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중심의 경제’라는 기치를 내걸고 지난 13일 문을 연 사회적경제 공동판매장. 전주시 효자동 롯데마트 뒤편에 위치한 이곳에서는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 도내 44개 업체가 만든 물품 300여종이 팔리고 있다.
친환경농산물부터 이를 이용한 가공품, 한우, 빵 등 다양한 물품이 진열대에 올랐고 공정무역을 통해 수입된 호두도 눈길을 끌었다. 사회적경제 공동판매장(운영 한울소비자협동조합·이사장 김영호)에서 거래되는 모든 제품은 사람 중심의 경제를 실천하자는 철학을 담았다.
일반적인 제품에 비해 싼 편은 아니지만 이런 가치를 인정하고 물품을 구매하기 위해 오전부터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매장에 들어선 소비자들은 어느 것 하나 대충 물품을 고르지 않았다.
세심하게 설명서를 읽고 이 제품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누가 만들었는지를 살폈다. 궁금증이 풀리지 않으면 매장 직원들에게 질문을 했다.
이 때문에 180㎡(물품전시공간) 가량의 작은 매장이지만 소비자들의 평균 쇼핑시간은 20분을 훌쩍 넘겼다.
백금주(48·주부)씨는 “이곳을 운영하는 한울소비자생협의 조합원으로 수십년 째 사회적기업에서 생산하는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면서 “평소 먹는 것을 보험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좋은 먹거리를 구매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김영이(36·주부)씨도 “사회적기업 등에서 판매하는 물품을 사고 싶어도 마땅히 장소가 없었다”면서 “대형마트에 이런 물건을 파는 공간이 있다고 하지만 매우 한정적일 뿐이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사회적경제의 개념에서 생산된 물품을 구매하는 것은 사람에 대한 가치를 소비하는 개념으로 봐야 한다”면서 “일반 공산품에 비해 약간 비싼 편이지만 지역 사회에 선순환 구조를 가져오는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얻는 이익은 이를 훨씬 상회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경제 공동판매장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것은 전체매장 규모(360㎡)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무인카페와 회의실이다. 한 평이라도 더 물품을 진열해 최대의 이익을 남기려는 자본주의 경제 구조에서 쉽게 목격할 수 없는 풍경이다.
대형마트 등 상업적 공간이라면 판매대가 있어야 할 자리에서 케익과 쿠키만들기, 바느질과 손뜨개, 소이캔들 만들기 강좌가 열린다. 강좌가 열리지 않을 때에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사랑방 역할을 한다.
또 회의실에서는 사회적경제 전문가들이 매주 월요일에 모여 포럼을 연다.
사회적경제 공동판매장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닌 ‘지식’, ‘자본’, ‘가치’가 모두 유통되고 있는 장소인 셈이다.
김영호 이사장은 “사회적경제 공동판매장은 우리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항상 보고 익숙해진 시장구조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면서 “대량으로 생산된 물건을 값싸게 소비하고 버리고 하는 구조를 바꾸고 사람 중심의 경제를 실천하는 대안 장소다”고 소개했다.
이어 김 이사장은 “그동안 이런 가치를 공유하며 물건을 소비해준 고정 고객이 1000명이 넘는다”면서 “이 분들에게 물건을 파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 중심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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