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지산 검은 나뭇가지 사이
동이 트고
산까치가 파득 눈을 떴다
샛길을 타고 나가
천변을 감아 돌던 바람은
새벽 야채 장수의 트럭 위에서
흔들렸다
아내는 천 원어치의 봄을 샀다
달래, 취, 돌나물과 냉이
봄을 씹는 이른 밥상머리에
여린 햇빛들이 때굴거렸다
사랑에 빠졌던 날
한평생 서럽게 찬연한 봄이
강물처럼 일렁이는
아침 일곱 시
△봄맛, 향기로 스며드는 봄나물이 겨울과 봄 사이에서 맛으로 다가온다. 산까치의 날갯짓에 봄이 강물처럼 일렁인다. 천변을 감아 돌던 바람도 태양을 따뜻하게 품더니, 봄나물이 얼른 밥상에 오른다. 밥상머리에서 나눌 사랑을 위하여 봄맛은 온 몸을 휘더듬는다. /시인 이소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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