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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전북무형문화재 추가 지정 3인 - ①판소리 왕기석 명인

33년간 150여 작품 활동 / 전주대사습 명창부 장원 / 작년 '광대전'서 우승도 / 제자들에 '됨됨이' 강조

▲ 왕기석 명인이 앞으로 목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북도를 대표하는 무형문화재 3인이 지난달 추가 지정됐다. 전북무형문화재 제52호 승무 문정근(61), 제19호 소목장 천철석(55), 제2호 판소리 왕기석 명인(51)이 그 주인공. 이에 본보는 전북무형문화재 3인을 차례대로 소개하고 이들의 삶과 전통 예술, 향후 계획 등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저는 요즘에 ‘반(半) 방’ 정도는 보내는 것 같은데…(웃음)”

 

왕기석(51) 명창은 ‘소리는 한 방’이라 역설한다. 소리의 길로 들어 선지 어느덧 45년. 이제야 한 방의 절반인 반 방을 날렸다고 하니, 죽을 때까지 제대로 된 한 방을 날리고 싶은 소리꾼의 집념이 엿보이는 말이다.

 

현재 시립정읍사국악단 단장인 왕 씨는 1980년 국립창극단 연수단원으로 입단해 33년간 150여 편의 창극에서 대표 배우로 활동해 왔다. 모든 소리꾼들의 꿈인 2005년 제31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판소리 명창부 장원을 차지하고, 2013년 MBC 판소리 서바이벌 제2회 광대전에서 우승을 거머쥐면서 ‘소리’ 외에 더 이상 바라는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지난달 전북무형문화재 제2호 보유자가 됐다.

 

“힘 있을 때 하고 싶은 일,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는 심정으로 고향인 전북으로 내려왔는데 운 좋게 기회가 일찍 주워졌어요. 정말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어깨가 더 무겁기도 하고…. 판소리 무형문화재의 역할과 자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네요.”

 

돌아보면 삶이 그랬다. 안정과 변화는 계절의 순환처럼 늘 주위를 맴돌았고 그때마다 그는 조각들을 하나하나 맞춰 갔다.

 

국립창극단 정단원이 된지 3년만인 1986년 국립극장 대극장에 오른 창작 창극 ‘용마골 장사’에서 첫 주역을 맡았다. 24살의 젊은 청년 소리꾼에게 주인공을 맡긴 일은 파격적이었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느껴질 때 그는 공연에서 주인공을 박탈당했고, 보따리 하나를 들고 대사 없이 무대 뒤편을 서성거려야 했다. 당시의 채찍질은 분명 큰 약이 됐다.

 

주인공 역할도 중요하지만 오히려 그는 한 대목을 나와도 기억에 선명히 남는 역할을 선호한다. 판소리 다섯 바탕 중 ‘심봉사’와 ‘놀부’를 가장 매력적인 역할로 꼽는 이유이기도 하다.

 

“흥보가에서 놀부는 연기를 마음 놓고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좋아하고, 또 많이 하기도 했어요. 때문에 실제 성격까지 놀부와 같은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제 성격이 놀부는 아닌데….”

 

실제 그는 20여명의 제자들을 가르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인간의 됨됨이를 강조한다. 신재효의 ‘광대가’를 빌어 “신재효 선생은 광대라 하는 것의 제일을 인물 치레로 꼽고 사설, 득음, 너름새를 순서대로 광대가 갖춰야 할 기본 요소로 말했어요. 예술가이기 전에 사람이 먼저 돼야만 해요. 실력은 노력으로 만들어 지지만 이해심, 자연에 대한 경외심 등은 단기간에 갖춰지는 것이 아니니까요.”

 

이런 그에게 최근 목표가 생겼다. 가족 창극을 마당으로 끌어내겠다는 것.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판소리를 쉽게 풀고 시대정신 또는 사회 현안을 담아내겠다는 의도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가족 창극을 고유의 판인 마당과 대청마루, 마을의 고샅에서 재현하고, 제작비 마련을 위해 왕기석 창극 펀드를 조성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

 

끝으로 소리의 매력에 대해 물었다.

 

“소리의 매력? 잘하면 기가 막히게 좋아. 이것만큼 좋은 게 없어요. 혼자 연습하다가도 내 소리에 내가 빠져들 때가 있어요. 내가 이렇게 좋은데 귀 명창들은 얼마나 좋아할까라는 생각이 들죠. 잘하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문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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