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간 전북 음악회서 작곡가·곡 얽힌 일화 소개 / 관객 쉬운 이해 도와 호평 / 객석 따라 진행 방향 찾아
문화예술은 창작이다. 남과 다른 고유한 창의력의 표현이 관건이다. 문화예술계에는 이런 직접적인 창작활동은 아니지만 그 언저리와 무대 뒤를 지키는 이들이 있다. 문화예술가가 맘껏 자신의 에너지를 소진하도록 판을 마련하고 필요한 자원을 공급하는 필요충분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열정과 숨은 이야기를 소개한다.
도내 클래식 연주단체의 공연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사람이 있다. 10여년간 클래식 연주회에서 대중친화적인 해설로 각광을 받는 전주시립교향악단 소속 조규철 단원(46)이다. 그의 본업은 교향악단의 악보 담당이다.
하지만 연주회가 자주 이뤄지는 봄, 가을이면 시립교향악단의 공연 외에도 매월 5~6건의 다른 공연에 해설자로 나선다. 시립교향악단의 동료가 참여하는 앙상블단체나 클나무필하모닉오케스트라, 글로리아스트링오케스트라 등 도내 오케스트라의 무대에 주로 나온다.
“저는 음악감상의 도우미입니다. 클래식도 재미있다는 인식을 퍼뜨리고 싶습니다. 축구와 야구도 법칙을 알고 보면 흥미있듯 음악도 기본을 알면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클래식 연주회에서 진행과 함께 곡의 종류와 작곡가 등을 이야기하며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조 단원은 “모음곡, 서곡, 협주곡 등이 무엇인지, 작곡자와 곡에 얽힌 간단한 일화 등을 소개한다”며 “가급적이면 곡에 대한 선입견이 들지 않도록 ‘이 음악은 별이 반짝이는 것을 표현했다’는 식의 해설은 지양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관적인 감상을 강조했다.
조 단원은 “가요도 연인이란 사귈 때와 헤어졌 때 등 상태에 따라 달리 느끼는 만큼 클래식도 많은 지식의 주입보다 본인의 감정을 토대로 연상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장수 출신으로 전북대 음악교육과를 졸업하고 지난 2001년 전주시립교향악단에 입사했다. 성악을 전공했지만 악보 담당으로 재직하고 있다. 이 보직은 교향악단마다 있다. 같은 곡이라도 통일성과 버전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악보에 추가적으로 표시를 한다. 현악의 경우 활을 위 또는 아래로 쓰도록 음표 위에 활표시를 한다.
그는 “단원들이 연주를 편안히 하도록 준비하는 역할이다”고 말했다.
그가 ‘무대 체질’이라는 다른 재능을 발견한 것은 입사 한 지 1년여가 지났을 무렵이다. 시립교향악단이 전주시내의 각 동이나 학교에서 순회연주회를 하는데 진행자로 나서면서부터다.
“ ‘찾아가는 음악회’를 했는데 행사의 한 부분으로 참여하면서 일반 사회자가 진행을 보고 클래식이 아닌 대중적인 곡을 연주했습니다. 하지만 농담 위주의 진행과 비용 등을 고려해 제가 그냥 하겠다고 건의했고 이후 지속하게 됐습니다.”
그는 “그냥 음악을 들려주기보다 특히 학교에서는 기본적인 음악 형식, 작곡가 등을 알면 집중할 수 있겠다 싶어 시작했다”며 “연주 단원들은 대부분 악기가 아닌 마이크를 잡으면 머릿 속이 하애진다고 하는데 다행히 많은 사람들 앞에 있어도 떨림이 없어 편안하다”고 들려주었다.
이후 다른 단원들이 개인 활동 공연에 그를 부르면서 본격적으로 해설자가 됐다.
그는 “처음에는 단순한 정보 전달자로 다음 곡을 소개하는 정도였고 이후 해설을 넣었는데 아이들이 듣기에는 너무 어려웠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관객이 원하는 게 뭘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언젠가부터는 객석을 보고 멘트를 조절한다”고 말했다.
그는 해설자 의뢰가 들어오면 프로그램 구성을 보고 인터넷과 함께 전북대 도서관에서 자료를 찾는다.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원고는 쓰지만 키워드를 중심으로 진행한다.
그는 속칭 애드리브(ad lib)도 많이 하는 편이다.
“애들이 졸고 있으면 공사장같이 시끄러운 곳에서는 잠을 못자는데 연주가 아주 훌륭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고 너스레를 떱니다.”
그가 연주회에서 담당하는 시간은 보통 1곡당 1~2분이다. 일부 단체는 연주만큼의 시간을 배정해 진행자의 면모를 발휘하게도 한다.
조 단원은 “1시간20분간의 공연에서 40분 가까이 곡에 대한 설명을 했더니 연이어 음악 행사 섭외가 들어오기도 했다”면서 “이후 동창회에 사회를 봐달라는 요청이 왔지만 본의와 맞지 않아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는 안정적이고 차분한 공연 해설자로 무대에 서지만 그때마다 남는 것은 아쉬움이다.
그는 “항상 공연이 끝나면 ‘뭔가 더 해줄 수 있었는데’라는 미안함이 앞서고 만족감이 들지 않는다”면서도 “가끔 얼굴을 알아보고 ‘해설 참 잘들었다’고 인사를 받을 때 가장 기분이 좋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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