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창작소극장 등 제작 / "도내에 전문인력 드물고 공동제작소 없어 아쉬워 소품박물관 만들고 싶어"
“무대 세트는 주연 중의 주연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 자리에서 항상 연기를 합니다. 배우를 띄우고 가장 멋있는 장면을 만드는 게 바로 배경입니다.”
주인공에 버금가는 주연을 만드는 무대 세트 전문가 서령 씨(45)는 도내 연극계의 ‘맥가이버’다. 그의 손을 거쳐 전주의 창작소극장, 아하아트홀 등의 소극장이 만들어졌고, 도내 각 극단의 작품이 올려졌다.
무대뿐 특수효과와 소품 등도 취급한다. 지난해 포스댄스컴퍼니의 댄스컬 ‘판타스틱 정글’과 전주시립극단의 102회 정기공연 ‘석관’ 등에서 연기를 내거나 사람을 들어올리기도 했다. 지난해 8월 치른 충북도민체전과 지난 10월 열린 임실의 소충사선문화축제 등 지역 축제의 행사 무대도 제작했다.
하지만 서 씨가 가장 애착을 담는 곳은 연극이다. 소극장일수록 제작이 까다롭지만 그만큼 성취감도 비례한다.
그는 “소극장은 대극장보다 세트가 더욱 정교해 품이 많이 들어간다”며 “소극장은 장면 전환이 거의 없고, 관객석과 가까워 얼룩이라도 지면 금방 티가 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연극이 끝난 뒤의 보람이 수입원과는 요원한 일을 지속하게 한다.
“배우들의 연기가 끝나고 박수를 받을 때 기분이 좋습니다. 고생해서 만든 작품을 보고 관객이 세트의 디테일을 호평했을 때 가장 힘이 납니다.”
그는 의뢰와 함께 무대의 디자인 또는 평면도를 받으면 극의 줄거리와 느낌을 듣고 머릿속에 무대를 짓는다. 이후 연출진과 의견을 교환하며 설계도를 수정한다. 머리에 그려지지 않을 경우 모형을 만들기도 한다. 보통 한 달 전 디자인을 받아보고 공연 5일 전에 설치한다. 철재, 목재 등 재료의 특성에 따라 재단, 설계하고 실제 세워 놓았을 때 조화가 관건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지난 2010년 부산에서 열린 제28회 전국연극제에서 극단 무대지기의 ‘눈 오는 봄날’이다. 당시 이 작품은 대통령상과 희곡상, 연출상, 최우수연기상을 받았다.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이 전주의 공연장보다 작아 세트를 새로 제작해야 했습니다. 기존 세트를 거의 활용하지 못하고 1톤 트럭 2대 분량을 싣고 우여곡절 끝에 부산까지 갔는데 놀라운 성적을 낸 기억이 생생합니다.”
현재 그의 본업은 따로 있다. 4년 전부터 계사(鷄舍) 시설 보수를 하며 틈틈이 시간을 내 연극에 손을 쓰고 있다.
그는 전주 출신으로 고교 때 자동차 정비, 대학에서는 품질 관리를 전공했다. 전북도 기능올림픽 은메달리스트로 방송통신대에서는 농학과를 다닌 재주꾼이다. 용접 관련 일을 하다 외환위기 때 퇴직한 경력도 있다.
지난 1990년대 초반 무대 조명을 보던 그의 친구가 용접이 필요하다는 말에 연극계에 발을 들였다. 한동안 무대와는 소원하다 1997년 창작소극장의 화재로 이를 복원하는데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세트 전문가가 됐다. 당시 화재 현장을 기웃거리며 벽돌을 쌓고 골조도 세우며 무대 자체를 다시 만들었다.
“당시 연극계는 무척 열악했는데 연습이 끝나면 단원들이 한솥밥을 먹는 풍경이 정겨웠습니다. 그래서 공연에 필요한 물건을 하나둘 제공하게 됐습니다.”
서 씨는 도내 연극계에 세트 제작 전문 인력과 일원화된 제작·저장 공간이 없는 점이 늘 아쉽다.
그는 “도내 연극의 수준이 높고 역사도 길지만 세트 도안에서 설치까지 전과정을 하는 사람이 드물고, 인건비와 재료비를 아낄 수 있는 공동제작소가 없어 세트 제작에 저비용 저효율이 지속되고 있다”며 “각 극장마다 크기가 달라 똑같이 재활용할 수는 없지만 모두 모아 재배치를 할 경우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연극 분야에서 그의 꿈은 소품박물관이다.
“연극은 대부분 시간대가 과거인데 배우가 무대 위 펌프에서 나오는 물로 손을 씻는 장면을 구현하는 방식으로 생생함을 전달하고 싶습니다. 저에게 오면 웬만한 물건은 구할 수 있다는 말이 돌 정도가 되기 위해 옛 물건을 수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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