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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들이 풀어쓴 군산 안내서] 일제·미군정서 새만금까지의 군산학 정립

연구총서 〈군산의 근대 풍경〉,〈환황해 새만금발전의 도전…〉

 

국내 여행지 가운데 전주 한옥마을과 함께 각광을 받는 곳이 군산 근대문화유적지다. 일제 강점기와 미군정 시기 등을 겪어온 시대의 흔적이 관광상품화돼 인기를 얻고 있다. 혹자가 일컫듯 ‘작은 대한민국’인 군산의 근대를 깊이 있게 살핀 <군산의 근대 풍경:역사와 문화> (도서출판 선인)가 나왔다.

 

이 책은 군산대 새만금종합개발연구원이 매년 기획총서로 펴내는 환황해새만금연구총서의 17번째다. 갈수록 관광객에게 매력적인 장소로 각인되는 군산지역을 주제로 학제간 통섭학으로 군산학을 정립하고 그 성과를 공유·확산하는데 의미를 뒀다.

 

역사 4편, 문화 4편 등 다양한 주제의 개별논문 8편을 엮었다.

 

8명의 공저자 가운데 공종구 군산대 교수(국어국문학)는 머리말에서 “군산의 지역사회가 부쩍 많은 관심과 주목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지난해 <왜 우리는 군산에 가야 하는가> (글누림)이라는 책이 나올 정도로 이러한 사실을 반증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그는 외부에서 먼저 지역의 가치를 선점해 연구성과를 낸 점에는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공 교수는 “1899년 개항 이후 역사 문화유산과 유물이 곳곳에 남아 있고 근대역사박물관의 개관으로 군산이 근대 문화 역사 도시로 환골탈태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군산의 근대에 대한 학문적 가치를 올리고 군산학을 알리는데 목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먼저 영산대 국제학연구소 소장인 최영호 교수는 ‘군산 거주 일본인의 귀환 과정에 나타난 지역적 특성’에서 일제 강점기 옥구를 포함한 군산에 거주했던 일본인이 해방 직후 결성한 ‘세화회’를 탐색해 결성 과정과 주요 활동, 지역적 특징을 설명했다.

 

최 교수는 이 지역의 세화회는 현지 정착성이 높고 조선인과의 관계가 양호했다는 점을 들었다. 아울러 서울과 부산에 비해 짧은 기간에 그쳐 귀환 원호 활동에서 괄목할 만한 실적은 없었지만 비교적 안정적인 임원 구성의 모습이었다고 해석했다.

 

이어 김민영 군산대 교수(경제학과)는 ‘미군정 정부 수립 시기 군산 옥구 지역의 사회와 경제’를 주제로 1947~9년 ‘군산신문’의 자료를 바탕으로 해방 직후 미군정 시기의 사회·경제상을 살폈다.

군산과 옥구지역은 해방 이후 이전까지 경제력을 장악한 일본인의 철수와 대일 통상이 차단되면서 상업도시의 위치가 흔들리고, 군산항이 무역항의 기능을 상실하면서 이후 지속적으로 침체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당시 신문 기사를 소개하며 이를 뒷받침했다. 호남이 살기 좋다는 말을 믿고 평안남도에서 군산으로 온 부부가 경기침체를 겪으며 생활고를 이유로 부부싸움을 한 뒤 부인이 복어알을 먹고 자살한 기사 등 옛 신문의 기록이 흥미를 더한다.

 

김두헌 군산중앙고 교사는 ‘군산 지역 세거 가문 연구 환황과 과제’에서 고려시대 정착한 제주 고씨와 조선 전기 이주한 평강 채씨 등 두 유력한 가문을 중심으로 계보와 추이를 추적해 지역의 위상을 탐색했다.

 

그는 고려시대부터 조선 초까지는 서울과 같이 먼 거리에서 이주했지만 후기로 갈수록 이같은 현상은 급격히 줄고 관직에 진출한 수도 감소했다고 전한다. 이른 시기에 온 두 가문도 시간이 흐르면서 중앙의 문벌 가문에 비해 지위가 낮아져 중앙과 지역에 세거한 가문의 지위가 점점 양극화된 점을 확인했다. 제주 고씨 이전에 유력한 가문이었던 옥구 임씨도 고려 전기에 주요 문벌의 위치였지만 16세기 이후 자취가 사라졌다.

 

김 교사는 고려시대에는 해상 활동이 비교적 활발히 전개돼 군산지역의 사회적 위상과 그에 속한 가문의 위상이 높았지만 조선시대에는 사대 외교 및 공도정책(空島政策)으로 소극적인 대외정책이 이 지역 가문의 지위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근대문화도시조성사업과 군산근대문화도시경관 변화의 기록’을 통해 송석기 군산대 교수(건축공학과)는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진행된 사업을 검토·추적해 앞으로 지속될 군산 원도심의 경관 조성사업과 관련된 쟁점을 고찰했다.

 

군산이 낳은 문학인을 조명한 류보선 교수는 ‘문학으로 본 군산’에서 채만식 소설가와 고은 시인을 중심으로 군산의 근대 문학 지형을 탐색했다. 최성윤 상지대 교수(국어국문학)는 ‘이근영의 삶과 문학’으로 임피 출신의 소설가를 발굴했다.

 

장은영 조선대 강의전담교수는 고은의 ‘만인보’, 공종구 교수는 채만식의 ‘삼봉사’를 분석해 이해를 도왔다.

 

이와 함께 연구총서 18권인 <환황해 새만금발전의 도전과 과제> 도 함께 출간됐다. 군산대 강태원, 고현정, 김민영, 박재필, 황성원 교수와 김형성 성결대 교수, 김재구 전북발전연구원 연구위원, 김명아 한국법제연구원 부연구위원, 김미희 새만금개발청 사무관이 참여해 새만금사업이 직면한 문제를 검토하고 발전방향을 제시했다.

 

산업차원에서 신재생에너지인 해상풍력산업을, 이어 환황해 경제권의 비즈니스, 유통 등의 역할을 수행할 물류와 교통체계를, 최근 새만금 종합개발계획에서 강조된 해외투자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수요자 중심의 개발계획의 의미를 재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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