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통합의 상징이어야 할 대통령은 계층적 지역적 갈등의 원천이 되고 있고, 정치의 중심에 서야 할 국회는 대권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사생결단의 전투장이 되어있다. 민주정치의 중추여야 할 정당 역시, 오직 대통령권력 쟁취에 대한 유·불리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생성과 소멸, 이합집산을 거듭하고 있다.
그 결과 국민을 위한 생산적인 정치가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모든 국가권력을 대통령 1인에게 집중시킨 제왕적 대통령제 헌법으로 인해, 대통령직을 차지하면 모든 것을 다 갖게 되고 대통령직을 잃으면 모든 것을 다 잃게 되기 때문이다.’
이 글은 2008년 7월. 17대 국회를 마지막으로 30년간의 현역정치인생을 마감한 제가, 정치원로로써 해야 할 소명을 모든 정치적 폐단의 근본원인인 제왕적 대통령제의 개혁에 있다고 생각해서 그 개혁운동에 국민들의 동참을 호소하는 호소문의 서두이다.
그때로부터 어언 7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정권도 바뀌었고 많은 일이 있었고 많은 변화도 있었다.
그러나 긍정적인 발전은 거의 없었다. 대화와 타협 협상의 정치보다는 전투적 대립의 정치가 주류를 이루고 당연한 귀결로 국민의 정치에 대한 불신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계층적 지역적 갈등과 세대적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국가발전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절대 필요한 사회적 통합과 사회적 자본축적이 위험수위를 가리키고 있는 것이다. 정권을 맡은 사람, 정치를 이끄는 사람, 경제를 책임진 사람들의 잘못과 책임에 대해서도 반성하고 추궁하고 따져야겠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권력구조의 기본 틀에 대해서도 심각히 따져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대통령제는 미국 국경을 넘어서는 순간, 죽음의 키스를 만난다’는 세계적 정치학자 칼 뢰벤슈타인의 경고를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세계선진국 집단이라고 하는 OECD국가 중에서 미국과 한국, 멕시코 말고는 대통령제를 가진 나라가 거의 없다는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바꾸어 말하면 미국 이외에는 대통령제를 채택하여 성공한 나라가 거의 없다는 것을 웅변해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대통령제는 건국 초 미국의 제도를 모방한 것이라고 하지만 미국제도에 비해서도 터무니없이 많은 권력이 대통령 한 사람에게 집중되고 있다.
군대, 경찰, 검찰, 국세청, 감사원, 국가정보원 등 모든 권력의 칼자루가 대통령 한사람에게 집중되어 있다. 독재국가 말고 정상적인 국가에서 우리나라처럼 권력이 대통령 한사람에게 집중된 나라는 없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지역감정과 지역주의가 심각한 나라의 경우는 권력집중의 폐해는 더 심각할 수밖에 없다.
다수지역은 다수지역대로 소수지역은 소수지역대로 하나밖에 없는 대권을 쟁취하기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투쟁을 반복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우리 정치의 본질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권력독점은 우리 국민 모두에게 폐해를 주어왔지만, 우리 전북과 같은 소수지역의 경우 그 폐해가 더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광복 70주년이 되는 2015년에는 정치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권력독점의 틀을 분권의 틀로 바꾸는 문제가 정치권과 국민 사이에 적극적으로 논의되는 한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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