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정읍학'서 정읍문화 길을 찾다] '지역학 열풍' 불어라

진통 끝 탄생한 '정읍학 연구회' 창간호 발간 성과 / 청소년 향토사연구 활발…지속적 민관 협력 필요

   
▲ 정읍학 창간호
 

지난달 초 〈정읍학〉 창간호가 나왔다. 정읍의 향토사 연구모임이었던 ‘정읍학 연구회’의 연구 성과를 모은 결과물이었다. 지방자체제도가 시작된 이후 지역민이 이구동성으로 외치던 지역 자긍심의 회복을 위해 민간에서 지역사 연구모임을 만들고 지역학 총서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정읍시는 지난 1914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본래의 태인 현과 작은 고을 정읍, 그리고 전체의 몸통과 손발을 현재의 부안과 고창으로 다 떼어준, 머리만 남은 고부 지역이 병합됐다. 이 때문인지 어느 지역보다 보수와 진보, 기득·특권층과 서민의 갈등으로 빚어지는 배타적 성향들이 두드러졌다. 때문에 민선시대의 개막과 함께 지역 간의 화합과 상생을 위한, 보다 큰 틀에서의 행정적 노력이 요구됐다.

 

하지만 그동안 민선 시정에서는 당면한 생계형 지원에만 행정력이 집중됐다. 농업 인구가 전체 인구의 60%이상을 차지하는 정읍에서 민선 단체장의 주요 캐치프레이즈는 민선1~2기 ‘정읍이 살 수 있는 길은 매실이다’, 민선 3기는 ‘정읍이 살 길은 녹차다’, 민선 4기 ‘정읍이 살길은 생활체육이다’등으로 바뀌어 왔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20여년 동안 지역민을 위한 ‘삶의 질 향상’에 대한 연구나 행정적 지원은 늘 일부 특권층 사이에서 이어져 왔다. 일부는 큰 틀에서의 화합과 상생을 위해 꾸며지는 ‘지역학 연구회’의 추진에도 제동을 걸며 ‘건방진 도전’이라거나 지역학에 대한 폄훼도 이뤄졌다.

   
▲ 지난해 11월 열린 정읍학 연구회 창립식 및 창립기념 학술대회.

민선시대 지역학에 대한 연구는 각 연구자 사이에서도 의견들이 엇갈려 하나의 주제로 어우러지거나 특별한 성과나 사료적 총서가 만들어 지지 못한 채 분열되는 형태로 흘러왔다. ‘얼 학회’, ‘동학역사문화연구소’, ‘정읍민족문제연구소’, ‘(사)둘레 연구소’ 등이 있었지만 정작 지역의 미래인 청소년에게 향토사를 기반으로 한 강좌보다 입시위주의 한국사 강좌가 이뤄지며 지역학에 대한 접근이 한계에 다다랐다.

 

교과서에 수록된 한국사와는 달리 지역학에 대한 연구는 특별한 관심과 계기가 없고서는 일반인의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 민선 3기 당시 유성엽 시장의 주도로 ‘외부에서 바라보는 정읍의 시각’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한 설문을 진행했다. 정읍으로 진입하는 나들목 입구의 설문 결과 정읍은 ‘교회가 큰 곳, 특색 없는 곳’, 정읍역 인근에서는 ‘택시 기사들의 행포가 매우 심한 곳’, ‘특색 없는 곳’이 각각 1~2위를 차지했다.

 

이런 시각을 반영하듯 지난 2011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정읍문화원의 ‘청소년향토사연구동아리’의 사전 조사의 결과도 정읍은 ‘특색 없는 곳, 하루라도 빨리 떠나야 할 곳’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하지만 향토사연구동아리를 통해 월~금요일의 인문학 강좌와 토요일 현장 답사를 경험한 청소년들은 “생각 없이 천대했던 내 고향이 이렇게 자랑스러운 곳인지 몰랐다”며 “친구들에게 배운 향토사를 전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정읍지역 내 8개 고교에는 정읍문화원이 연례행사로 추진하는 이 동아리의 연구과정을 경험한 학생 200여명이 지역의 자랑스러운 역사와 문화를 또래의 청소년들에게 전하는 향토사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다.

   
▲ 지난 2012년 정읍문화원의 청소년 향토사 연구동아리 학생들이 전주경기전~정읍 내장산으로 조선왕조실록이 옮겨지던 1차 피난길을 추적 답사하고 있다.

다행스러운 일은 지난 민선 5기 정읍시정에서는 기존 사업에 대한 실태 점검 등을 거쳐 부서별 사업 13개 분야, 40개 사업 약 160억 원에 대한 타당성 분석을 거쳐 경제와 정신사적 측면들이 함께 충족될 수 있는 인문도시로의 출발에 나섰다는 점이다.

 

주목할 만한 내용은 각각의 사업을 해당 부서에서 방만하게 지속 추진할 경우 성공적인 사업으로의 발전이나 성과가 나타날 수 없다고 판단해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고 ‘지역공동체지원관’으로 기구를 확대했다. 이를 통해 기존 민선시대 사업의 지속적인 추진과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다양한 지역학의 연구에 대해서도 처음으로 행정적 지원을 약속했다.

   
▲ 이용찬 정읍문화원 사무국장

지방자치시대 민관의 협력으로 지역민이 지역학을 통해 지역발전이라는 대의 앞에 뜻을 모은 것이다.

 

지역학이 세계화 시대의 출발점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점은 고무적인 변화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을 먼저 알아야 이를 국가, 세계로 확장할 수 있다는 인식의 결과가 정읍의 자긍심을 얼마나 키울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포토[포토] 윤석열 탄핵! 국민의힘 해체! 촛불집회 이어진 전주시

정치일반김관영 지사, 민주당 단식농성장 방문.."탄핵 힘 보태겠다"

정치일반비상정국 속 민생경제 안정화 노력, 전북특별자치도-시군 협력 강화

정치일반전북자치도, 지방의료원에 79억5000만원 지원, 경영 안정화 총력

정치일반행안부 "대통령실, 비상계엄 선포 국무회의 발언요지 미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