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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법칙, 그리고 안전

▲ 송준규 고창경찰서 정보보안과장
흔히들 얘기한다. 어느 집단이든 ‘헌신적인’, ‘평균적인’, ‘그냥 묻혀가는’ 이렇게 세 부류가 있기 마련이라고. 언뜻 생각해 보면 그런 것도 같다.몇몇 학자들은 또 이렇게 얘기한다. 어떤 조직이든 대략 10% 정도가 조직을 혁신하고 이끌어간다고. 연구를 많이 한 결과일 테니 분명 일리가 있을 것이다. 결국, 큰 틀에서 보면 어떤 조직, 어떤 분야나 잘 돌아가는 부분(또는 구성원)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게 마련이라는 얘기로 정리해도 무방할 듯 싶다. 선뜻 인정하기 싫고 뭔가 개운치 않지만 세상을 살아가려면 받아들여야 할 현상일지도 모르겠다.(사회적 곤충으로 집단생활을 하는 개미도 80%가량은 별다른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걸 보면 자연의 섭리일 수도 있겠다)

 

요즘 말로 ‘쿨하게’ 인정하자. 단, ‘안전’만큼은 아니다. 적어도 이 한 가지만큼은 앞서 말한 사회현상이 적용되어서는 안 될 것 같다. ‘더 잘 먹고 잘사는 문제’라면 모르되, 우리가 살아가고 또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이 사회의 안전만큼은 완벽을 추구해야 할 문제가 아닐까.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 불행한 이유가 다르다.”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이다. 행복한 가정은 수많은 요소들(경제력, 교육, 종교 등)이 다 성공적이고, 이 요소들 중 어느 한 가지라도 어긋난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뜻한다고 한다.

 

안전과 관련된 문제(먹을 것부터 건물 등)가 있을 때 거기에는 그와 관련된 수많은 요인들이 있을 것이다. 이 영역만큼은 10%의 법칙이 아닌 ‘안나 카레니나의 법칙’이 적용되어야 하지 않을까? 안전이란 99%가 완벽해도 1%만 오류가 있어도 언젠가는 불행이 찾아올 수 있으므로 어느 한 가지도, 한 요인도 예외일 수 없는 것이다. 안전 관련 분야에 있는 공무원들, 그리고 민간 종사자들이 많을 것이다. 한번 쯤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나 하나쯤…’, ‘이런 정도야…’ 같은 생각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각자가 성공의 열쇠이자 결정적 요인임을. 물론 대부분 소명의식을 갖고 각자의 위치에서 묵묵히 땀을 흘리고 계시리라 믿는다.

 

1990년대 일본에 배낭여행을 간 적이 있다. 동네 구석 이면도로에서 작은 트럭 한 대가 서있고 그 옆에 인부 한명이 맨홀 교체를 하고 있는 듯 했다. 앞뒤로는 라바콘과 공사안내판이 세워져 있고 인부는 안전모를 쓰고 비지땀(해양성 기후인 일본의 7월은 정말 습하고 덥다)을 흘리고 있었다. 외진 곳이라 주변에는 행인도 없었다. 게다가 맨홀 교체할 때 안전모가 꼭 필요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또 다른 곳에서는 주차관리원인 듯한 두 남녀가 근무교대 같은 걸 하고 있었다. 절도 있는 동작으로 서로에게 다가가 경례를 하고는 뭔가 인수인계를 세밀히 하고는 교대식을 마쳤다. 국가중요시설이 아니라 사설 주차장 앞의 모습이었다.

 

두 장면 다 인상 깊었다. 뭔가 모를 안도감이 들었고 안정감이 느껴졌다. 아마도 세상 구석구석에서 사소한 부분까지 최선을 다하는, 원칙에 충실하려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우리의 모습 역시 이와 같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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