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들 차별 말고 이성·동성애 포함시킨 성교육 내용 보급해야
차별과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중요한 것 중 하나는 그것을 막연한 ‘남 일’로 여기지 않는 것이다. 자기는 동성애자에게 별 편견은 없지만 가족이나 친구 중에 있는 건 싫다는 식의 말은 얼마나 심각한 편견을 드러내고 있는가.
그렇게 소수자들이 함께 살고 있지 않다는 듯이 대하는 것이야말로 차별이다. 분리는 종종 배제와 편견, 몰이해의 시작이 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유명한 인종차별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가 분리정책이라는 뜻이며 “차별이 아닌 분리”라는 명분을 내걸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기억해둬야 한다.
최근 교육부가 성교육에 대한 지침을 내놓으면서 ‘동성애에 대한 지도는 허용되지 않는다’, ‘동성애, 다양한 성적 지향, 성 소수자 등의 내용과 용어 사용은 불가’하다고 한 것 역시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교육부는 논란이 될 일은 말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듯하나, 그 침묵의 의미는 지금 학교에 있는 성 소수자 학생들의 존재를 무시하는 것이다.
학교에 동성애자이거나 양성애자인 학생들 또는 나중에라도 스스로를 그렇게 정체화할 학생들이 있다고 조금이라도 상상해봤다면 나올 수 없는 지침이다.
교사가 혹시라도 차별적인 편견이나 혐오를 드러내는 것을 막았다는 일면의 장점이 있어 보이기도 하지만, 결국 성교육의 내용 자체가 이성애 중심주의에 근거해서 만들어져 있기에 그 교육 속에서 동성애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되어버린다. 무지해서 간과한 것도 아니고 아예 언급을 금지시킨 것은, 성소수자들을 함께 살지 않는 존재로 보겠다고 한 것과 다름없다.
정부에게는 당연히 차별금지와 교육권 보장을 위해 노력할 책무가 있다. 그러므로 성소수자들이 차별받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편견을 없애고 차별을 막는 교육을 해야 한다. 동성애자인 학생들도 자신들에게 적절한 성교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이성애와 동성애 모두를 포함하는 성교육 내용을 보급해야 한다.
설령 그것이 지금 당장 교육부에게 어떤 여건상 어려웠다고 치더라도, 세상에는 이성애자만이 아니라 동성애자도 존재하며 이 교실 안에도 있을 수 있다는 내용쯤은 포함되어야 했을 것이다.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 등에 대한 정보는 이야기했어야 했다. 교육부의 지침은 회피도 아니고 적극적인 배제와 차별 행위에 가깝다.
어느 자리에서든 항상 그 안에 얼마든지 소수자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반복해서 상기시키고는 한다.
바로 여기 이 자리에 다양한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의 사람들이 함께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는 것이 차별을 없애는 첫 걸음이다. 성 소수자만이 아니라도 바로 자신이, 자신이 만나는 사람이 소수자일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내가 동성애자냐고? 그 답은 다른 분들의 상상에 맡겨두도록 하겠다. 내 성적 지향이나 정체성이 뭐든 아무런 상관도 없는 세상이 더 좋은 세상일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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