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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이주여성 큰언니 '통·번역지원사'] "낯선 한국땅…언어소통 불편 덜어드려요"

가족생활·업무처리·긴급지원 등 / 초기 정착 과정 '멘토 역할' 톡톡 / 전북지역 다문화가족센터 24명 활동

▲ 결혼이주여성의 큰 언니 역할을 하고 있는 통·번역 지원사들이 전화상담(왼쪽)과 금융업무를 하고 있다.

“갑자기 몸이 아파요. 한국말을 잘 못하니까 병원에 같이 가주셨으면 좋겠어요.”

 

결혼 이주여성이 다급한 목소리로 도움을 요청하자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근무하는 중국어 통·번역지원사 왕줘어씨는 하던 일을 멈추고 병원으로 급히 달려가서 그를 도와줬다. 낯선 땅에서 아직 한국어를 잘 구사하지 못하는 이 결혼 이주여성에게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통·번역지원사는 정말 소중한 멘토이고 의지할 수 있는 친언니 격이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후앙시아핑씨(가명·전주)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학교에서는 가정통신문을 발송하는데, 가정통신문에 기록된 내용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항상 남편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남편이 바쁜 날이거나 출타를 하기라도 하면 학교에서 발송된 가정통신문을 읽어볼 수는 있지만 그 뜻이 무엇인지 잘 이해할 수가 없었던 것.

 

후앙시아핑씨는 “어느 날부터 가정통신문이 중국어로 된 것을 받아보게 됐다”며“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초등학교에서 의뢰해 들어오는 가정통신문을 번역해주면서 자녀의 학교생활에 대한 정보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만족감을 표현했다. 다문화가족의 한국생활 정책에 가장 필요한 서비스 중에 하나가 통·번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통·번역 서비스에 대해 취재해봤다.

 

△통·번역 서비스의 필요성

 

위 사례에서 봤듯이 한국인과 혼인한 결혼이민자들은 한국에 정착해 살면서 언어문제로 인한 여러 어려움을 겪는다. 급하게 병원에 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지만 언어문제로 인해 위기 아닌 위기 상황에 직면한다. 자국에서 같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낯선 한국 땅에서는 이 언어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것들이 위기상황으로 연결될 수 있다.

 

외국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는 282명의 통·번역지원사가 배치되어 결혼 이민자들의 초기 정착과정의 어려움을 돕고 있다. 전북에도 중국, 베트남, 필리핀 등 24명의 통·번역지원사가 초기 정착과정의 결혼 이민자들의 멘토가 되어 이들을 돕고 있다.

 

결혼이민자는 가족간의 의사소통에 있어서, 경제활동을 위한 직장생활을 함에 있어서, 한국의 이웃과의 관계에 있어서, 한국에서의 모든 영역에서 한국어의 원활한 소통을 요구받는다. 이러한 필수적인 한국어 능력의 향상을 위해서 결혼 이민자들은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이루어지는 전문적인 한국어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어를 원활하게 구사할 수 있는 것은 단시일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일정한 정도의 언어능력을 구사할 수 있을 정도의 기간에는 자신보다 언어능력이 뛰어나고 자신에게 애정을 갖고 돌봐줄 수 있는 이웃이 필요하다. 초기 정착과정의 결혼 이민자들에게는 자신을 대변하기도 하고 때로는 변호도 해줄 수 있는 멘토가 절실할 수밖에 없다.

 

특히 결혼이민자는 한국 국적을 취득하기 전에는 외국인 신분이다. 외국인 신분으로 살아갈 동안에는 한국의 출입국관리사무소를 통해 합법적인 체류비자와 체류기간을 부여받는다. 남편과의 관계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경우 체류기간의 연장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남편과의 이혼과 별거상태에 있다거나 남편의 범죄로 인해 수감되었던지, 남편이 사망하였던지 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들이 있을 경우에는 자신의 이러한 사정들을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잘 설명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결혼 이민자들은 출입국관리사무소를 무척이나 무서운 기관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결혼이민자 자신의 과실에 의해 문제가 발생되지 않았으면서도 이것을 증명하는 것에 있어서 두려움과 어려움을 가진다. 이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상태를 설명해야 하는데, 자칫 잘못 설명될 경우 체류기간을 연장받지 못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곧바로 불법 체류상태가 되는 것이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통·번역지원사는 결혼이민자의 체류비자와 기간연장, 국적 취득 등에 관한 부분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통·번역 서비스 분야 다양화해야

 

다문화가족의 혼인이 증가하면서 이혼율도 높아지고 있다. 통계청의 최근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다문화가족 이혼건수는 2012년 1만3701건으로 나타났다. 전라북도의 이혼건수도 501건인데 17개 지방자치단체 중에서 10번째로 높은 이혼율을 보였다.

 

다문화가족의 언어와 문화적인 문제와 경제적인 문제, 고부간의 갈등, 부부간의 갈등이 상당히 날로 다양화 되면서 이들 가정의 소통의 문제가 심각함을 발견할 수 있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통·번역지원사들은 상담 시 전문상담사와 함께 동석하게 된다. 부부와 고부간의 갈등과 문제 등에 있어서 결혼 이주여성의 한국어 능력으로 유추해 볼 때 상호간의 의사소통에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이는 경우도 통역을 동석하여 이루어지는 상담이 진행되면 상호간의 의사소통에 상당한 정도의 문제가 있음을 확인한다.

 

결혼 이민자가 부부와 시부모와의 가정생활에서 이루어지는 일상적 생활용어는 어느 정도 자유롭게 구사하지만, 자신의 내면적인 감정을 세밀하게 드러내고 소통하는 것에서도 상당한 한계성을 드러내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상담에 있어서도 통·번역지원사의 역할을 두드러진다. 일반 내국인에 대한 상담이 1시간 소요된다면 외국인인 결혼 이민자와의 상담은 한국어와 외국어를 몇 차례 통역을 통해 주고받는 수고스러움이 발생한다. 따라서 상담의 시간도 두 배 이상이 걸리기도 하는데, 통·번역지원사의 수고스러움이 크다.

 

통·번역지원사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다양한 업무를 담당한다. 가족생활 및 국가 간 문화차이 등 입국 초기 상담, 결혼이민자 정착지원을 위한 국적과 체류 관련 정보제공, 임신·출산·양육 등 생활정보 안내 및 상담, 한국어 교육 등 교육과정 통역지원, 전화 및 이메일 통·번역 업무처리, 가족간의 의사소통 통역, 행정 사법기관 이용 시 통번역, 병원·보건소·경찰서·학교 등 공공기관 이용 시 통·번역, 위기 상황 시 긴급지원 등을 지원하면서 통·번역지원사는 다문화가족의 정착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필리핀 통·번역지원사 리디아씨는 “필리핀 사람들은 무슨 문제가 발생되면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고 혼자서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통·번역지원사를 통해 고민과 문제를 털어놓고 적극적인 도움을 요청해서 한국에서 정착하는데 시간을 아끼고 어려움을 공유할 수 있도록 지원 분야를 다양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주저하지 말고 통·번역 서비스를 이용해 달라”고 주문했다.

▲ 이지훈 전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센터장

● 중국어 통·번역지원사 왕줘어 씨 "한국 체류기간 2년 이상, 양성교육과정 이수해야"

-다문화가족에 대한 통·번역지원의 언어는 몇 개국 정도 됩니까.

 

“베트남과 중국이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과 베트남을 지원하고요. 필리핀의 따갈로그와 영어를 지원합니다. 각 지역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마다 통·번역 지원의 언어가 조금씩 다르기는 합니다만, 기본적으로 3개국의 언어를 중심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캄보디아어, 태국어, 러시아어, 몽골어 등은 다른 지역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내에 일찍 한국으로 시집을 온 결혼이민자 자원봉사자들이 있어서 그분들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통·번역지원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충족되어야 합니까.

 

“통·번역 지원사가 되기 위해서는 한국에서 체류한 기간이 2년 이상이 되어야 합니다. 학력은 고졸 이상이어야 하고요. 한국어능력시험에서 3급~4급 이상을 패스한 사람이어야 합니다. 한국어능력은 외국어대학교 등에서 별도의 평가시험을 통해 수준을 체크합니다. 또 별도의 통·번역지원사 양성교육 과정을 이수해야 합니다.”

 

-통·번역지원사 양성교육 과정은 어떻게 됩니까.

 

“양성교육 과정은 통번역 영역, 한국어 영역, 결혼이민자 관련 법과 인권, 상담 등에 관한 교육 등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 교육과정은 50시간으로 보통 서울에서 합숙교육 형태로 짜여 있습니다. 이 양성교육과정 이외에도 해마다 4회씩 보수교육을 통해 통·번역지원사로서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을 받습니다. ”

 

-통·번역 지원서비스를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통·번역 지원서비스를 받으려면 먼저 통역이나 번역에 관한 신청서식을 작성해야 하는데요.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문의하면 그 서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긴급한 경우에는 먼저 서비스를 진행합니다. 그리고 서비스는 무료로 진행이 됩니다. 다문화가족에 관한 공적인 사항이 아닌 다른 부분은 서비스의 영역에 속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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