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문 가〉
“안녕.” 여우가 말했다.
“안녕.” 어린 왕자가 공손히 대답하고 둘러보았으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나, 여기 있어, 사과나무 아래….”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넌 누구니? 참 이쁘구나.” 어린 왕자가 말했다.
“나는 여우야.”
“이리 와서 나하고 놀자. 난 아주 슬쓸하단다.”
“난 너하구 놀 수가 없어. 길이 안 들었으니까.”
“그래? 미안해.” 조금 생각하다가 어린 왕자가 덧붙였다.
“길들인다는 게 무슨 말이니?”
“넌 여기 사는 아이가 아니구나. 무얼 찾고 있니?”
“사람들을 찾고 있어. 그런데 길들인다는 게 무슨 말이니?”
“사람들은 총으로 사냥을 해. 대단히 귀찮은 노릇이긴 하지만 사람들은 닭을 기르기도 해. 사람이란 그저 한 가지 밖에 쓸모가 없다니까. 너두 닭이 필요하니?”
“아니, 난 친구를 찾고 잇어. 도대체 길들인다는 게 무슨 말이냐구.”
“모두들 잊고 있는 건데,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란다.” 여우가 대답했다.
“관계를 맺는다구?”
“응. 지금 너는 다른 애들 수만 명과 조금도 다름없는 사내애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구 나는 네가 필요없구, 너는 내가 아쉽지도 않은 거야. 제가 보기엔 나도 다름 수만 마리의 여우와 똑같잖다? 그렇지만 네가 나를 길들이면 우리는 서로 아쉬워질 거야. 내게도 내가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여우가 될 거야.”
“이제 좀 알아듣겠어. 나에게 꽃이 하나 있는데, 그 꽃이 나를 길들였나 봐.” 어린 왕자가 말했다.(중략)
여우는 말을 그치고 어린 왕자를 한참 바라보더니,
“제발, 나를 길들여 줘.”라고 말했다.
“그래. 그렇지만 나는 시간이 별로 없어. 친구들을 찾아야 하거든.”
어린 왕자가 대답했다. 여우는 힘없이 말했다.
“사람들은 이제 무얼 알 시간조차 없어지고 말았어. 사람들은 다 만들어 놓은 물건을 가게에서 산단 말이야. 그렇지만 친구는 파는 데가 없으니까, 사람들은 이게 친구가 없게 되었단다. 친구가 필요하거든 나를 길들여.”(중략)
어린 왕자기 물었다.
“그것은 요즈음은 잊고 사는 거란다. 어떤 날은 다른 날들과, 어떤 시간을 그 외의 시간들과 다르게 만드는 거야. 예를 들어 사냥꾼들은 목요일마다 동네 아가씨들하구 춤을 춘다 말이야. 그래서 내게 목요일은 기막히게 좋은 날이지. 포도밭까지 소풍을 가기도 하구. 그런데 사냥꾼들이 아무 날이나 춤을 춘다고 생각해 봐, 그저 그날이 그날 같은 게고, 나는 휴가라는 게 영 없을 거냐?”
이렇게 해서 어린 왕자는 여우를 길들였다. (중략)
어린 왕자는 여우한테 다시 와서 작별 인사를 했다.
“잘 있어.”
“잘 가, 이제 내 비밀을 가르쳐 줄게. 아주 간단한 거야. 세상을 잘 보려면 마음으로 보아야 한다는 거지. 제일 중요한 것은 눈에는 보이지 않거든.”
“제일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어린 왕자는 그 말을 되뇌었다.
“네가 그 장미꽃에 바친 시간 때문에 그 장미꽃이 그렇게 중요하게 된 거야.”
“내 장미꽃에 비친 시간 때문에….”
어린 왕자는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되풀이해서 말했다.
“사람들은 이 진리를 잊어 버렸어. 하지만 너는 잊어버리면 안돼.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서는 영원히 네가 책임을 지게 되는 거야. 너는 네 장미꽃에 대해서 책임이 있어.”
“나는 내 장미꽃에 대해서 책임이 있다.”
어린 왕자는 머리에 새겨 두기라도 하듯이 다시 한 번 말했다.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
〈제시문 나〉
사용가치보다 오히려 교환가치를 중시하는 현대의 시장적 가치 관념은 현대의 인간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자기를 한 개의 팔아 버려야 할 상품으로 간주하고 자기 자신의 가치를 시장에서의 교환가치 ? 자기에게 어느 정도의 가치를 부여해 주는가 하는 것 ? 에 의해서만 판단하는 경향성을 가진 인간, 바로 이것이 시장지향형의 인간이다.
현대사회에서는 상품을 팔고 사는 상품 시장과 더불어, 사람을 구하며 사람을 파는 새로운 시장, 이른바 ‘인격 시장’이 급속도로 발달하게 되었다. 오늘날 사람들은 성공을 거두려면 이러한 인격 시장에 등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인격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인간에 대한 평가 방식은 상품 시장에서의 상품에 대한 평가 방식과 그 근본에 있어서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 마치 어떤 상품이 값비싸게 팔리면서 고객의 인기를 독차지하도록 해야 하는 것처럼, 사람도 성공을 거두려면 그의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의 인기를 얻어 값비싼 급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 (중략)
원래 인간이 평등하다는 말은 각 개인이 모두 제각기 자기 목적이며, 그 개성의 독자성과 인격의 존엄성에서 평등하다는 의미였지만 이제는 그것은 서로 교환할 수가 있다는 의미로서, 말하자면 기계 부품으로서 평등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평등이라는 것은 획일화·규격화·표준화를 의미하게 된 것이다.(중략)
개성을 상실했다는 것은 인간이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하다는 증거이다. 그렇다면 정신적으로 건강한 인간이란 어떤 인간일까? 프롬은 그것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정신적으로 건강한 인간은 생산적인 인간이며, 결코 소외되지 않은 인간이다. 즉, 자기 자신에 대해 따사로운 애정을 가지고 자신을 이 세계와 관련시키며, 현실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위하여 이성을 발휘하는 인간, 자기 자신을 독특한 개인적인 존재로 경험하는 동시에 또한 그 동포들과의 일체감을 느끼는 인간, 비합리적인 권위에도 복종하지 않고 양심과 이성의 합리적인 권위를 즐거이 받아들이는 인간, 그리고 그가 살아있는 한 언제나 새롭게 탄생하는 과정 속에 있으며, 삶이라는 하늘이 주신 선물을 가장 귀중한 기회라고 생각하는 인간 ? 바로 이런 인간이 정신적으로 건강한 인간인 것이다. -이극찬 〈소외된 인간〉
〈제시문 다〉
린다 : 안 된다. 넌 이 어미만을 보러 와서는 안 된다. 나한텐 아버지가 소중해, 나한테는 아버지가 제일이다. 그러니까 아버질 하찮게 취급한다든지 침울하고 슬프게 해 드리면 안 돼. 너도 이번에야말로 마음을 정해야지. 이젠 한 길밖에 없다. 네가 아버질 존경하든지 그렇지 않으면 이 집에 다시는 발을 들여놓지 말든지, 둘 중에 하나를 택해야지. 그야 아버지께서 너하고 쉽사리 화해하긴 어렵겠지…. 그건 내가 잘 안다. 하지만….(중략)
비프 : 아버진 줏대가 없어. 찰리 아저씬 이런 짓은 안 할 거다. 아니 그래, 집안에서 할 소리 못할 소리 다 털어놓다니.
해피 : 찰리 아저씬 바득바득 싸우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그렇지.
비프 : 아버지보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은 얼마든지 있어. 내 눈으로 많이 봤다구!
린다 : 그럼 찰리 아저씨를 아버지로 삼으려무나. 그건 안 될 테지. 내가 뭐 너희 아버질 위대한 분이라고 하는 건 아니다. 윌리 로먼은 돈도 많이 벌지 못했고, 이름이 신문에 난 적도 없지. 아버진 유달리 뛰어난 분은 아니지만 역시 인간이다. 그분에게 지금 무시무시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해. 그러니까 정신을 차려야지. 그래, 아버지가 늙은 개처럼 무덤 속에 묻혀야 옳단 말이냐? 안 될 소리다. 그런 불쌍한 분을 그대로 내버려 둬서는 안된다. 그래 넌 아버질 돌았다고….
비프 : 그런 의미로 말씀드린 건….
린다 : 너뿐만이 아냐. 다른 사람들도 아버지가 돌았다는 거야. 하지만, 자식이 아버지가 왜 그렇게 되셨는지 모르는 체하면 안 된다. 아버지는 지칠 대로 지치셨어.
해피 : 사실이에요.
린다 : 잘난 사람이나 못난 사람이나 한번 지치면 그만이다. 아버지께서 이번 3월까지 36년 동안이나 한 회사 일을 봐 오셨다. 방방곡곡에 그 회사 상표를 선전해 줬건만 이제 와서 나이 먹었다고 월급을 안 주다니…. -아서 밀러 〈세일즈맨의 죽음〉
■ 논제의 포인트 및 평가기준
■ 논술문을 6단 논법으로 재구성하기
■ 쟁점 논제
1. 논술 논제
(가)에 나타난 참다운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요인을 밝히고, 이를 바탕으로 (나)와 (다)에 나타난 공통적 현상을 비판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논하시오.(900자 내외) * 논제에 참여하고자 하는 학생은 메일을 보내주세요(daum.net)
2. 면접 논제
현대의 인간 소외와 여러 가지 중독증(알코올, 도박, 인터넷)과의 연관성과 이것을 극복하기 위한 자신의 견해를 제시해 보시오.
■ 쟁점 기출문제
- 2001 한양대 정시 논술
(가) ~ (다)는 현대인이 처한 상황을 보여 주고 있는 글이다. (가) ~ (다)에서 그 양상을 분석해내고, (라)를 바탕으로 현대인이 처한 상황에서 야기되는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하여 논술하시오.
■ 학생 글과 교사 총평
1 학생글
(가)에서 말하는 참다운 인간관계의 요인이란 대상간의 정신적인 교감이다. (가)의 여우는 길들여지는 것을 통해 어린 왕자와 관계를 맺으려 한다. 여기서 관계의 의미란 물질적인 요소를 통해서가 아닌, 마음의 눈을 가지고 바라봤을 때 형성되는 것을 말한다. 또한 단순히 이해관계를 따져 한 번의 만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책임감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형성되는 관계인 것이다.
(나)와 (다)에서는 모두 상품화된 인간의 모습의 문제점을 드러낸다. 먼저 (나)에서는 현대사회의 시장지향적인 관념을 비판한다. 인간마저 상품과 동일하게 획일화, 규격화, 표준화되어 평가받는 물질을 중요시하는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건강한 인간이란 생산적이고 소외되지 않는 인간으로, 물질지향적인 태도에서 벗어나야한다고 말한다. 또한 (다)에서 버프는 직장을 잃은 자신의 아버지를 도우려하지 않는다. 직장을 잃었다는 이유로 비프는 아버지를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아버지의 능력은 사회에서 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마치 시장의 물건처럼 평가받으며, 또한 필요가 없다고 느껴지면 내쳐진다. 비프와 사회는 아버지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눈앞의 물질적 가치만을 지향하고 있다. 이는 곧 물질주의적인 관념의 문제점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나)와 (다)의 현대사회와 비프의 물질주의적인 태도는 오직 물질이 아닌 진정한 인간의 내면 가치를 통해서만 극복될 수 있다. 단순한 교환가치로서 인간을 상대하는 것이 아닌, 서로에 대한 책임을 갖고 지속적인 관계를 갖게 되었을 때의 인간을 비로소 인간다운 존재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박신혜(전북외고 2학년 )
2. 교사 총평
제시문에 대한 이해 분석력
논술에서 제시문에 대한 이해는 말할 ‘거리’이다. 개념인 것이다. 이것은 정리와 해석의 힘으로 이루어진다. 박신혜 학생은 제시문 (가)에서 ‘참다운 인간관계는 대상간의 정신적인 교감’이다라고 개념화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나)와 (다)에서 상품화된 인간의 모습을 드러내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창의적 사고력
창의적 사고는 제시문에 대한 이해분석력에서 온다. 상품화된 인간의 모습에서 (나)를 시장지향적 사고라 말하며 비판하고 있고, (다)를 물질주의적 관념으로 문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제시문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가가 논증의 논리력을 좌우하는 것이다.
문제 해결력
현재 논술문을 보면 (가)를 바탕으로 (나)와 (다)의 문제점이 드러나 있지 않고 그냥 (나)와 (다)의 문제점과 해결방법이 드러나 있다. 이는 논리적인 완결에서 하나의 흠이라 할 수 있다. 정신적 교감이 이루어지지 않은 인간관계에서 상품화된 인간의 모습을 비판했을 때 글의 해결력이 높아질 수 있다.
문장력 및 표현력
논술의 논증의 구조는 두괄식이다. 문단의 구조를 보면 주지 + 구체화 + 정리의 형태로 잘 정리되어 있다. 글쓰기의 기초가 탄탄하게 잡혀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글의 구조가 명확해야 설명이 아닌 논증의 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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