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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치없는 올드 보이들의 귀환

▲ 객원논설위원
업무 차 충북과 전남을 들를 기회가 있었다. 평소 전주에서 생활하다 이들 지역을 보곤 눈이 휘둥그레졌다. 전북보다 낙후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충북 청주와 충주, 전남 여수 순천 목포 등은 예전과 달리 눈부시게 달라져 있었다. 청주의 경우 국제공항과 오송생명과학단지, 오창과학산업단지 등이 들어서 상전벽해가 따로 없었다. 조금 과장해서 얘기하면 마치 외국의 첨단도시에 온 기분이었다. 새로 조성된 첨단의료단지와 기업, 각종 연구기관들이 여유롭게 배치돼 보기에 좋았다. 솔직히 부러운 마음이었다. 인구도 2009년에 전주와 비슷한 64만 명이었으나 지난 해 청원군과의 통합으로 85만 명에 육박하고 있었다. 이제 충청도는 수도권과 한 몸인 수충권(首忠圈)이 되어가고 있었다. 수도권 전철이 청주공항까지 연결될 날도 멀지 않은 듯 했다.

 

가장 못 사는 동네로 전락한 이유는

 

전남 여수 또한 엄청나게 달라져 있었다. 2012년 세계해양박람회를 치르면서 돌산공원에 케이블카가 놓이고 돌산대교 이순신대교 등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만만치 않았다. ‘여수 밤바다’ 노래처럼 야경은 찬란했고 횟집들도 성시를 이뤘다. 북적이던 경남 통영의 미륵산 케이블카를 연상케 했다.

 

이들을 보면서 전북만이 ‘외로운 섬’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러한 현실은 최근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수치와 거의 일치했다. 2014년 한 해 동안 취업정보 사이트인 워크넷에 올라온 구인·구직 정보를 16개 광역 시도별로 분석한 결과, 전북은 취업자가 전국에서 가장 낮은 100명 중 28.9명(전국 평균 37.2명)에 불과했다. 반면 전남은 59.2명, 충남 55.7명, 충북 45.4명이었다. 또 전북은 100명 중 49.6명이 취업을 못해 두 번째로 일자리가 많이 부족했다.

 

전북도민들은 꼴찌에 하도 이골이 나서 무감각하다. 그렇지만 은근히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전북이 가장 못 사는 동네로 전락한 이유는 뭘까. 왜 일자리가 없는 걸까.

 

그것은 전북을 이끌어 온 리더들이 무능하고 제 역할을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노무현을 제외한 역대 정권이 수도권과 경부축 중심의 불균형 성장전략을 펴온 데 더 근본적인 원인이 있긴 하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다른 자치단체들은 나름대로 도지사와 국회의원들이 나서 지역발전을 선도해 왔다. 그에 비해 전북의 리더들은 지역발전 전략도 짜지 못했고 중앙정부를 요리할 배짱도 없었다. 그런데도 요즘 내년 4월 13일 제20대 총선을 겨냥해 올드 보이들이 다시 나설 것이라고 한다. 유종근 김완주 정동영 장영달 등이 그들이다. 이들이 누구인가. 유종근과 김완주는 각각 7년과 8년, 모두 15년 동안 전북도정을 이끌었다. 특히 유종근은 금품수수로 도민들의 얼굴에 먹칠을 했다. 정동영은 전북의 유일한 여당 대권후보로 한때 전북의 빛나는 별이었다. 장영달은 전주에서 내리 4선 고지에 올랐다. 그들에게 공(功)도 없지 않으나 전북 낙후의 책임 또한 없지 않다. 아니, 가장 크다 할 것이다.

 

제 역할 못하고 있는 전북 정치인들

 

그런데도 총선에 나서려는 것은 염치(廉恥)없는 일이다. 얼굴에 철판을 깐 것과 같다. 여기서 염(廉)은 청렴결백, 치(恥)는 부끄러움을 안다는 뜻이다. 관포지교 고사로 유명한 관자(管子)는 예의염치(禮義廉恥)를 국가의 4가지 기둥(維)으로 꼽았다. 이것이 없으면 나라가 멸망한다고 했다. 순자(荀子)는 염치없는 사람이 나서는 것을 ‘개나 돼지의 용기’에 비유했다. 문제는 이들이 컴백을 생각할 수 있는 전북정치권의 형편이다. 한 마디로 현재의 전북 정치인들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국회의원 11명의 존재감이 미미하다. 특히 3선 의원들은 선수(選數)에 값하지 못하고 있다.

 

온 나라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의 공포에 뒤덮여 있어도 10개월 후로 다가 온 총선시계는 째깍째깍 돌아가고 있다. 올드 보이들은 염치를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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