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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과정 갈등' 이슈 분석] 증세 없는 복지정책, 밀어붙이기 '반발'

'보편적 복지' 대선 공약 불이행, 정치 불신 팽배 / 무상보육 필요성 인식 사회적 합의 도출 급선무

▲ 25일 한어총 전북어린이집연합회는 전북도청 앞에서 “어린이집이 배제된 누리과정 예산을 즉각 철회하고 모든 어린이집에 대한 보육료 지원 방안을 마련하라”며 대규모 결의대회를 갖고 있다. 추성수기자 chss78@

25일 여야가 ‘3+3’ 협상 끝에 누리과정 예산 국고 지원에 관해 일부분 합의를 이뤘다. 하지만 예산의 일부를 국고에서 증액 편성해 지원한다는 내용만 나왔을 뿐, 지원 액수에 대해서도 여전히 여야의 의견 차가 크다.

 

같은 날 한어총 전북어린이집연합회는 전북도청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어린이집이 배제된 누리과정 예산을 즉각 철회하고 보육료 지원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장하면서 집단 휴원을 거론하고 나섰다.

 

전북도교육청은 합의 내용이 여전히 미흡하다며, 입장 변화가 없음을 천명했다. 이에, 누리과정을 둘러싼 이 같은 갈등 상황을 되짚어봤다.

 

△바닥난 곳간…‘증세 없는 복지’의 한계

 

2012년 2월, 정부는 영유아 무상보육 대책을 내놓았다. 그리고 이 해 만5세 아동들에 대한 무상보육이 시작됐다. 이것이 ‘누리과정’의 시초다.

 

그리고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만3~5세 무상보육’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로써 2013년부터 지원 대상이 만3~5세로 확대됐다.

 

정부는 경제성장률을 4%로 잡고 이에 따라 세수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각 시·도교육청 재원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 수입 총액의 20.27%’에 교육세법에 따른 수입을 더한 것(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제3조 2항)으로 정해져 있다. 세수가 늘면 자연히 교부금이 늘어난다. 정부는 이처럼 교부금이 늘어나면 각 시·도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을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 것. 유치원 예산은 각 시·도교육청이 부담하고, 어린이집 예산은 국가와 지자체 및 각 시·도교육청이 일정 비율로 분담하기로 돼 있다.

 

하지만 2015년도 예산을 편성할 시기가 다가오면서, 정부는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고 이전까지의 정부 부담분을 각 시·도교육청에 넘겼다.

 

도교육청의 경우, 2012년에는 누리과정 예산으로 유치원에 441억, 어린이집에 206억을 편성했다. 2013년에는 유치원에 545억, 어린이집에 395억이 들었고, 올해에는 유치원·어린이집에 각 625억씩 투입됐다.

 

어린이집 예산을 보면, 만3~5세 보육이 시작된 2013년에는 도교육청은 만5세 아동에 대한 예산 전액과 만3~4세 아동에 대한 예산 일부를 부담했지만, 올해에는 만4~5세 아동에 대한 예산 전액과 만3세 아동에 대한 예산 일부를 부담했다. 내년에는 도교육청이 만3~5세 아동에 대한 예산 전액 817억을 부담해야 한다. 문제는,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내국세 수입이 줄어들면서, 자연히 이 누리과정 예산의 재원인 교부금이 늘기는커녕 오히려 줄어버렸다는 데에 있다.

 

올해 교부금은 40조8681억원이었지만, 내년도는 39조5206억원으로 1조원 이상 줄어들 예정이다. 도교육청이 받는 금액도 올해 본예산 대비 733억, 추경예산 대비 483억이 줄어든다.

 

이 때문에 새정치연합은 법인세 증세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25일 회동에서 여야는 법인세에 대한 합의는 이루지 못했다.

 

△법률적 논쟁의 쟁점

 

정부는 영유아보육법 시행령 제23조를 법적 근거로 들고 있다. ‘영유아 무상보육 실시에 드는 비용은 예산의 범위에서 부담하되,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른 보통교부금으로 부담한다’고 돼 있으므로 각 교육감들이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것.

 

그러나 김승환 교육감을 비롯한 시·도교육감들은 시행령이 아닌, 상위법인 법률에 의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제1조는 이 교부금을 ‘교육기관 및 교육행정기관을 설치·경영함에 필요한 재원’으로 명시하고 있어 ‘보육시설’인 어린이집 예산을 편성할 수 없으며, 영유아보육법 제34조 3항에는 ‘무상보육 실시에 드는 비용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거나 보조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어 국가가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것.

 

지난 18일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전북·경기·강원교육감과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법적 문제를 인정하고, 법 개정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어린이집 관계자 및 학부모들은 ‘평등’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유아교육법 제29조를 들어, 유치원과 어린이집 모두 무상보육의 대상이며 지원이 중단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유치원은 교육청 소관이라 보육료가 지원되고, 어린이집은 지자체 소관이라 보육료 지원이 안 된다면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 ‘정치 실종’…사회적 합의 바탕으로 가야

 

누리과정은 대선공약이므로 이를 이행할 책임이 기본적으로는 정부에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고 버텨온 것은 무상급식과 같은 지방 교육청의 복지사업을 흔들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여당은 ‘무상급식 예산을 돌려 누리과정 예산으로 편성하라’며 목소리를 높여왔다.

 

정치평론가 한윤형 씨(미디어스 )는 “이미 2012년 대선을 통해서 보편적 복지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는 이뤄진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 ‘야당 사업 하지 말고 우리 대선공약을 우선으로 집행하라’고 하는 것은 ‘정치 실종’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이와 같은 논쟁이 촉발되는 맥락 자체가 대단히 ‘정파적’이라는 것이다.

 

누리과정이 기본적으로 ‘정치적’인 구호에 따라 나온 정책인 만큼, 해법 또한 결국 ‘정치’에 있다.

 

출산율 저하 및 노동인구 감소 문제가 심각해진 상황에서, 무상보육의 필요성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는 이제는 드물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이 같은 사회적인 합의를 바탕으로, 보편적 복지의 주체를 명확히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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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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