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종사 재능 기부 / 보일러 등 수리 척척 / 회원 200명으로 늘어 / 목욕·밑반찬 나눔도
전주 수선화봉사회 신현만(63) 회장은 겨울철이 되면 더 바빠진다.
신 회장은 회원들과 함께 지역 홀로노인 및 소년소녀가정, 장애인 등 사회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집 고치기, 고장난 가전제품 및 보일러 수리 등의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못 만들고 못 고치는 게 없다. 날이 추워지면 말썽을 부리는 보일러 배관·연통까지 그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만능 맥가이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00년 2월 전주시 평화동 한 성당 옆 컨테이너박스에 사무실을 차린 수선화봉사회는 우리 사회의 가장 낮은 곳에 봉사의 손길을 펼치고 있다. 홀로노인과 장애인, 모자보호시설 등이 수선화가 보듬고 있는 이웃들이다.
8일 모자보호시설인 전주 원광모자원에서 만난 신 회장은 이날 모자원 내 배수가 잘 되지 않는 세면대, 낡은 타일을 무상으로 교체해 줬다. 1990년대 중반까지 건설업에 종사한 그의 다재다능한 손 기술이 유감 없이 발휘됐다.
“IMF의 영향으로 회사가 부도난 뒤 힘든 나날을 보내다가 주위에 더 힘든 삶을 살고 있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관심을 갖게 돼 봉사의 길로 나섰습니다. 혼자 힘으로는 전구 하나 갈지 못하는 홀로노인과 장애인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뒤부터 이 일에 더욱 몰두하게 됐습니다.”
수선화봉사회는 노인복지시설 등을 찾아 목욕봉사, 밑반찬 나눔, 김장김치용 농산물 지원 등 다양한 이웃돕기에 나서고 있다. 처음에는 10여명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그의 뜻에 동참하는 회원이 200명에 달한다. 회원들은 전주지역 제과점에서 후원 받은 빵을 사회복지시설에 전달하기도 한다.
“진정한 봉사는 물질적인 지원이 전부가 아닙니다. 우리 이웃들에게 꼭 필요한 부분을 찾아 부족한 것을 채워주고 정신적 빈곤을 달래주는 것이야 말로 가장 고결한 봉사입니다.”
신 회장은 스스로도 넉넉하지 못한 형편이지만 사회 가장 낮은 곳에서 신음하고 있는 이웃들에게 희망의 등불을 비추고 싶은 마음이 크다.
하지만 인생의 황혼을 바라보는 그도 이제는 몸이 예전 같지 않아 고민이 많다. 또한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이웃이 많은데 비해 적극적으로 봉사에 나서는 사람이 갈수록 줄고 넉넉하지 못한 재정형편으로 인해 봉사회를 꾸려가는 일도 갈수록 팍팍하다.
그럼에도 그는 무거운 공구통을 들고 자신을 찾는 또다른 봉사현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신 회장은 “자치단체의 재정적 지원이 끊긴 지 10년도 넘었다. 회원 모두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도 자비를 털어 봉사에 나서고 있다”면서 “어려운 여건이지만 한겨울 추위와 배고픔, 외로움에 떨고 있을 이웃들이 부르면 어디든지 달려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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