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최기호 씨 '태인·칠보의 혼불'] 애향심이 꽃 피워낸 정읍 향토사 집대성

조선왕조실록서 동학까지 470쪽 분량 책자에 담아내

현직 법률사무소 사무장이 정읍지역에 내려오는 향토사를 집대성해 눈길을 끈다.

 

저자인 최기호 씨(70)는 ‘옛 태인현권 역사의 한 모퉁이에 대한 연구보고서’라 표현한 〈태인·칠보의 혼불〉(하늬바람에 영글다)을 발간했다.

 

그는 “고향의 역사 연구에 도움이 되고자 집필했다”며 “태산권인 태인 칠보 옹동 산내 산외 감곡 북면 일대의 향토사 연구에 불쏘시개가 되길 바란다”고 발간의 변을 밝혔다.

 

그는 이어 “기록되지 않은 역사는 풍설이나 전설로 지워지는 만큼 정체성 정립을 위해 역사 서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역사 서술은 선인을 위한 진혼이자 재생작업으로 정작 태인현권에 살고 있는 후인은 그 흔적을 그냥 지나치기 일쑤여서 이전에 펴낸 〈태산의 향기〉를 보완하고 증보 형식을 빌렸다”고 설명했다.

 

저자는 인물과 장소를 중심으로 다양한 곁가지 이야기를 실어 이해를 도왔다. 조선왕조실록의 해석과 원문뿐 아니라 사진 자료를 함께 실었다. 그는 직장 생활을 병행하며, 2년에 걸쳐 자료를 수집하고 470쪽 분량의 원고를 탈고했다.

 

단종의 비였던 칠보 태생의 정순왕후 송씨, 태인 출신으로 영조의 어머니 숙빈 최씨의 인생을 소개하며 파란만장한 조선왕실의 사건과 주변 인물을 담았다.

 

동학농민혁명을 이끈 태인 출신 지도자들을 통해 조선 말기 패국의 과정과 동학농민군의 최후를 살폈다.

 

또한 정읍지역과 인연을 맺은 의외의 인물도 알 수 있다. 소설가 홍명희의 경우 그의 아버지 홍범식이 태인 군수로 부임하면서, 일본 유학시절 방학 중에 부친의 임지에서 방각본(坊刻本) 고서를 읽었다는 것. 이에 앞서 300년 전에는 허균이 함열로 유배됐다 태인에서 은거한 기록도 보탰다. 일재 이항, 동초 김석곤, 모은 박잉걸 등 인물뿐 아니라 고현내 향약, 칠광십현 등 선비문화와 관련한 자료도 소개했다.

 

또한 송시열의 사사장소로 태인과 정읍간 지경(地境)터를 꼽았다. 유배지인 제주도에서 한양으로 올라가던 도중 정읍현과 태인현의 경계인 지경터에서 왕명으로 사약을 가지고 내려온 금부도사를 만나 그 자리에서 사사됐다는 설이다. 당시 양 관할의 관리들이 서로 시신 수습을 피하려 할 때 태인현 유림의 세력이 정읍현보다 강해 정읍현 서리가 시신을 대전으로 운구했다는 ‘썰’을 조선왕조실록에 근거해 추정했다.

 

저자는 ‘정자 주변의 연못에 핀 연꽃 향기가 주위에 가득하다’해서 붙여진 피향정(披香亭)의 유구한 역사도 자랑했다. 신라시대 말 최치원이 태산현감으로 재임하던 시절 창건한 뒤 몇 차례 중건을 거쳐 오늘날에 이르렀고 시인과 묵객의 시문도 실었다.

더불어 국내 최초 방각본의 출판지로 태인을 꼽았다. 방각본은 조선시대 민간 출판업자가 목판으로 간행한 책이다. 태인 출신 손기조의 간본(刊本), 전이채·박치유의 간본으로 간행한 13종의 책이 우리나라 최초의 방각본으로 전해내려 온다는 근거를 들고 있다.

 

추천사를 쓴 한승헌 변호사는 “지역이나 명소마다 간직된 사연이 잘 정리됐고, 내용의 풍성함과 치밀함이 놀랍다”며 “ 저자의 남다른 애향심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고 기술했다.

 

최기호 씨는 김제에서 태어나 정읍에서 자랐다. 경희대 경영대학원을 수료하고, 변호사 이용훈 법률사무소와 변호사 한승헌 법률사무소를 거쳐 (주)유신에서 근무했다. 현재 석률합동법률사무소 사무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 〈태산의 향기〉가 있다.

이세명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국회·정당연말 정국 혼란⋯"전북 예산 감액 우려"

국회·정당자치단체 에너지분권 경쟁 '과열'⋯전북도 움직임 '미미'

정치일반전북-강원, 상생협력 강화…“특별자치도 성공 함께 만든다”

정치일반새만금, 아시아 관광·MICE 중심지로 도약한다

자치·의회전북특별자치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북자치도 및 도교육청 예산안 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