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농민혁명 2주갑(120주년)이 연말로 다가오면서 10년 넘게 끌어온 국가기념일 제정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을 체계적으로 후대에 전승하기 위해서는 기념일 제정을 더는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국가 주관 기념행사로 격상돼 선열들에 대한 명예회복과 함께 동학농민혁명의 전국화, 세계화, 미래화를 이뤄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연내에 기념일을 제정해야 한다는 수많은 여론과 전북도, 정치권의 중재도 헛수고로 끝날 전망이다.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은 지난달 27일 관련 단체 관계자들과 함께 기념일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마련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한 채 결정을 내년 2월로 미뤘다.
음력으로 내년 2월까지 갑오년이기 때문에 아직 시간이 남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양력이 보편화 된 현재 이들의 주장에 동감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들의 느긋한 입장과는 달리 그동안 지역언론과 중앙언론 그리고 정치권에서는 기념일 제정을 촉구해왔다.
최근 정의화 국회의장은 정읍을 방문한 자리에서 “합리적으로 기념일이 제정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념일 제정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정부가 신규 국가기념일 제정에 있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고,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국가기념일 제정을 이뤄낸 제주 4·3사건의 경우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4·3사건은 지난 2000년 특별법이 제정돼 진상규명이 이루어지고 2003년에는 정부 차원의 사과문이 발표되기도 했지만, 그동안 민간단체가 행사를 주관해오다 올해 국가기념일로 지정되면서 처음으로 정부 주도로 추념식을 열었다.
그러나 제주 4·3사건 기념일 제정 직전까지 일부 극우 단체들은 적극적인 반대운동을 벌였고, 한 국회의원은 진상규명의 성과를 부정하는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동학농민혁명 관련 단체 관계자는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일 제정 문제를 최대한 빨리 해결해야 한다”면서 “우리가 뜻을 모아도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는 만큼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기념일을 확정하고, 기념일의 필요성에 대해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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