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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행정연수원과 전북發 행정한류

▲ 최두영 지방행정연수원장
지난 3월 아프리카 우간다 공무원들이 우리원에서 3주간의 연수를 마치고 수료식을 가질 때의 일이다. 교육을 받는 동안 촬영한 사진을 포토쇼 형식으로 보여주는 시간이었다. 자신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 한장 한장이 넘겨질 때마다 진지하게 보고 웃기도 하며 꽤 열중하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한 연수생이 갑자기 일어나 춤추기 시작했고, 조금 지나자 모든 연수생이 앞으로 나와 노래를 부르며 춤추는 것이었다.

 

공식행사 중의 갑작스러운 사태에 당황스러웠지만 끝날 무렵 그들 눈가에 눈물이 맺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무엇이 그들을 웃고 춤추고 눈시울이 뜨거워지게 했을까? 우리 직원들이 너무 친절해서? 교육내용이 좋아서? 한국을 떠나기 아쉬워서?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 수십 년 전 한국 공무원들이 선진국 연수를 갔을 때의 그 심정 아니었을까? 왜 우리는 한국처럼 되지 못하고 있는가? 전쟁의 폐허를 딛고 짧은 기간에 이 나라는 이렇게 발전했는데 우리는 왜 아직? 등의 간절함 때문이 아니었을까? 우간다의 최고 엘리트로 자부하는 그들이었기에 더욱 더.

 

지방행정연수원은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2000년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15개국 37명의 공무원을 교육하기 시작해 2014년까지 총 3444명의 개도국 공무원들을 초청하여 연수를 실시했다. 2013년 7월 이곳 완주군 혁신도시로 이전하면서 국제교육센터, 국제회의장 등을 갖추고 전북발 행정한류를 조용히 세계로 전파하고 있다. 개도국 공무원 초청 연수의 많은 경우는 가장 좋은 곳, 수도권, 첨단시설, 대기업들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운영하면서 느낀 점이지만 그들은 이러한 곳들 보다는 오히려 실제 그들 삶과 가까운 현장, 먼발치에서 바라만 보아야 하는 꿈이 아니라 당장 잡을 수 있는 무엇 하나를 보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우리원의 개도국 연수는 전주 한옥마을에서 시작된다. 한복을 입고 창을 따라 불러보고 서툰 젓가락질로 밥을 먹고 막걸리도 한잔 하며 가장 한국적인 도시 전주의 한옥에서 첫날밤을 보낸다. 시청에서는 한국의 지방행정이 실제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배운다. 언어도 문화도 제반 환경도 생소하지만 앞선 지방행정 시스템을 하나라도 더 보고 배우려 눈을 반짝인다. 시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을 보곤 눈이 휘둥그레진다.

 

김제에서는 축제의 노하우를 배우고, 임실 치즈마을에서는 유제품가공공정을 보고 포장판매 노하우를 배운다. 안덕마을에서는 떡을 만들어 보고 중금 에너지 자립마을에서는 새마을 지도자의 경험담을 듣는다. 어떻게 자식을 공부시키고 고단한 현실을 극복해 갔는지를. 로컬푸드 조합에서는 지역주민의 자발성과 창의성, 자립 의지를 보고 배운다. 그들이 원하는 것 손에 잡히는 것들, 돌아가서 그들의 지역에 바로 실현해 볼 수 있는 훌륭한 지역 활성화 사례와 시책들이 이곳 전북에 다 있다.

 

올해에도 3월까지 개도국 연수생 30명이 다녀갔고 앞으로도 300여명이 전북을 찾을 예정이다. 지난 27일부터는 몽골의 군수, 의회 의장들 13명이 교육 중이다. 과거 대한민국이 어려울 때 국제사회로부터 받은 것을 되갚으며 전자정부 등 한국의 앞선 행정시스템을 전파하고 수출하는 개도국 공무원 초청연수. 이 프로그램을 통하여 이곳 전북이 세계로 창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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