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접고 '음악·음향' 눈 떠 / 전북지역 다양한 공연 제작 참여
19세기 이후 극(劇)이라는 이름을 내건 작품에서 음악과 음향의 역할은 점점 커지고 있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1차원적 효과음을 넘어 입체적으로 소리를 구현하며 관람객의 오감을 자극한다.
이런 이유로 음악 프로듀서 김세선 씨(34)는 음향감독으로 지역 문화예술계의 일꾼이 됐다. 도내 ‘웬만한’ 공연의 제작에 참여했다는 김 씨는 “감각적인 음악을 만드는 사람 가운데 기술적인 음향까지 하는 사람이 적어서인지 많이 불러 주신다”며 “사운드 디자이너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는 창피하지만 공연장에서 관객이 적절하게 소리를 들을 수 있게 스피커 배치나 음역대를 조절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는 8일 전주 한옥마을에서 공연을 앞둔 ‘가보세 갑오년, 전주성’의 작·편곡을 담당해 막바지 수정·보완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에 앞서 그는 올해 전주에서 올린 연극 ‘일상다반사’, ‘염쟁이 유씨’, ‘늘근도둑 이야기’ 등에서 음악과 음향을 책임졌고, 주말마다 도청광장에서 진행하는 ‘우리가락 우리마당’의 일부 공연에 음악감독을 맡았다. 지난해 대표작은 새만금 상설공연이다. 도내 최초로 공연장에 7.1채널 시스템 구축을 디자인했다. 극장처럼 극의 전개와 좌석 위치에 따라 바람소리가 입체적으로 들리도록 하는 기술이다.
그가 음악프로듀서로 추구하는 것은 공감과 동시대성이다.
그는 “창작자보다 실제 이를 수행하는 플레이어 위주로 노래를 못하는 사람에게는 부르기 쉽게 하고 다른 효과로 보완한다”며 “재연하는 공연도 해마다 연출, 음악, 대사가 바뀌며 현재와 호흡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현재 음악작업을 하는 ‘심봉사 굿보다’의 경우 창극이지만 국악적 보컬 멜로디의 반주는 탱고, 삼바, 차차차 등 라틴음악이다”며 “장난이라고 평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장르를 혼합해 풍자하는 스타일이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음악·음향감독이라는 호칭 이전에 밴드에서 건반을 쳤다. 지난 1990년대 말 유명 락밴드의 드러머였던 삼촌의 영향으로 고등학교와 대학의 스쿨밴드에서 활동했다. 상경해 홍대 인디신에서도 있었다.
하지만 창작활동을 지탱하기 위한 경제력의 필요성은 점점 커졌다. 직장 생활을 하고 틈틈이 독립영화 등의 배경음악을 작곡, 프로듀싱하고 모은 종자돈으로 지난해 5월 기획과 창작활동을 위한 회사를 차렸다. 음향기기를 통한 수익사업을 하면서 음반과 공연 제작을 한다는 구상이었다.
“20대에는 음악만 했는데 길이 안 보였어요. 방향을 제시하고 지원받을 사람이 필요했었는데 혼자 했었죠. 주변을 보니 그런 도움이 필요한 친구들이 눈에 띄었고 이제는 제가 선배의 역할을 하고 싶었어요.”
그는 지난 1월 전액 사비로 ‘그들의 세상’이라는 무언극을 제작하며 음악감독, 대본, 연출을 자청했다. 관객에게 불친절한 연극이라는 평이었지만 첫 시도에 방점을 찍었다. 또한 평소 그가 무대에 올리고 싶었던 주제, 음악, 조명, 영상 등을 맘껏 펼쳤다.
김 씨는 “그래도 연출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배우에게 일부러 주제를 설명하지 않고 공연을 시작했더니 9명이 각기 다른 이야기를 하고, 관객의 반응도 비슷해 나중에는 영상으로 ‘부조리한 시스템에 갇혀 있지만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일상에 치여 사는 모습’이라는 설명을 추가했다”고 들려주었다.
첫 작품을 통해 얻은 것이 더 많다는 그는 “연출 욕심을 버리고 작품 욕심만 부리기로 했다”며 “이를 기점으로 음악감독 일이 많이 들어오기도 했고 출연했던 배우가 주목받는 기회도 생겼다”고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 지역의 문화예술판에 다양한 음악이 공존하고 제작과 기획, 연출이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포부다.
그는 “전주하면 판소리뿐 아니라 전통과 현대가 접합하며 음악이 풍요로운 곳이 되길 바란다”며 “새로운 뮤지션이나 아티스트를 발굴하는 무대를 만들어 지역 음악인의 창작물을 관광 자원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배우나 스탭이 정당한 대가를 받고 고품질의 작품을 만들도록 투자와 기획, 연출이 분리된 제작 체계를 갖추고 싶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