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일당

▲ 김영
나무와 나무 사이의 푸른 하늘을 한 번에 넘는 것은 청설모의 재주, 요구르트 한 병을 던져주자 나무 아래로 쪼르르 내려와 두 손으로 받는다 작은 이빨로 꽉 물고 두 다리로 버티고 나무 꼭대기 새끼가 있는 집으로 기어올라야만 하는, 하루치의 종종걸음을 놓는 헙수룩한 아비

 

마개가 열린 병 안의 단물은 인력사무소 소개비로 몇 방울 내어 주고, 혼자 사는 아버지 막걸리 한 잔 받아드리고, 떨어진 운동화 꿰매고, 면장갑 사고 솔래솔래 다 새고, 아픈 이는 치료도 못하고, 종일 날다가 비뚤어진 허리도 그대로 두고

 

밑바닥 두어 방울 일당을 들고 나무비탈을 오르는 애비의 하루가 참 짧고도 길다

 

△김영 시인은 1995년〈자유문학〉으로 등단. 〈다시 길눈 뜨다〉 〈잘가요 어리광〉 등의 시집이 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포토[포토] 윤석열 탄핵! 국민의힘 해체! 촛불집회 이어진 전주시

정치일반김관영 지사, 민주당 단식농성장 방문.."탄핵 힘 보태겠다"

정치일반비상정국 속 민생경제 안정화 노력, 전북특별자치도-시군 협력 강화

정치일반전북자치도, 지방의료원에 79억5000만원 지원, 경영 안정화 총력

정치일반행안부 "대통령실, 비상계엄 선포 국무회의 발언요지 미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