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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진정성에 있다

▲ 총무국장 겸 논설위원

며칠간 버텨왔던 이완구 국무총리가 결국 총리직을 떠났다. 성완종 시리즈의 이완구편이 취임 70일만에 내려졌다. 금품수수 의혹이 제기되고 소용돌이치는 ‘거짓말 논란’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고육책이었던가. “진실은 밝혀질 것으로 믿는다”면서 거듭 결백을 주장하고, 퇴근길에는 눈물을 참느라 입을 앙다물었던 모습까지 보였다. 그렇게 만신창이가 된 채 떠날 거라 예측한 사람은 없었다.

 

■ 분열·갈등·의혹 해소하려면

 

지명 당시만 해도 여야 모두 환영해서 국회 청문회야 무난하게 통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불거진 사안들마다 반론이나 대응하는 방식이 부적절했다는 평가가 곧 대세로 돌아섰다. 아들의 병역 면제 의혹을 자진해 공개검증하면서 “마음이 아프다”며 눈물을 글썽이었고, “증거가 드러나면 목숨까지 내놓겠다”는 폭탄선언마저 내놨다. 속내를 말하기 위해 그런 표현을 했다고 한다. 한데, 메아리는 돌아오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제 총리를 또 찾아야 한다. 전북은 이번 인사를 주시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2012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이곳 방문 때 “모든 공직에 대탕평 인사를 하겠다” “제가 되면 호남은 희망의 땅으로 다시 태어나게 될 것”이라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어느 누구보다 원칙과 신뢰를 기치로 내새웠던 정치인. 그런데 현실은 집권 2년 넘게 헛공약으로 남아 있다. 인사에 관한 한 우리는 ‘영남 공화국’을 방불케 한다.

 

이런 상황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4·29 재·보선 지원 유세 과정에서 자기 당의 누구를 총리 시키면 얼마나 잘 하겠느냐는 뜬금없는 소리를 늘어놓았다.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그런 속보이는 인사 타령을 했어야 되겠는가. 오히려 좀처럼 변하지 않는 박 대통령의 편중인사부터 정색으로 비판하고 나서야 했다. 많은 사람들이 역대 최악의 ‘총리 잔혹사’를 지켜보고 있는 판국이 아닌가.

 

문제는 진정성에 있다. 그들만의 진정성이 따로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리더의 진정성 결핍은 시민들에게 상당한 위화감으로 다가온다. 정신분석학자 에릭슨은 진정성을 “내면과 외면의 자아가 일치하는 것”으로 보았다. 진정성이 없으면 자신만의 내면을 숨기기 위해 ‘악어의 눈물’을 흘려가며 그것을 연출한다.( ‘진정성이란 무엇인가’, 윤정구 지음). 때문에 새 총리 인선의 최우선 기준도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고 있다.

 

진정성 문제는 지역에서도 이슈다. 진정성은 과오 인정과 반성하는 성찰이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김제시가 서남권 광역 공설화장장 건립에 참여하겠다는 입장 변화가 주목받고 있다. 기존 자치단체들이 4년 넘게 김제시의 반대 투쟁으로 사업차질과 지역갈등이 생겼다며 반박하고 있는 것. 김제시가 “시민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했지만 “완공이 다가오자 차려놓은 밥상에 슬그머니 수저를 얹겠다는 것 아니냐“며 받아치고 있다.

 

비록 양상은 다르지만 전주시의 항공대와 예비군훈련장 이전도 진정성의 맥락에서 교착상태에 빠졌다. 항공대 이전 주민설명회를 열려고 했지만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되고 말았다. “단순히 행정절차에 몰두하지 않겠다”는 전주시측의 언급에도 “설명회가 이전을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며 주민들의 불신이 거세다. 훈련장 또한 “전주시가 (절차이행 없이) 안하무인격 행정을 한다”며 완주군이 파열음을 내고 있다.

 

■ 정부·자치단체, 진정한 실천력 필요

 

사회분열과 갈등의 전선은 정책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시뻘건 격류가 민심 바닥에 흐르기 때문에 일어난다. 우리 사회를 진정한 사회라고 믿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있을까. 안타깝게도, 그에 대한 불신의 골이 깊고 넓다. 지금 정부와 자치단체장에게 필요한 것은 ‘반성과 결의’에서 나오는 진정한 실천력이다. 진정성이 분열과 갈등, 그리고 의혹을 다스리는 명약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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