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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천 글·안봉주 사진 '당신에게, 전주'] 맛과 멋의 도시 '깨알같은' 안내

소설가·사진기자 의기투합 / 지역 음식·관광지 상세 소개 / 한옥마을 전경 등 풍광 일품

전주는 여러 타이틀을 지니고 있다. 유네스코가 선정한 음식창의도시, 국제슬로시티, 한국관광의 별, 프랑스의 여행안내서 미슐랭 가이드가 최고 평점인 별 3개를 준 도시다. 여기에 국제영화제, 비빔밥축제, 국제발효식품엑스포, 전주대사습놀이, 세계소리축제 등으로 일년 내내 입, 눈, 귀가 즐겁다.

 

역사적으로는 견훤이 후백제를 건국하며 도읍으로 사용됐고, 갑오년에는 동학혁명이 일어나 백성 자치기구인 집강소로 다스려졌다.

 

이제는 해마다 5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한옥마을에 밀물처럼 몰려 비로소 ‘포텐이 터진’ 곳이다.

 

이들에게 전주의 겉핥기가 아닌 속살을 들춰내는 <당신에게, 전주> (꿈의지도)가 나왔다. 전주를 방문하는 사람뿐 아니라 전주 시민에게 상식이 될만한 이야기를 묶었다. 전주에서 나고 자란 소설가 이병천 씨(59)의 글에 사진기자 안봉주 씨(57)의 사진이 더해졌다.

 

이 책은 전주 사람이라면 들어본, 또는 알고 있다고 여기지만 막상 ‘썰’을 풀기에는 다소 빈약한 콘텐츠를 가진 사람에게 유용하다. 전동성당과 오목대를 훑은 뒤 초코파이와 꼬치를 맛보고 전주를 떠나는 여행객에게는 여행지의 사연과 가치를 재인식하게 하는 안내서다.

 

책은 장소, 멋, 맛 등 세 부분으로 나눠 전주의 이야기를 전한다. 저자는 각각의 글감에 얽히 내력과 현재의 모습까지 기술하며 풍경을 전한다. 추억과 애정이 묻어나는 시선과 맥을 같이해 작가의 탄탄한 글쓰기 실력에서 나온 간결한 문장으로 채워졌다. 중간중간 고은, 안도현 시인의 작품이 곁들여진다.

 

더욱이 꼭지마다 꼬리에 트래블 노트(travel note)를 적어 여행자에게 깨알같은 도움말을 실었다. 한옥 게스트하우스의 시설과 이용 안내가 길잡이 역할에 충실하다.

 

오랜 세월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경기전과 전주사고, 전동성당, 덕진연못, 전주향교 산성길과 관성묘 등 이야기가 있는 전주의 대표적인 가 볼 곳이 먼저 소개된다. 이어 멋은 전주의 현관인 톨게이트부터 시작한다. 학인당, 사투리, 소리축제와 대사습놀이, 가람과 석정 그리고 최명희, 수달, 정여립의 길 등으로 역사와 문화를 펼쳐보인다. 마지막인 맛은 싱그러운 향내를 책장에 풍기는 전주 복숭아, 고유의 음주문화인 가맥집. 메밀국수집, 오모가리탕, 피순대. 모주와 황포묵 등 한 상 넘치는 음식으로 차렸다.

 

저자는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의 주요 촬영지였던 전주향교의 은행나무를 보고는 안도현 시인의 ‘은행나무’를 빌려 괴테와 연관짓기도 한다. 임진왜란 때 정읍 태인의 선비였던 손홍록과 안의의 충정심을 전하며 전주사고의 가치를 새삼 일깨운다. 두 선비는 전쟁이 일어나자 전주사고에 있던 태조부터 명종까지 13대에 걸친 실록 804권과 태조 영정을 내장산으로 옮긴 뒤 무사에게 지키게 해 훗날 조정에 인계했다. 오늘날 문화콘텐츠의 원천 기록인 조선왕조실록이 후대에 전해지게 된 일화다.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속의 배경이 된 전동성당도 순교자들의 피가 흐르는 곳이다. 우리나라 천주교사에 기록된 최초의 순교자인 윤지충과 권상연이 1971년 처형된 장소다. 당시 그곳은 형장이었다. 이후 프랑스 출신 보두네 신부가 1908년 성당 신축을 시작했지만 건립 비용을 2차례나 도둑 맞아 1914년에야 공사를 마쳤다.

 

설계는 서울 명동성당 공사를 맡았던 프와넬 신부의 작품으로 알려졌다. 명동성당을 아버지 성당으로, 전동성당을 어머니 성당으로 부른다는 전언이다. 성당을 쌓아올린 돌 역시 당시 신작로를 낸다는 이유로 헐린 남문 성벽의 일부였다.

 

각기 간직한 사연뿐 아니라 실린 사진도 볼거리다. 개절별로 형형색색 옷을 바꿔 입은 전주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가을날 은행잎이 땅을 뒤덮어 노랗게 물든 향교, 7월이면 연꽃이 표면을 메우는 덕진공원, 전주천에서 포착된 수달, 산벚꽃이 만개한 봄날의 완산칠봉, 흰 눈이 소복히 내려앉은 한옥마을의 전경 등이 멋드러진 풍광으로 실렸다.

 

저자는 “전주에서 만났던 사람, 풍경, 음식, 잠자리, 사건의 이름이 ‘당신’이다”며 전주에 대해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저절로 달래지는 곳, 완전한 완주(完州) 땅 안에 찐빵 팥소처럼 온전하게 들어앉은 전주(全州)”라고 정의내린다.

△저자인 이병천 씨는 전북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8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198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돼 등단했다. 전주MBC PD를 지냈다. 저서로 소설집 <사냥> , <모래내 모래톱> , <저기 저 까마귀떼> , <홀리데이> 등이 있으며, 장편소설 <마지막 조선검 은명기> , <에덴동산을 떠나며> , <90000리> 등이 있다.

△사진을 맡은 안봉주 씨는 전주고와 숭실대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사진기자가 됐다. 현재 우석대 겸임교수, 전북일보 편집국 부국장을 맡고 있다. 지난 2008년 전북예술상, 2009년 올해의 좋은 기자상, 2009~2013년 한국보도사진전 우수상과 가작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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