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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시의 약속

정부는 1994년 도·농 통합 작업을 강력히 진행했다. 인접 시·군을 합쳐 통합시로 만들었다. 1995년 지방자치단체 출범을 앞둔 포석이었다.

 

전북은 통합 대상인 전주시-완주군, 이리시-익산군, 군산시-옥구군, 김제시-김제군, 정주시-정읍군, 남원시-남원군 중에서 전주-완주만 통합에 실패했다.

 

전주-완주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제자리 걸음이다. 그동안 세 번의 통합 시도가 있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단체장과 국회의원 등 정치적 이익 집단들이 통합 반대를 선동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통합 작업은 도지사와 전주시장, 완주군수가 통합 찬성 입장을 밝힌 상태에서 진행됐지만 결국 반대 세력에 눌렸다. 이를 놓고 단체장, 조합장, 국회의원 등 정치적 이해 관계를 가진 세력이 물밑에서 반대 여론을 조종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1994년 정부가 시·군 통합을 밀어붙여 대부분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관선 단체장들 때문이었다. 정부는 행정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는 관선 단체장들을 내세워 통합을 관철시켰다.

 

남원과 김제는 별다른 걸림돌이 없었다. 정주시와 정읍군은 조금 달랐다. 하지만 전통성, 역사성을 중시하고 이름을 ‘정읍’으로 정하면서 통합에 성공했다.

 

군산시-옥구군, 이리시-익산군은 진통이 있었다. 도·농 통합이 공식 거론되기 전, 옥구군은 군산시내에 있던 군청사를 대야면으로 이전하기 위해 신청사를 신축하고 있었다. 당연히 반대 여론이 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합에 성공한 것은 군산시 구성원들의 큰 양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군청사 입주가 불발된 대야는 특별한 발전이 없는 상황이다.

 

익산군은 함열을 중심으로 가장 독립적인 곳이었다. 때문에 주민 반발이 가장 거셌다. 당시 익산군수는 주민들로부터 멱살을 잡히는 등 온갖 수모를 당했다. 그러면서 통합 서류에 서명했다. 당연히 당시 주민 정서를 고려해 통합시 이름을 익산시로 하고, 통합시 청사를 북부권(함열)으로 이전하는 약속도 끌어냈다.

 

그리고 20년이 흘렀다. 하지만 사실상 지켜진 약속은 없다. 군청과 함께 관계 기관들이 모두 빠져나갔을 뿐이다. 갈수록 실망 뿐이다. 지난달 27일 익산시의회는 익산시가 제출한 시청 9개 부서 함열 이전 관련 예산을 모두 삭감했다. 통합 농촌지역이 이런 불이익을 받는다면 완주군이 전주시와 통합할 이유가 있을까. 통합 반대자들을 누가 탓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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