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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전주 문화의 가치] 전통문화 살아있는 전주, 디자인 가치 커

한옥마을 방문 외국인, 아름다움·놀라움 표현

▲ 전주 한옥마을 전경. 전북일보 자료사진

경제발달에 따라 갈수록 디자인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작은 상품에서부터 건축물, 나아가 도시 전체의 특성이 디자인으로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문화적 측면에서도 디자인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그럼에도 이를 등한시 해온 경향이 없지 않았다. 본보는 디자인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자리를 마련했다. 디자인 전문연구자인 주송 전주대 교수가 ‘문화와 디자인 이야기’로 독자들과 만난다. 격주로 연재된다.

 

외국 친구에게 전주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면 거의 모든 친구들이 전주에 오고 싶어 한다. 실제로 여러 외국 친구들이 나의 이야기를 듣고 전주를 방문했다. 그들은 모두 서울에는 거의 관심이 없었다. 다른 나라의 대도시와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이다. 전주를 방문했던 많은 친구들이 하나같이 만족하며 내가 기대하지 않았던 것들을 보며 원더플을 외치는 것이 신기했다. 이태리 친구는 기왓장 한장을 들고 내게 와서 기왓장의 색깔이 너무 아름답다며 감탄을 늘어 놓는다. 기와의 형태보다 불 속에서 구워진 오묘한 색에서 한국의 아름다움을 발견한 것이다. 홍콩에서 온 친구는 내가 소개한 한옥에서 잠을 자고 아침에 네게 경이로웠던 간밤의 체험을 전한다. 사실 처음 한옥에 입실해서는 불편한 시설들로 실망한 부분도 없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하룻밤을 자고나서 최근 들어 가장 편한 잠을 잤다며 놀라워한다. 한옥의 형태에서 아름다움을 찾기보다 한옥이 가지고 있는 기능적인 부분에서 한국문화의 가치를 찾았다는 것이다.

 

그렇다. 전주의 문화는 형태적인 것이 아니다. 안에 깊게 배어 있는 것에서 전주의 문화는 가치가 있다. 전주에 내려오기 전 한국문화 체험을 위해 주로 경상도 지역의 안동이나 경주 등을 많이 찾았다. 제품디자인에 담을 우리의 문화를 찾기 위함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안동이나 경주 등에서는 제품에 담을 문화를 찾기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 우리의 고유문화를 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으나 담을 문화를 찾을 수가 없었다. 2006년 전주대학교로 부임하면서 찾은 전주는 나에게 그 해답을 보여주었다.

 

문화는 워낙 방대한 모든 분야를 포함하고 있어 다양한 방법으로 분류되고 있으나 나는 문화를 크게 살아있는 문화(生文化)와 죽어있는 문화(死文化)로 분류하기를 좋아한다. 사문화는 용어 그대로 사용이 정지된 문화를 일컫는 것으로 주로 골동품이 그 예이다. 중국의 자금성은 그 옛날의 화려함을 규모를 통해 가늠해 볼 수는 있으나 현재는 그 시대의 화려함은 담고 있지 못하고 형태로만 존재한다. 반면에 생문화는 그 기능이 현재도 사용되어 지고 있는 문화를 일컫는다. 영국의 버킹엄궁전은 아직도 영국의 왕이 살고 있는 궁전으로 예전의 화려함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아니 옛날보다 더 화려하게 발전 되었다는 것이 맞는 표현일 것이다.

 

이런 분류로 볼 때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사문화 지역으로는 경주를 꼽을 수 있겠다. 도시 전체가 박물관으로 기능이 멈춰진 오래된 것들이 형상으로 보존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우리나라 대표적인 생문화 지역으로는 단연 전주를 꼽을 수 있다. 전주는 전통문화가 생활 속에 그대로 살아 전해 내려오는 도시이다.

 

전주는 근현대에 들어 정치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었던 이유로 어느 정도 급격한 변화를 격지 않고 평온한 전통문화를 생활 속에 유지할 수 있었다. 역설적으로 급속한 산업화의 소용돌이에서 소외되어 옛것을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발전시켜 올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앞에서 언급한 생문화와 사문화가 서로 어느 것이 우월하고 더 가치가 있다는 표현은 아니다. 사문화는 사문화로서의 가치가 있고 생문화는 생문화로서 가치가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한국문화는 한국의 살아있는 문화 즉 생문화를 일컫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제품에 담아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문화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살아있는 문화이기에 디자인분야에서 만큼은 더욱 가치있게 분류하게 된다.

 

전주의 문화는 살아있는 생문화이기에 전주에 사는 전주시민들은 전주문화의 가치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전주출신의 학생들에게 전주의 문화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답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상에서 생활하면서 사용하고 있는 것들이 전통문화이기에 느끼지를 못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전주에서 진행하는 많은 문화관련 행정이나 행사들이 전주의 살아있는 문화를 적용하지 못하고 사문화를 적용해 형태적인 표현으로 하다 보니 전주문화의 실질적인 가치를 발전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곤 한다.

 

△주송 교수는 중앙대와 미국 아트센터디자인대(Art Center College of Design) 학사(자동차디자인)·석사(산업디자인)과정을 졸업했다. 삼성전자 디자인연구소에서 근무했으며, (주)이노디자인코리아 사장 등을 지냈다. 지난 2005년부터 전주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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