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교육청의 한 장학사가 고백한 근무행태와 관료주의화된 조직의 폐해는 너무 심각한 것처럼 보인다. 복지부동에다 업무 떠넘기기, 사무 분장도 아닌 일처리를 해야 하는 등 조직문화가 형해화돼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전북도교육청 본청과 직속기관, 교육지원청 장학사(교육연구사) 등 1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그제 열린 전문직 포럼에서 최규설 장학사는 조직문화와 장학사가 안고 있는 고민을 고백했다.
그에 따르면 장학사들은 자신의 업무가 언론이나 의원들, 학부모와 학생, 교사들의 입줄에 오르내리거나 눈에 띄는 것을 꺼리는 등 폐쇄적이라는 것이다.
또 학교는 다양한 변화와 여러 정책적 시도를 하기 마련이고 이런 때 학교에서 도움을 요청하면 교육청 장학사는 ‘학교재량’이라는 허울 좋은 답변으로 일관하기 일쑤라는 것이다.
요컨대 학교를 이해하고 지원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자기비판이다. 이른바 복지부동의 근무태도라고 할 수 있다.
업무 핑퐁과 떠넘기기의 심각성에 대해서도 질타했다. 과(課) 서무가 주는 공문이나 자료를 한번 받으면 사무분장이 바뀌거나 자리를 이동하기 전까지는 접수한 장학사가 담당해야 하기 때문에 일단 강경하게 거부하고 본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교육청 내부에 불필요한 칸막이만 쌓이게 되고 이는 결국 과별 조직의 성을 견고하게 구축하는 것으로 이어져 소통의 통로를 제한하고 외부와 차단되는 구조로 변한다는 것이다.
교육청 내부 근무 분위기가 이런 상황이라면 참으로 실망스럽다. 경직된 조직 속에서 기계 부속품처럼 틀에 맞춰 근무할 수 밖에 없고 혁신과 쇄신, 창조적인 성과는 기대난망일 것이다.
장학사나 장학관은 교육목표와 내용, 학습지도법 등 교육에 관한 모든 조건과 영역에 걸쳐 교육현장을 지도하고 조언하는 전문직 공무원이다. 창의성 발현과 전문 영역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진행될 수 있도록 근무 여건이 갖춰져야 한다.
최 장학사의 자기비판은 존중돼야 한다. 그리고 관료주의화된 조직과 잡다한 일에 얽매여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없는 근무 분위기는 하루 빨리 일신돼야 마땅하다.
전북도교육청은 개인 의견으로 치부하지 말고 근무여건 쇄신방안을 마련하길 바란다. 구성원들도 관료주의 문화를 걷어내고 현장의 여러 과제들이 개선될 수 있도록 자기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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