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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시장 청년몰 볶음밥 음식 '더 플라잉팬' 김은홍 대표 "편안하고 맛있는 요리 개발…즐기는 음식문화 나누고 싶어"

▲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 볶음밥 전문 음식점 ‘더 플라잉팬’ 김은홍 대표는“남부시장 청년몰의 미래는 전통시장의 미래와 함께 있어야 옳다”며 “청년들의 꿈이 살아있어야 전통시장의 꿈도 산다”고 말했다. 크고 작은 메모지가 빼곡히 들어차있는 식당 안은 그 자체만으로 즐거움을 준다. 안봉주기자

일본 젊은이들을 분석한 책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이 화제다. 저자 후루이치 노리토시가 이 책을 펴낼 때의 나이는 26세. 자신의 세대를 스스로 분석한 보고서인 셈이다. 이 책은 절망적인 일본사회에서 자기 스스로 행복하다고 여기는 젊은이들이 증가하고 있는 현상을 주목했는데, 저자는 그 이유를 그들이 더 이상 ‘희망적인 미래’를 기대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 ‘내일이 더 나아질 것이다’는 생각을 갖지 않는 일본 젊은이들의 눈앞에 펼쳐져 있는 것은 그저 끝나지 않는 일상일 뿐이다. 그래서 지금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미래를 포기하고 현실에 안주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우울하다. 그런데 문제는 일본이 처한 현실이 한국사회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이러한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궁금해지는 이유다.

 

전주 남부시장 한쪽 건물 옥상에 자리 잡은 청년몰의 젊은이들은 그 답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남부시장 청년몰 볶음밥 전문 음식점 ‘더 플라잉팬’ 김은홍 대표를 만났다. ‘날아다니는 프라이팬’을 상상하며 들어선 그의 식당은 예상대로 비좁았다. 꽉 차게 앉아도 겨우 아홉 명이 어깨를 나눌 수 있는 공간. 고개만 들어도 훤히 들여다보이는 주방에서 은홍씨는 환하게 웃는 얼굴로 손님들을 맞았다.

 

시장 옥상에 청년장사꾼들을 불러 모은 것은 2012년 문화관광부의 문전성시 프로젝트였다. 그는 이 공모에 서른아홉 살, 턱걸이 청년으로 응모해 점포를 얻었다. 늘 꿈꾸어오던 자신만의 요리를 만들어 나눌 수 있는 첫 공간. 한식당과 중식당을 거쳐 식품회사의 제품 개발까지 밑바닥부터 실전을 쌓아온 그에게 더없이 행복한 일상이 찾아왔다. 함께 문을 연 11개 점포 청년 장사꾼들과 뜻을 도모하며 그는 새로운 미래를 열었다. 6개월 남짓 지나면서 청년몰은 생기를 얻기 시작했다. 젊은 디자이너와 문화기획자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샘솟는 공방들, 카페와 화원, 작은 가게의 문이 바빠졌다. 그의 식당은 그 중에서도 잘나가는 가게로 꼽혔다.

 

“가게 인테리어와 주방 기자재를 갖추는데 350만원이 들었어요. 중고 재료를 사다 모든 작업을 제 손으로 했거든요. 주방 기자재도 가능한 중고를 사거나 얻었죠. 그러다보니 초기 투자비용이 엄청 낮아지더라고요.”

 

창업 자금 350만원으로 만든 그의 가게는 그동안 다녀간 손님들이 남겨놓은 흔적으로 아주 재밌는 공간이 됐다. 꽤 이름난 캘리그라퍼의 손글씨체며 웃음이 절로 나오게 하는 은홍씨가 직접 써놓은 가게 운영 지침까지 크고 작은 메모지가 빼곡히 들어차있는 식당 안은 그 자체로 즐거움을 준다. 맛도 있지만 재미를 주는 음식을 개발하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 공간에도 그대로 스며있는 덕분이다. 그와의 인터뷰도 공간만큼이나 발랄하고 즐거웠다.

 

-가게 안이 복잡하면서도 재미있군요. 사장님 아이디어인가요.

 

“한두 명 손님들이 남기고 간 메모를 없애지 않고 그대로 두었더니 자연스럽게 이런 공간이 만들어졌어요. 고마운 일이죠. 저도 가끔씩 읽어보면 재미있고요.”

 

-이곳에 들어온 지는 얼마나 되었습니까.

 

“햇수로 4년차, 만 3년 되어갑니다. 문광부 문전성시 두 번째 공모로 들어왔어요. 청년몰이 입소문 나면서 경쟁률이 꽤 높았는데 다행히 들어오게 되었죠. 사실 제게는 기회가 딱 한번 밖에 없었거든요. 나이가 청년으로는 턱걸이여서. 그러니 꼭 되어야만 했어요.(웃음)“

 

-심사를 통과할 수 있었던 이유가 뭘까요.

 

“아이템 덕을 본 것 같아요. PT 설명으로 심사를 받았는데 제 아이템이 다른 사람들과 중복되지 않고 좀 특별했거든요. 저는 그동안 앞으로 만들 요리를 위해 개발해놓은 레시피도 적지 않았고, 창업을 언젠가는 꼭 할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그만큼 준비가 되어 있었어요.”

 

-준비된 장사꾼이었군요. 전공은 요리와 거리가 있지 않나요.

 

“디자인을 전공했으니 전혀 다른 길이죠. 그런데 요리는 사실 오래전부터 제가 가장 잘하고 신나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광고회사를 다니면서도 일이 재미는 있었지만 내 일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죠.”

 

-음식점 창업이 꿈이었습니까.

 

“좀 멀리 내다본 꿈은 음식 프랜차이즈 사업이에요. 제가 만든 요리 레시피를 바탕으로 한 프랜차이즈죠. 많은 사람들이 즐겁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그런 요리를 만들고 싶거든요. 식당은 그 과정이겠죠.”

 

-음식 프랜차이즈는 아무래도 인스턴트식품의 성격이 강하니 건강한 먹거리와는 대별되는데, 왜 프랜차이즈인지 궁금하군요.

 

“프랜차이즈도 얼마든지 건강한 먹거리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거든요. 건강한 재료를 쓰면 해결되는 부분이 있고요. 일단 문제가 되는 것은 보관을 위한 방식인데, 유통기간을 짧게 하거나 멸균 방식을 고민하면 충분히 해결 방법은 있다고 봐요.”

 

-그런 준비를 하고 있습니까.

 

“익산에서 식품회사를 다닐 때 우리나라 통조림 제조 초창기에 참여했던 부장님과 일한 적이 있어요. 그때는 레시피 개발이 주 업무였지만 품질 관리도 중요해서 부장님으로부터 배우고 미생물 실험도 할 수 있어야겠다 싶어서 인터넷을 뒤져 공부했습니다. 헤썹(HACCP)은 식품 제조과정에서 위해요소를 분석하고 사전에 예방적인 관리로 식품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안전관리시스템을 말하는데 꼭 필요한 부분이어서 그것도 독학으로 공부했고요.”

 

-이 식당에서 프랜차이즈 꿈이 영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메뉴를 보니 요리 방식이 특별한 것 같습니다. 맛도 특별하겠군요.

 

“일종의 퓨전 음식인데 음식 맛과 방식은 여기 아니면 맛볼 수 없는 것들이죠.”

 

-레시피 개발은 어떻게 합니까.

 

“제가 요리 전공자도 아니고 체계적으로 공부한 것도 아니어서 가능하면 많은 음식을 맛보는 일, 책을 통해 보고 상상하는 일이 제 공부의 전부랄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저만의 특별한 방식은 사진을 보고 그 음식을 상상하는 일이예요. 무슨 맛이 날까, 색깔은 왜 이럴까 상상하면서 재료를 파악하고 제가 만들어보죠. 저도 맛을 보지만 손님들이나 주위 사람들의 시식 소감을 들어 성공적이다 싶으면 레시피로 개발해놓습니다.”

 

-결국은 요리를 개발하는 것도 치열한 자기 연구와 노력이 필요할 겁니다. 궁극적으로는 자시만의 철학을 음식에 담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물론이죠. 저는 맛도 중요하지만 재미있는 음식을 만들고 싶어요. 음식에 즐거움을 담아내는 것이 제가 추구하는 음식 철학인데 사실 그것이 쉽지 않거든요. 맛과 모양은 물론 재료와 그릇까지도 다 조화를 이뤄야 가능한 일이겠죠.”

 

-누군가가 맛있게 재미있게 먹는 것을 상상하는 일 자체가 요리하는 사람으로서는 꽤 즐거운 일이겠습니다. 본격적인 요리 공부는 어떻습니까.

 

“외국의 전통 있는 요리학교에서 공부하는 것도 좋겠죠.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것이 어려운 일이라면 다른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게는 다른 음식을 맛보는 것이 가장 큰 공부지요. 먹어보면 그 맛을 상상하면서 요리를 만들어 낼 수 있거든요.”

 

-실전과 경험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군요. 레시피를 만들 때는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합니까.

 

“특별한 계층만 먹게 되는 값비싼 요리보다는 서민들이 편하고 즐겁게 먹을 수 있는 대중적인 요리로 개발할 수 있게 하는 것이죠.”

 

-대중들을 위한 요리라면 아주 보편적인 맛이어야 할 텐데 그렇다보면 특별함은 그만큼 반감되는 것 아닐까요.

 

“음식은 주관적 기준으로 평가 받습니다. 사람들마다 취향이 다르니까요. 저는 음식은 선입견 없이 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고정관념을 갖고 대하면 좋은 음식 맛있는 음식을 만나기 어렵습니다. 그런 분들은 익숙하지 않으면 다 맛이 없다고 느끼거든요. 그런 틀을 깨고 싶어요. 여기서도 새로운 음식을 내놓을 때면 손님들에게 설명을 자세하게 해줍니다. 방식과 재료까지.”

 

-화제를 좀 바꾸어보죠. 그동안 경력을 돌아보면 식품 쪽이 아니고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어느 일이든 최선을 다하고 또 스스로 영역을 확장해가는 자세가 돋보이던데요.

 

“어떤 일이라도 열심히 잘해낼 자신은 있어요. 두렵지 않거든요. 그런데 내 식당을 갖고 하다 보니 이 일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내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고 이야기해주는 것도 고맙고 단골이 생겨 그분들과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런 저런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쁨도 큽니다. 이 길이 정말 내 길이었구나 다시 확신하게 된 것이죠.”

 

-그렇다면 지금 하시는 이 일이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그 답은 좀 고민이 되는군요. 좀 멀리 내다보면 아무래도 확신을 갖기에는 위험 요소가 많거든요.”

 

-위험요소라면 어떤 것인가요.

 

“구체적으로는 청년몰이 처한 상황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매출이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말부터 큰 폭의 변화가 있어요. 이곳이 아무래도 한옥마을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인데, 식당의 경우는 한옥마을 길거리 음식 후유증을 단단히 받고 있거든요. 저희 뿐 아니라 구도심 음식점 매출에도 영향이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얼마 전에 시작된 남부시장 야시장도 청년몰과는 막혀 있어 주말 매출에 영향이 있어요. 사실은 요즈음 조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건축물로서의 문제도 있지 않나요.

 

“이 곳이 워낙 오래된 건물인데다 합법화된 공간이 아니니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있어 해결책을 찾기 쉽지 않아요. 전통시장 대부분이 안고 있는 문제일겁니다. 한 가지 방법이 있는데 관광특구 지정을 받는 것이죠. 그런데 관광특구 지정은 일정한 유동인구를 확보해야 하고 갖추어야 할 조건이 까다로워서 어려운 일이더라고요.”

 

-청년몰에 입점한 가게는 몇 개나 됩니까.

 

“서른 두개가 문을 열고 있는데 가게가 비면 수시로 새 주인이 들어옵니다.”

 

-청년몰이 개설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들고나는 가게가 있습니까.

 

“잘되어서 나가는 친구들도 있지만 공동체문화에 적응 하지 못해 나가는 경우도 있고, 의욕이나 호기심만으로 시작했다가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죠. 어느 일이나 절실함과 치열함이 있어야 밀고 나가는 힘이 생기는 것 같아요.”

 

-조금 다른 이야기인데요. 나이로 ‘청년’을 가르자는 것은 아니지만 이곳 청년몰이 창업의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요. 3년이나 5년 정도 운영 연한을 정하고 이곳에서의 경험과 자생력을 기반으로 다른 곳에서 창업 할 수 있도록 하는 순환구조를 갖게 하는 것이죠. 물론 그런 경우 특별한 지원책이 있어야겠죠.

 

“저도 처음에는 그런 방식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5년 정도 일하고 나가면 다른 친구들이 와서 일하는 구조죠. 그런데 사실 해보니 이곳에서는 경험을 쌓는 일밖에 할 수 없는 여건이에요. 다른 곳에서 창업 할 수 있는 자력을 마련하는 일은 꿈도 못 꾸죠. 그만큼 수익이 나지 않으니까요.”

 

-현실적으로 그런 한계가 있겠군요. 그런데 자치단체 같은 곳에서 좀 더 많은 청년들에게 기회를 주고 또 이곳을 거친 사람들의 창업을 지원해주는 정책을 마련한다면 어느 정도는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대책이 마련된다면 좋은 정책이 될 것 같습니다.”

 

-시장은 일상성이 생명일겁니다. 그런데 청년몰은 관광객들에게는 인기가 있지만 전주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찾아오는 공간이 되기에는 아직 한계가 큰 것 같아요.

 

“그것이 가장 큰 고민입니다. 우선은 시민들의 공간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관광객들이 들러 가는 곳으로만 자리 잡다 보면 시장으로서의 자생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겠죠.”

 

-자체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 아닐까요.

 

“물론이죠. 다양한 기획을 구상하고 있는데 지난해에도 청년몰 식당들이 중심이 되어 ‘푸드 페스타’를 열었어요. 반응이 좋았죠. 올해도 전주 시민들이 함께 할 수 있는 행사를 기획하고 있어요. 환경도 새롭게 바꾸고 먹거리의 질도 높이고 길거리 음식과 차별화해서 단골을 확보할 수 있는 방식을 열심히 고민하고 있습니다. 봄에는 좀 더 새로운 청년몰을 만날 수 있을 겁니다.”

 

남부시장 청년몰은 어쨌든 들고나는 관광객들로 활기가 넘쳤다. 덕분에 청년 장사꾼들의 꿈과 의지가 쉽게 꺾일 것 같지는 않아보였다. 그러나 일상성이 시장의 생명력이라면 청년몰도 전주 시민들이 찾아오는 일상 공간이 되어야만 한다. 그만큼 갈 길이 멀다.

 

인터뷰 말미, 그는 “남부시장 청년몰의 미래는 전통시장의 미래와 함께 있어야 옳다. 청년들의 꿈이 살아있어야 전통시장의 꿈도 산다”고 말했다. 청년몰과 전통시장을 한 몸으로 만드는 일이 무엇보다도 절실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 김은홍 대표는 광고·식품회사 거치며 실전 경험한 준비된 장사꾼

김은홍 대표는 전주에서 나고 자랐다. 올해 마흔 한 살. 서울에서 1년 남짓, 익산에서 5년 남짓 직장생활 한 것 말고는 전주를 떠난 적이 없다. 한 때는 ‘그래도 큰물에서 놀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서울로 올라갔지만 경제적 가치보다는 풍요로운 삶의 가치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다시 고향으로 내려왔다.

 

그는 공부에는 별다른 취미가 없었다. 그림 그리는 일을 좋아해 미술공부를 하고 싶었으나 자식 교육에 완고한 아버지가 무서워 말조차 꺼내지 못하고 마음 졸이며 중고등학교 6년을 다녔다. 성적이 한참 뒤처지는데도 경제학과나 무역학과에 들어가기 원하시는 부모님의 뜻에 따라 대학 입학 원서를 냈다. 예상대로(?) 낙방했다. 대학 대신 디자인 학원 같은 곳에서 실력을 쌓아 취업하려고 마음먹었지만 담임선생님이 전문대 입학을 권했다. 미술공부를 정식으로 해본 적 없던 그는 1주일 속성으로 학원에 다니며 정밀묘사를 공부해 디자인과를 지원했다. 실기시험에서 주어진 과제는 빨래집게. 고작 우유팩만 다섯 번 그려본 경험으로 입시에 합격했다. 그러나 대학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1학년 2학기를 마치고 군대를 갔는데 마지막 휴가를 나오니 아버지 사업이 부도나 집안 형편이 말이 아니었다. 복학을 했지만 2학기를 코앞에 두고 그만두었다. 광고회사에 들어가 온갖 일을 다 하며 버텼다. 복학해 간신히 졸업장을 받았다. 광고회사 일도 그런대로 할만 했지만 본격적으로 요리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 대신 만든 음식을 입맛 까다로운 식구들이 타박하지 않고 맛있게 먹는 것을 보며 스스로 자신의 재능(?)을 깨달은 덕분이다. 일식과 양식 조리사 자격증을 땄다.

 

첫 직장은 전주의 한정식 식당이었다. 6개월 일하다 서울에 일자리가 생기자 주저 없이 올라갔다. 프랜차이즈 중국 음식점이었다. 업무는 매장 관리였지만 중식 요리도 눈여겨 배워두었다. 결혼을 앞두고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 다시 전주로 내려왔다. 마땅한 직장이 없어 택배회사에 들어갔다. 몸도 고단하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시기였다. 결혼하고 익산에 있는 식품회사로 직장을 옮겼다. 새로운 요리를 개발하고 레시피를 대중화하는 일을 꿈꾸어왔던 그로서는 좋은 기회였다. 업무는 물류를 다루는 지게차 담당이었지만 디자인 전공을 살려 회사 로고도 바꾸고 엑셀을 익혀 자료를 정리하고 체계화하면서 제품개발에도 참여했다. 사업을 확장하던 회사가 어려움에 처하면서 거래처였던 프랜차이즈 식품업체로 옮겨야했다. 그즈음 전주 남부시장의 청년몰 공고가 났다. 나이 제한으로는 턱걸이여서 마지막 기회였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볶음밥 전문점 ‘더플라잉팬’을 창업했다.

 

햇수로 4년차. 그는 3평도 채 되지 않는 작은 공간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만든 볶음밥으로 손님을 만난다. 가게는 단골이 늘고 입소문이 나면서 청년몰 안에서도 제법 잘나가는 식당으로 꼽힌다. 큰 욕심만 부리지 않는다면 앞으로 몇 년은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건강하고 재밌는 음식을 담아내는 프랜차이즈 사업이 여전히 그의 열정을 부추긴다. 휴일인 월요일에도 가게로 나와 레시피 개발에 시간을 쏟는 것도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한 준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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