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공연하고…난타도 배우고…/ 전북 5곳 지역민 통합 문화지원사업 / 움츠렸던 다문화 아이들 자존감 쑥~
행정자치부의 2013년 통계자료에 따르면 국제결혼한 다문화가족 자녀의 수는 16만 6333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도의 경우 다문화가족 자녀의 수는 9200명에 이르는데, 전주시가 1581명으로 가장 많고 무주군이 220명으로 제일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문화가족 자녀들 중 초·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자녀들은 전북도교육청의 2013년 통계자료에 따르면 3209명이다.
초·중·고등학교에 재학하는 학생수가 지금은 그다지 높지 않지만 곧 이들의 수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문화가정의 자녀가 증가하면서 이들이 다양한 도전과 어려움에 직면하는 사례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실제 전주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한 다문화가족 자녀가 비다문화 자녀와 함께 애국가를 부르고 있었다. 그 때 비다문화 자녀가 다문화자녀에게 “야, 너는 한국사람도 아닌데 왜 애국가를 불러!”라는 말을 던졌다.
이 말에 다문화가족 자녀는 울음을 터트렸다.
전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김동준 팀장은 “다문화가족이라는 이유 때문에 상처를 받게 된다면 또래 관계 뿐만 아니라 학교 생활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다른 나라에서 온 부모에 대해서도 창피하게 생각하게 된다”면서 “다문화가족 자녀의 자존감 향상과 함께 어떤 차별적 환경과 위기 속에서도 이를 극복하는 회복 탄력성을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문화가족과 비다문화가족간 공감대 쌓기
“정말 잘한다. 나도 하고 싶어요.”
한 다문화가족 자녀의 말이다.
지난 19일 전주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에서는 다문화 가족과 함께 하는 뮤지컬 ‘오즈의 마법사’가 무대에 올려졌다.
이 행사에는 결혼이주여성과 자녀 등 2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큰 호응과 행복한 웃음 속에 공연이 마무리 됐다.
다문화가족 부모와 자녀들의 반응은 무척이나 뜨거웠다.
필리핀에서 건너온 이주여성 가롤린 씨는 일곱 살 배기 딸과 함께 뮤지컬에 출연했다. 약 5개월간의 공연을 위한 연습기간 가롤린 씨와 딸은 좀 더 친근한 친구가 될 수 있었고 서로를 지지하는 폭이 더욱 커졌다.
이번 뮤지컬 무대는 다문화가정의 엄마와 자녀, 비다문화가정의 엄마와 자녀 등 20여명이 지난 5월 말부터 25차례에 걸쳐 연습한 끝에 완성됐다.
엄마와 함께 만든 뮤지컬 공연은 많은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 냈다. ‘다문화 뮤지컬 더불어 숲’의 프로그램에서의 공연은 다문화가족 인생의 무대에서 잊지 못할 경험이 될 것이고, 뮤지컬을 공연하는 동안 상호를 지지하고 이해할 수 있게 했던 것도 중요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다문화 지역민 통합 문화지원사업
전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주관하고 전북도와 전주시가 지원한 ‘뮤지컬 더불어 숲’ 프로그램은 전북도의 ‘다문화 지역민 통합 문화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이 프로그램은 ‘뮤지컬 더불어 숲’이라는 주제 아래 다문화가족과 비다문화가족이 함께 참여해 만들어진 작품이다.
다문화가족은 이주여성을 비롯해 다문화 자녀가 참여했고, 비다문화가족은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공모를 해 선정된 사람들로 구성됐다.
다문화가족과 비다문화가족이 함께 참여한 이번 프로그램은 국내에서 처음 시도된 것이다. ‘다문화 지역민 통합 문화지원사업’은 다문화가족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과 함께 다문화가족 자녀들의 자존감을 향상시키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또한 다문화가족만 뿐만이 아니라 지역의 시민과 함께 만드는 소통과 통합을 목적에 두고 있다.
‘다문화 지역민 통합 문화지원사업’은 전주시, 김제시, 장수군, 고창군, 완주군이 함께하는 사업이다.
전주시는 ‘뮤지컬 더불어 숲’을 중심으로 문화적 활동을 진행해왔고, 김제시는 ‘지평선 어울림 합창단’, 장수군은 ‘물뿌랭이 마을 합창단’, 고창군은 ‘모로모로 축구단’, 완주군은 ‘타드림 난타교실’ 등의 주제로 다문화가족을 중심으로 지역민이 참여하는 형태로 프로그램을 만들어왔다.
△다문화가족 자녀 자존감 높이기
다문화가족 자녀의 자존감은 부모에 대한 존중감과 자기 정체성에 대한 이중성을 인정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우리 사회는 아직 아시아권에서 온 이주민들에 대해 다소 하향적인 차별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시선은 다문화가족 자녀들이 부모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고 부끄럽게 여기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따라서 아시아 이민자들을 존중하는 의식의 전환이 절실하다.
또한 다문화가족의 부모들은 자녀를 가르칠 때 한국인이라는 정체성과 아시아 국가 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음을 알려줘야 한다. 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다문화가족 자녀의 자존감 향상은 사회적 지지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다문화가족 자녀들의 자신감을 키워주고, 자존감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끝〉
● '오즈의 마법사' 출연 박민지 양 "사람들 앞에 나가기 싫었는데 공연하며 자신감 크게 늘었죠"
-어떻게 이번 뮤지컬 공연에 참여하게 됐나요.
“엄마가 뮤지컬 공연이 있다고 하면서 하라고 알려줬어요. 뮤지컬은 노래도 부르고 여러 가지 것을 다할 수 있으니까 해보고 싶었어요. 공연도 나가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요.”
-어떤 역할을 맡았고 생각나는 대사가 있나요.
“저는 양철나무꾼 역할을 맡았어요. 양철나무꾼이 마음이 없어 마음을 갖고 싶어서 오즈의 마법사를 만나러 갔는데요. 오즈의 마법사가 양철나무꾼에게 한 대사가 기억에 남아요. ‘양철나무꾼은 마음이 없다고 하지만, 마음 또한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지. 다만 착하고 아름다운 마음씨와 그렇지 못한 마음씨가 있는 것이야. 마음이 있다면 슬플 때도 괴로울 때도 있단다’”
-엄마와 함께 뮤지컬에 참여했는데.
“다른 뮤지컬은 아이들만 하는데요. 엄마랑 함께 했던 것이 느낌이 좀 달랐어요. 서로 도와가며 차근차근 대사를 외우고, 노래를 배우면서 더 친해진 것 같아요.”
-평소보다 자신감이 늘었다고 생각하는가요.
“처음에는 사람들 앞에 나가기 싫었었는데, 이제는 사람들 앞에 나갈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예전에 비해 자신감이 크게 늘었어요.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해보고 싶어요. 다음에도 역할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하고 싶어요.”
-장래 꿈은 무엇인가요.
“댄스 가수가 되고 싶어요. 노래하고 춤을 추니까 좋아요. 노래하고 춤을 출 때면 다른 힘든 생각도 안 들고 즐겁고 행복해요. 학교 성적 같은 것도 생각하지 않으니까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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