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시문
〈제시문 1〉
작년 여름, 일본의 한 소도시에 미켈란젤로의 걸작 다비드 상 모조품이 설치됐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반응이 나타났다. 쳐다보기 민망하다며 벌거벗은 남자 조각상에 속옷을 입히라는 주민 요구가 쏟아진 것. 6일 AFP에 따르면 시마네 현 오쿠이즈모 출신의 한 사업가가 높이 5m의 다비드상과 밀로의 비너스상 모조품을 고향에 기증했다. 두 조각품은 조깅트랙, 야구장, 테니스 코트, 산악자전거 코스 그리고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기구 등이 있어 지역주민이 애용하는 한 대형 공원에 설치됐다.
하지만 일부 주민은 이를 반기지 않았다. 갑자기 설치된 조각상이 너무 커 어린아이들이 무서워한다고 지역 국회의원들에게 토로한 것.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다비드상의 주요 부위를 가리기 위에 속옷 입히자는 주민도 여럿 있었다. 이 지역 공무원 모리나가 요지 씨는 두 조각상 모두 누드 상태의 남녀 몸을 형상화한 것으로 이런 예술작품은 이 고장에선 매우 드물기 때문에 생긴 해프닝 같다고 풀이했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 주민이 두 조각상의 가치를 알아볼 것이며 학생들의 미술교재로도 유용하고 언젠가 관광자원이 될 수도 있다고 지역 당국은 믿고 있다고 전했다. - “나체 다비드상 ‘민망’, 속옷 입혀라”황당 요구, 동아일보, 2013. 2. 7.
〈제시문 2〉
미술가가 얻으려고 하는 효과가 무엇인지를 미리 알아낼 수는 없기 때문에 어떠한 종류의 규칙을 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술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이라 할지라도 그가 일단 옳다고 생각하면 그것을 시도해 볼 수도 있다. 그림이나 조각이 어떻게 되어야 옳은지를 말해 줄 수 있는 규칙이 없기 때문에, 우리가 어떤 미술 작품이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정확하게 말로 표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러나 그것이 어느 작품이나 다 마찬가지라거나, 사람들의 취향에 대해서는 논의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설령 그러한 논의들이 별 의미가 없다고 할지라도 그 논의들은 우리로 하여금 그림을 보도록 만든다. 그리고 우리는 그림을 더 많이 봄으로써 이전에는 발견할 수 없었던 것들을 보게 된다. 우리는 각 시대의 미술가들이 이룩하려고 고심해 온 그런 종류의 조화 - 전통적인 법칙들을 깨뜨리면서도 이전에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그런 종류의 조화 - 에 대한 감각을 발달시키기 시작한다. 이러한 조화에 대한 우리의 느낌이 풍부해질수록 그만큼 더 그런 그림들을 감상하는 것을 즐기게 될 것이다. 그리고 결국 그것이 제일 중요한 점이다. 취향에 관한 문제는 논의의 여지가 없다는 속담이 맞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러한 논의가 취향을 개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은폐할 수는 없다. 이것은 누구나 아주 작은 분야의 경험을 통해 시도해 볼 수 있다. 차를 마시는 데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한 종류의 차가 다른 종류의 차와 맛이 다르다는 것을 못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만약에 차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맛을 음미할 여지와 기회가 있다면, 그는 선호하는 차의 유형과 혼합을 정확하게 가려낼 수 있는 감식가로 발전할 것이다. 또 그의 보다 큰 지식은 최상의 차를 즐기는 데 보탬이 될 것이다.
미술에 대한 취향은 분명히 음식과 술에 대한 것보다는 훨씬 더 복잡할 것이다. 그것은 여러 가지 미묘한 맛을 발견하는 문제일 뿐만 아니라 훨씬 진지하고 중요한 것이다. 결국 위대한 미술가들은 미술 작품에 그들의 모든 것을 바치고 그 작품 때문에 고통을 받았고 작품에 심혈을 기울였으므로, 그들은 우리에게 최소한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미술 작품을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요구할 권리가 있는 것이다. - 곰브리치, 〈서양 미술사〉
〈제시문 3〉
지금 눈앞에 너무나 아름답고 멋진 김태희 혹은 송중기가 있다고 생각해 보자. 유명 연예 기획사의 스카우트 매니저라면 그 사람을 보고 연예인으로서의 상품성을 생각하겠지만, 우리는 그 아름다움과 멋진 모습에 감동할 것이다. 이 행위를 칸트는 ‘무관심성’이라고 하였다. 대상을 보고 미적 판단을 할 때 아름다움 이외의 다른 것이 생긴다면 그것은 미적 판단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피겨 스케이트 김연아를 떠올려 보자. 아마도 보통 대부분의 사람은 긍정적인 의미로 김연아를 아름답게 볼 것이다. 이때 ‘아름다운 김연아’가 보편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모두 다 완벽하게 아름다움을 인정하지는 않더라도 대부분이 그렇다는 의미에서 보편성이 성립되는 것이다. 내가 어떤 것을 아름답다고 여긴다면, 나는 모두가 그것에 동의해야 됨을 요구한다. 이러한 요구를 분명하게 할 필요는 없지만, 그럴 수도 있을 것이며 또 그것은 정당화될 수 있다고 칸트는 말하고 이를 ‘보편성’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우리가 무엇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끼면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느낄 필연성이 있다. 이런 필연성을 설명할 때 사람들이 갖게 되는 공통된 느낌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지만 우리가 하나의 미적 판단에 공통되는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이며 서로가 이 느낌을 소통하게 된다. 왜냐하면 인간은 소통을 바라는 욕구가 선천적으로 있기에, 두루 통하는 느낌을 필연적으로 가지려는 것이다. 이를 칸트는 ‘필연성’이라는 말로 설명하고 있다. 결국 칸트는 무엇이 아름다운지 선택하는 것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판단의 기준은 확고하고 보편적이라 말하고 있다. 그래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감정이 모든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경기도교육청, 〈고등학교 철학〉
■ 논제의 포인트 및 평가기준
■ 논술문을 6단 논법으로 재구성하기
■ 쟁점 논제
1. 논술 논제
제시문 2와 제시문 3 중 하나를 선택하여, 이를 근거로 제시문 1에 나타난 주민의 행동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하시오. (800자 내외)
(전북일보 논술에 참여하고자 하는 학생은 daum.net로 메일주시기 바랍니다)
2. 면접 논제
외설이라는 이유로 특정 예술 작품의 출품을 금지하는 것이 정당한지에 대해 주위 학생과 토론해 보세요. (면접은 주변 학생들과 해보기 바람)
■ 쟁점 기출문제
한양대 2011학년도 수시2차 모의 논술고사
지문 〈가〉와 〈나〉는 예술을 바라보는 두 관점을 간단히 요약한 것이다. ① 〈가〉와 〈나〉를 바탕으로 칸트의 미학과 헤겔의 미학의 차이를 비교하고(700자), ② 〈가〉와 〈나〉의 견해를 종합하여, ‘예술과 사회의 올바른 관계’에 대하여 논하시오(700자).
■ 쟁점 관련 도서
〈칸트 미학〉, 크리스티안 헬무트, 베첼
〈서양 미술사〉, 곰브리치
■ 쟁점 관련 영화 - 서편제, 시
■ 학생 논술문과 교사 총평
1. 학생 논술문
제시문 2와 3은 미적 가치의 기준 설정에 있어서 상이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제시문 2에서 예술의 가치는 객관적인 기준이 아닌 주관적인 해석을 통해 드러난다. 이러한 주관적인 취향은 경험과 교육을 통해 발전되며 작가가 의도한 미적 가치를 읽어 낼 수 있다. 제시문 3에서 미적 판단은 ‘아름다움’이라는 보편적 기준을 통해 이루어진다. 사람들은 ‘아름다움’에 대해 다른 이들과 소통하면서 미적 가치를 공통적이고 객관적으로 인식한다.
제시문 2의 관점으로 제시문 1의 주민들의 행동을 비판할 수 있다.
예술에 대한 가치는 주관적인 해석을 통해 재인식되고 발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관적인 느낌을 통한 미적 판단은 사람들에게 예술에 대한 사고를 확장시키고 미적 감성을 높여준다. 이러한 상대적인 가치는 사람들이 무수히 많은 경험과 작가와 공감하려는 노력을 통해 빛을 발하고 후대에까지 전승된다. 하지만 제시문 1의 주민들은 객관적인 기준으로 예술품을 바라보며 작품의 예술성을 무시한다. 그들은 예술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사회적 통념을 기준으로 설치된 예술품을 평가하였다. 이러한 무지는 예술의 지평을 넓히는 것을 방해하고 예술의 가치를 저해한다.
이러한 주민들의 행동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미적 감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적 프로그램이 수반되어야 한다. 다양한 예술적 경험을 통한 주관적인 해석은 예술의 가치를 재발견 하고 그들의 미적 쾌락 또한 높여 ‘아름다움’을 인식하는 사회를 구현한다. 최강혁(전북외고 2학년)
2. 교사 총평
이번 논제의 핵심은 제시문을 읽고 이를 근거로 미적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에 대한 자신의 논지를 전개하는 것이다. 제시문 2에서는 미적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은 주관적이고, 미적 가치를 판단하는 감식안은 개발을 통해 가능하며, 이를 통해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아름다움을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반면 제시문 3에서는 미적 가치를 판단하는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기준이 존재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보편적인 미의 판단 기준을 뒷받침하는 칸트의 철학 이론을 소개하고 있다. 따라서 이 논제에 대해 충실히 답변하기 위해서는 우선 제시문 1에 나타난 주민의 행동을 미적 가치의 판단 측면에서 정리하고, 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제시문 2와 제시문 3 중 하나를 근거로 하여 논리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이를 전제로 최강혁 군의 논술문에 대한 평가를 내려 보도록 하겠다.
최강혁 군의 글은 우선 제시문 2와 제시문 3의 논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제시문 2에서는 미적 판단의 기준이 주관적이고, 제시문 3에서는 객관적이라는 논지를 펼치고 있음을 정확히 파악하여 제시하고 있어 제시문에 대한 이해 분석력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제시문 2의 내용을 근거로 하여 주민들의 행동을 비판하고자 하는 논지를 논리적으로 잘 전개하고 있다. 또한 글의 결론에서 이러한 주민들의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한 대안까지 제시한 점 역시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제시문 1의 내용을 바탕으로 제시문 1에 나타난 주민들의 행동을 정리하여 서론에 제시하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논제에서 제시문 1에 나타난 주민들의 행동에 대한 생각을 제시하라고 하였다면, 당연히 주민들의 행동이 어떠했는지 제시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였다. 또한 문단과 문단의 연결이 자연스럽지 못한 점도 눈에 띈다. 문단과 문단의 관계를 드러내 줄 표지를 넣으면 보다 글이 자연스럽게 됐으리라 생각한다. 특히 3문단과 4문단에 연결어가 빠진 것이 유독 눈에 띄므로 수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최강혁 군의 글은 제시문에 대한 이해력이나 논지 전개력이 훌륭하므로 위에서 제시한 점만 보완한다면 완벽한 논술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훌륭한 논술문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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