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원 1만7000명 참가 / 전문가 동행 곳곳서 강연 / 불교 참여·안전문제 과제
2014 전북세계순례대회(이하 순례대회)가 지난 27일 전주 한옥마을 풍남문광장에서 ‘아름다운 순례, 홀로 또 함께’라는 주제로 시작해 지난 4일 전주전통문화관 놀이마당에서 순례자들과 의미를 되새기며 막을 내렸다. 순례대회는 전체 9개 코스로 전주, 익산, 김제, 완주 지역의 풍광과 종교 문화자원을 이은 240㎞의 ‘아름다운 순례길’을 걷는 행사다. 이 기간 연인원 1만7000여명이 참가해 50여명이 완주했다. 3회를 맞는 올해는 기획 순례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지만 2년 연속 불교계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한 난제를 남겼다.
△주제별 순례 눈길
올해는 문화와 어우러진 기획 순례가 돋보였다. 청년순례 인문학 캠프는 ‘내 마음에 길을 내다’라는 주제어로 안도현 시인과 김현두 커피트럭 여행자가 함께 했다.
문학, 미술, 음악, 건축 등 주제를 정해 전문가와 종교문화를 살필 수 있는 순례도 눈길을 끌었다. 김광현 서울대 교수(건축학과)가 전동성당에서 나바위까지 종교 건축을, 천호성물박물관에서 호남기독교박물관까지 이흥재 전 전북도립미술관장이 순례자들과 종교 미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왕기석 명창은 서문교회에서 송광사까지 동행하며 종교 음악을, 이태영 전북대 박물관장은 책방거리에서 승암산 수류까지 종교 문학에 대한 안내자 역할을 했다. 마지막 날 태조로와 향교길을 걷는 골목길 순례에는 ‘하자밴드’가 타악을 연주하며 순례객 일행을 이끌었다.
더불어 순례객과 지역의 친화력도 높아졌다. 한국길동아리연합회는 완주 상관로컬푸드매장에서 110여가지 품목의 식품 300여만 원 상당의 식재료를 구입했다.
순례대회 관계자는 “마을주민이 자발적으로 순례객을 따뜻하게 맞아 예년에 비해 호응이 좋았다”며 “순례객을 위해 꽃길을 조성하거나 색소폰 연주를 하기도 하고, 직접 농사를 지은 사과나 오이 등을 제공했다”고 전했다.
△길과 인연을 맺다
프랑스 청소년 치유 프로그램 협회인 쇠이유(Seuil)의 총괄기획자인 줄리앙 게레로 씨는 약혼녀인 조 스트로벨 씨와 이번 순례길을 완주했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만난 이들은 순례대회가 끝나고도 4일간 더 ‘아름다운 순례길’을 걸을 예정이다.
최연소 참가자인 김은종 군(11)은 첫 대회부터 3코스씩 순례한 뒤 올 대회에 완주하는 기록을 세웠다. 순례 기간에도 음식물쓰레기를 남기지 않는 등 모범적인 모습으로 같이 걸었던 어른들의 칭찬이 자자했다는 귀띔이다.
식물학자 홍경혜 씨(60)는 제비꽃을 연구하기 위해 순례길을 찾았다 완주 월암마을 할머니의 인심에 반해 해마다 그 길을 걸었다. 홍 씨는 “지난해 할머니가 돌아가시며 자신의 집을 순례자 쉼터로 내주겠다는 유언을 이번 대회에 참여해 들었다”고 들려주었다.
△4대 종단 참여 과제
올 순례대회에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3대 종단만이 참석해 불교계를 껴안는 과제가 지속됐다. 개신교, 불교, 원불교, 천주교(가나다 순) 등 4개 종단이 화합하고 도내 종교·역사·문화 자원을 알린다는 애초 취지가 퇴색하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순례객을 위한 안전 문제도 제기됐다. 지난 4일 순례대회에 참가했던 최모 군(고1)은 “사색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점은 좋았지만 도심 천변을 걸을 때는 안전문제가 있었다”면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과 순례 일행이 부딪치거나 밀쳐지는 일이 종종 있어 길에 대한 통제가 보완됐으면 한다 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