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 기반 / 정도전 등 사상 조명
역사는 반복된다. 헤겔이나 마르크스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시간 차를 두고 평행이론처럼 비슷한 사건은 또다시 일어난다. 시대와의 불화를 겪으며 개혁을 외쳤던 이들이 끊임없이 나타나고 불우한 죽음을 맞이하는 일도 그렇다. 조선시대 매력적인 혁명가들을 다룬 신정일 씨의 <세상을 바로잡으려 한다> (루이앤휴잇)가 나왔다. 세상을>
저자는 불의하고 부조리한 세상에서 앞장서서 몸을 던진 11명의 인물을 다뤘다. 그는 조선왕조실록을 기반으로 풍부한 역사적 지식을 곁들여 이들의 삶과 사상을 펼쳐놓는다. 더불어 주요 사건에 대한 해설과 인물 연보로 이해를 돕는다.
조선을 설계했지만 끝내 비운으로 생을 마감한 정도전, 조선 전기 개혁의 아이콘으로 후대에 선비의 전형으로 남은 조광조, 남성 중심의 사회를 조롱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냈던 황진이, 기축옥사의 주인공으로 대동세상을 꿈꿨던 정여립, 차별 없는 이상향을 제시하며 죽임을 당한 허균, 당쟁의 상처를 조선 최고의 인문지리서 발간으로 승화한 이중환 등이 그들이다.
이어 조선 후기에는 잘 사는 나라를 만들고 싶었던 실용주의자 박지원, 애민을 위해 개혁을 추구했던 정약용, 천부인권을 주장했던 최제우, 봉건사회를 무너뜨리고 천지개벽을 실천했던 동학혁명의 지도자 김개남, 갑신정변을 일으켜 개화 조선을 만들려 했던 김옥균을 다뤘다.
저자는 ‘역사는 진일보하는가’에 대한 의문으로 이 책을 서술했다. 실패를 알면서도 싸울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사상과 삶을 통해 오늘날을 되돌아 보게 하기 위해서다. 현재도 변화에 대한 열망과 도전이 필요한 시대라는 것.
저자는 “조선은 권력자에 빌붙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고 부를 차지하려는 부패한 세력이 있었기 때문에 망했다”며 “한 사회가 부패하면 부패할수록 개혁과 변혁에 대한 의지가 높아지는데 조선 역사에서 새로운 기치를 내걸고 세상을 개혁하고자 했던 사람들이 무수히 많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조선과 현시대가 크게 다르지 않고 세월이 흘렀지만 이 땅의 민초를 옥죄는 부조리하고 불의한 문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조선시대 개혁가들이 도리어 현재 우리에게 그때와 비교했을 때 지금은 무엇이 달라졌는가라고 묻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저자는 볼프 슈나이더의 <위대한 패배자> 를 인용하며 실패를 그대로의 실패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위대한>
그는 “유교 중심의 조선사회에서 국왕의 권위에 도전하고 나아가 개혁을 말하는 것은 곧 목숨을 내놓는 일과 같았다”며 “그들은 대부분 자신이 믿는 신념이 옳다고 여겨 대의를 실천하다 불우하게 생을 마감해야 했고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지만 역적 혹은 패배자로 기록됐다”고 전한다.
이어 그는 “실패를 온전히 실패로만 받아들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세상과 역사가들의 평가다”며 “그들의 정신은 지금도 살아남아 우리에게 큰 위안을 주고 있으며, 이는 역사가들이 세종이 아닌 정조를 조선 최고의 왕으로 더 높이 받드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보탰다.
신정일 씨는 (사)우리 땅 걷기 이사장으로 본보에 매주 1차례 ‘길 위의 인문학’을 연재하고 있다. 1980년대 중반 ‘황토현문화연구소’를 만들어 동학혁명을 재조명했으며, 1989년부터 문하유산답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50여권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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