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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퇴임식을 보며

인간의 능력 감퇴·소멸은 개개인에 따라 천차만별 / 인위적 정년·은퇴 아쉬워

▲ 객원논설위원

대학교수 두 분의 정년퇴임식에 다녀왔다. 전북대 영문과 전병만 교수와 체육교육과 고영호 교수의 퇴임식이다. 평소 친분이 있는데다 나 자신도 정년을 앞둔 시점이어서 발길이 절로 옮겨졌다. 두 분은 학문 뿐 아니라 사회활동을 꽤 활발히 해서인지 퇴임식장은 성황을 이루었다.

 

먼저 지난 20일 전주 르윈호텔에서 열렸던 전 교수 퇴임식.

 

전 교수 퇴임식은 한국영어교육학회 정기학술대회를 방불케 했다. 역대 회장과 임원 등 영어교육 관련 교수들이 서울에서 제주까지 전국에서 모였다. 또 중국 대학에 자리 잡은 제자들도 함께했다.

 

그리고 에베레스트 원정대장 출신답게 한국산악연맹 등 산 사나이들도 눈에 띄었다. 영어 출판사에서 프로그램을 주관한 탓인지 초등학생들의 잉글리시 콘서트도 이채로웠다. 재미있는 일화도 알게 됐다. 1994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영어듣기평가가 처음 시작될 때 일이다. 당시 수능 출제위원장인 김임득 명예교수(한양대)에 따르면 현재 시행 중인 ‘영어듣기평가시 대한민국 상공의 모든 항공기의 이착륙 금지’ 가 그 때 출제위원 중 한 사람이었던 전 교수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비행기 이착륙으로 인해 수험생 중 일부가 불이익을 받는 것을 우려해 전 교수가 제안했는데 처음에는 교육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청와대에 건의하게 되었고 이것이 채택돼 오늘날까지 시행되고 있다는 얘기다.

 

다음으로 지난 27일 아름다운컨벤션웨딩에서 열린 고 교수 퇴임식. 고 교수 퇴임식은 체육계 인사들이 주류를 이뤘다. 오랫동안 체육학계에 몸담았고 한국올림픽위원회(KOC) 위원 등을 역임한 덕이다.

 

이날 퇴임식에는 1990년대 중반 전북대에서 전국 대학생 5만여 명이 모인 한총련대회 당시 총학생회장이던 김진옥 전주 시의원의 인사말에 이어, 일본에서 무역회사를 운영하는 딸이 가족대표로 애틋한 편지를 낭독해 눈길을 끌었다. 이 자리에서 장명수 전 총장(전북대·우석대)은 축사를 통해 특유의 재담과 해박한 향토지식을 바탕으로 덕담을 건넸다.

 

장 총장은 “ ‘정년퇴임’ 중 ‘정년’은 인정하나 ‘퇴임’은 인정할 수 없다”며“ ‘퇴임’이 아니라 ‘창생(創生)’”이라고 격려했다. 곧 인생2막을 새롭게 출발하라는 것이다. 고 교수는 신효근 치대교수 등 고교 동창을 소개하며 “밥(술 포함)을 같이 먹어야 친구”라는 의리의 사나이다운 지론도 폈다.

 

이들은 평생 대학에 몸담아서인지 제자들이 주축이 돼 행사를 준비했다. 특히 박사학위를 지도한 제자들에 뜨거운 애정을 표했다. 예전의 논문 봉정식 대신 에세이와 강의 모음을 책으로 펴냈다. 지인 82명이 공동저자인 「더불어 함께 가는 길(사람·학문·산)」과 「운동으로 젊어지는 뇌」 등이다.

 

이들은 행복한 사람이다. 또 이 지역의 한 역사를 기록한 사람들이다. 재임 중 총장과 교육감에 뜻을 두었다 접어야 하는 아픔도 없지 않았으나 이를 슬기롭게 이겨냈다.

 

우리나라 직장인의 평균 퇴직 연령은 53세다. 정년까지 무사히 마치는 경우가 10명 중 1명에 불과하다. 정부가 2016년부터(300인 이하는 2017년) 모든 사업장의 정년을 60세로 의무화했지만 이로 인해 임금피크제 등 노동개혁이 논란이다.

 

그에 비해 대학교수의 65세 정년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그러나 요즘은 대학교수도 고령화에 시달리고 있다. 신임교수의 평균나이가 40세를 넘었다.

 

사실 ‘정년’이나 ‘은퇴’는 생물학이나 심리학적 측면에서 보면 온당치 않은 개념이다. 일할 능력이 있는 인간에게 인위적으로 “이 나이까지만 일하라”는 것은 폭력이다. 인간 능력의 감퇴나 소멸은 개인에 따라 천차만별이 아닌가.

 

우리나라는 지금 청년실업이 심각하다. 영혼을 팔아서라도 취업하겠다고 아우성이다. 청춘도 아프고 노인도 아프다. 정년퇴임을 축하하며 웬 궁상스런 생각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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