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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학습 없는 세상

공부하든 일하든 저녁엔 쉴 수있는 사회가 되길 기대

▲ 공현 청소년 인권운동가
한국에서 밤에도 불이 켜져 있는 고등학교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일반계고라면 야간자율학습을 안 하는 학교가 더 적을 것이다. 학원가는 말할 것도 없고, 심야까지도 독서실이나 집에서 더 공부해야 하는 학생들도 많다.

 

이런 모습은 곧잘 기특한 일로 추켜세워지기까지 한다. 작년 교육감 선거에 출마했던 한 고등학교 교장은 새벽에도 불 켜진 학교 건물 사진을 SNS에 올리며 자랑과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것을 바람직한 일로 포장하는 현실이다.

 

그러나 야간학습은 전혀 좋은 일이 아니다. OECD 국가 중 학습시간이 가장 긴 한국 청소년들의 삶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애초에 중고등학교의 수업 자체가 많은 편인데, 거기에 보충수업이나 야간자율학습, 사교육까지 더해져 밤까지도 공부를 하게 된다.

 

아침부터 밤까지 빼곡하게 공부로만 채워진 학생들의 시간표를 보면 놀 시간과 쉴 시간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해가 진 뒤에도 학교나 학원에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는 모습은 이런 현실을 상징하는 슬픈 풍경이라고 할 만하다.

 

청소년들의 시간을 빼앗는 장시간 야간학습의 폐해는 작지 않다. 청소년들의 낮은 행복지수도 그 탓이 클 것이며, 많은 청소년들이 자는 시간마저도 부족한 형편이니 건강에도 안 좋을 것이 분명하다. 간혹 야간자율학습 중 갑자기 쓰러져 목숨을 잃은 청소년들의 소식이 들리곤 하는데, 직접적 원인이 불명이더라도 과중한 학습으로 인한 피로와 스트레스 등이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추측해본다.

 

또한 야간노동의 경우는 암의 원인으로 의심받고 있으며 소화기 질환, 심혈관계 질환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야간학습도 마찬가지 아닐까?

 

몇 년 전 손학규 의원이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화두를 던졌던 적이 있다. 노동시간도 가장 긴 편인 한국의 현실을 반영하여 많은 공감을 얻은 표어였다. 청소년들 역시 ‘저녁이 있는 삶’이 필요하기는 마찬가지다. 밤에 학교나 학원에라도 잡아놓지 않으면 청소년들이 갈 곳도 없고 위험에 노출될 거라는 우려를 하는 이들도 있다. 과거 군사정권이 통행금지를 시행하던 논리랑 본질적으로 다를 게 없어 보이긴 하지만, 아마 늦게까지 일해야 하는 부모가 많기 때문에 생기는 불안감에서 비롯된 얘기일 거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건 그만큼 청소년들이 참여할 다양한 여가 활동들과 시설들을 만들어서 해결할 문제이다. 일하는 부모들도 일찍 귀가할 수 있게 해야 할 테고.

 

새 학기가 되니 야간자율학습을 강제로 시키는 사례들이 이슈가 되고, 교육청도 단속에 나서곤 한다.

 

그러나 ‘강제로’ 시키는 것만이 문제일까? 밤까지도 학교에서 공부해야 하는 교육 상황 그 자체가 인권 문제이다. 애초에 밤까지 학교에서 공부시키는 제도라는 게 한국과 중국 일부 정도에서밖에 찾아볼 수 없는 비정상적인 모습이다. 학교에서의 야간학습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 또한 UN사회권위원회가 한국 정부에 대해 내린 권고대로 야간의 사교육 영업을 법률로 확실히 규제하는 것도 필요하다.

 

학교나 학원에서 공식적으로 밤까지 공부를 시키는 것이 당연한 ‘야간학습 문화’는 사라져야 마땅하다. 야간학습 없는 세상만 만들어도 한국은 청소년들이 좀 더 살 만한 곳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공부든 일이든, 저녁과 밤에는 사람이 좀 쉬는 것이 자연스러운 사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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