한 경기도 안산에서는 이들을 포함해 최근 이 번 사고로 희생된 학생들의 발인식이 하루에도 10~20여 건씩 치러지고 있다.
이날만 25명의 발인식이 엄수된 가운데 안산 지역 10여개의 장례식장에서 22일 11명, 23일 25명, 24일 13명의 발인식이 진행됐다.
지난 21일 구조대가 사고 당시 승객이 많이 머물렀을 것으로 추정되는 세월호 3층과 4층을 수색해 시신 23구를 수습하는 등 시신인양 작업이 성과를 내기 시작한데다 합동장례식을 염두에 뒀던 일부 유가족이 개별적으로 장례절차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또 26일 24명, 27일에는 15명에 대한 발인식을 앞두고 있어 당분간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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