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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강아지와 금붕어에서 배우는 지방자치

'마누라·자식빼고 바꿔야' 삼성그룹 경영 이념처럼 무주군도 변화·혁신 주도

▲ 황정수 무주군수
올해로써 지방자치제 시행 20주년을 맞았다. 현 시점에서 지방자치제에 대한 긍정과 부정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지만 잘 살기 위한 ‘경쟁의 시대’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경로 의존성’이라는 개념이 있다. 이 개념은 한 번 일정한 경로에 의존하게 되면 나중에 그 경로가 비효율적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그 경로를 벗어나지 못하는 사고의 습관을 가르키는 말이다.

 

150여 년 전 실제 금이나 은으로 화폐를 발행하여 유통시키던 금은본위제 시절에 사람들은 금화나 은화의 옆면을 미세하게 깎아서 빼돌렸다고 한다.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 동전 옆면에 빗금을 쳤는데 금화나 은화가 사라진 지금은 동전에 빗금을 칠 필요가 없는데도 지금도 세계 각국에서 옆면에 빗금을 친 동전을 발행하고 있는 것만 봐도 경로를 벗어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왜 그럴까?

 

사람 두뇌의 질량은 몸 전체의 2%에 불과하지만, 가장 편안한 자세를 취하고 있을 때에도 뇌는 우리 신체 에너지의 20%를 소모한다. 그렇기 때문에 몸 자체에서 뇌의 칼로리 소모량을 줄이기 위해 변화를 거부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아마도 국가나 기업이나 행정의 구조 자체가 변화나 혁신을 생산하도록 설계된 것이 아니라 같은 일을 똑같이 반복하도록 업무 시스템 자체가 설계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경로 의존성에서 과감히 벗어난 물고기가 있다. 바로 금붕어인데 아무 생각 없이 어항 속에서 이리저리 노닐고 있을 것만 같은 금붕어도 생존을 위해 남다른 노력을 한다고 한다. 대형 수족관에 금붕어를 풀어 놓고 경로를 연구한 학자들에 따르면 금붕어는 다른 금붕어가 지나간 길은 절대 따라가지 않을뿐더러 자신이 지나간 길도 50만 번에 한 번 꼴로 다시 간다는 것이 밝혀졌다.

 

IQ가 0.3에 불과하다는 금붕어도 다른 길에 먹이가 더 있고 새로운 길을 가야 새로운 먹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금붕어와는 다른 습성을 가진 곤충도 있다. 지금은 흔하지 않지만 옛날 시골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던 ‘땅강아지’라는 곤충은 통에 물을 붓고 한쪽 끝에 놓아두면 처음에는 활발하게 헤엄쳐 나가다 끈기가 없어 물통 중간쯤에서 포기하고 되돌아오는 특이한 버릇이 있다.

 

그러다 보니 아무런 성과도 없고 헛심만 쓰고 마는 것이다. 변화와 혁신의 물결이 도도히 밀려오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도 이제 성인이 된 만큼 날지 못해 멸종된 ‘도도새’가 돼서는 안 되고 끊임없이 진화해야 한다. 세상만사를 발전적 관점에서 보면 완벽하다거나 가장 좋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더 좋은 것과 개선과 발전, 변화와 혁신의 여지는 하늘만큼 땅만큼 많다. 그렇다면 어떻게 변화와 혁신을 생산할 것인가 ? 그 답은 막연한 강조와 지시가 아닌 제도와 시스템에 달려있다 해도 무방할 것이다.

 

쌀 톨 만한 ‘반딧불이’를 황소만 한 가치로 키워내고 지역의 진주로 만들어 낸 무주군이 이번에는 땅강아지를 닮지 말고 금붕어를 닮아 변화와 혁신을 이루자는 ‘땅강아지와 금붕어’(일명 골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시행 5개월 만에 31억 원의 예산 절감 효과와 700건의 변화를 이끌어내 앞으로의 결과에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전 직원의 예외 없는 참여를 바탕으로 금년부터 각 부서에서 시행하는 모든 사업이나 업무에 대해 계획 수립 단계에서 부터 일하는 방식이나 프로세스를 개선해 예산을 절감하거나 단 1%라도 지난 해 보다 나아진 점, 발전시킨 점, 개선한 점, 차별화 시킨 점을 계획서에 나타내어 실행토록 하고 있다.

 

당연한 것으로 생각되는 것들을 한번 씩은 의심하고 부인해 보는 것도 지방자치단체가 고루한 상식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지 않는 비결일 것이다. “마누라와 자식을 빼고는 다 바꾸라”는 삼성그룹의 경영 이념처럼 무주군이 자치단체의 삼성을 꿈꾸며 변화와 혁신의 생산 공장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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