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랑스는 문화정책의 일환으로 국가차원에서 세계 여러 나라와의 수교기념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 몇 년간 중국, 일본, 베트남, 싱가포르 등의 아시아 국가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여러 나라의 공연예술, 문학, 영화, 미술, 공예 등 다양한 문화예술을 자국에 선보였다. 현재 크로아티아를 비롯한 여러 나라와의 교류도 준비하고 있다.
한국과 프랑스는 올해 수교 130주년을 맞았다. 한불상호교류의해 한국조직위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9월부터 내년 12월까지 약 120개의 행사가 양국에서 진행된다. 여기에는 다양한 전통예술공연도 포함된다. 올해 ‘파리가을축제’에는 안숙선 명창이 주축이 된 판소리 ‘수궁가’ 입체창과 김금화 만신의 서해안 풍어제(중요무형문화재 82호)가 포함됐다. ‘상상축제’에는 김덕수 명인이 주축이 된 ‘2015 파리 난장’과 프랑스에 산조와 시나위를 알린 이재화, 박현숙, 김영길, 안성우, 유경화, 나영선, 조영제 명인 등의 ‘산조&시나위 앙코르’ 공연이 무대에 오른다. 또 김백봉 명무로부터 최승희 무용을 전수받은 양성옥 명무의 독무가 70여년 만에 파리의 레비스트로스 극장에서 공연된다. 이어 쉘부르 지역 등으로 지방도시 투어를 진행한다.
‘2015-2016 한불상호교류의해’를 기념해 진행되는 다양한 프로그램의 서막을 열게된 공식개막작은 ‘종묘제례악’이다. 국립국악원 정악단, 무용단의 85명으로 이루어진 대규모 공연단은 종묘제례악의 음악과 일무(佾舞)제례까지 모두 갖춰 6세기만에 첫 해외무대를 준비했다. 또 ‘종묘제례악’은 프랑스 국립샤이오극장 2015-2016 시즌 개막작으로 선정돼 공연의 의미를 더했다. 더불어 한국무용을 세계에 처음 알린 최승희 명무의 프랑스 고별공연이었던 ‘Farewell’이 1939년 6월 15일 국립샤이오극장의 무대에 오른 후 우리의 공연이 프랑스 무대에 본격적으로 오르는 첫 무대이기도 하다.
종묘제례악은 중요무형문화재 제1호이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동시에 ‘종묘’에서 연행된 매우 중요한 공연예술이다. 조선시대 통치이념인 유교의 예악사상을 담아내는 동시에 향악과 접목시킨 악기 배치와 음계의 재정립을 이뤄냈다. 또한 작곡과 작사에 맞춘 일무를 제례와 접목시킨 완성된 예술 형식으로 전승돼왔다. 음악적인 측면에서도 이전의 궁중음악과는 구별된 독립된 형식이며 당시의 역사적 상황 속에서 피어난 민족주의 음악의 시작으로도 볼 수 있다.
서양의 민족주의가 19세기 이후에야 작곡으로 변별성을 갖게 된 것에 비하면 ‘종묘제례악’은 이에 비해 몇 세기나 앞선 것이다. 이 외에도 오늘날까지 궁중음악의 정수로서 연주를 이어오며 민간 음악의 발전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전통예술의 원형으로는 가장 장엄한 형식미를 지녔다.
이번 프랑스 공연에는 국립샤이오극장의 특성과 무대형태에 맞춘 일무가 전면에 서며, 박동우 무대디자이너의 종묘를 형상화한 작품과 이상봉 조명디자이너가 참여해 기존공연과 차별성을 갖는다. 피나 바우쉬의 사진작가로 알려진 우종덕 작가는 종묘의 사계절을 1년간 타임랩스로 촬영한 영상을 오프닝으로 준비했다. 서예의 대가인 열암 송정희 선생은 강렬한 캘리그라피를 남겼다.
유례없이 대규모로 진행되는 이번 종묘제례악 공연이 프랑스와 유럽 문화예술계에 깊은 인상을 남기며 우리 궁중 예술의 정수가 제대로 소개되는 기회로 작용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미 모든 티켓이 매진됐다는 소식이다.
※ 이 칼럼은 전주세계소리축제(2015.10.7~10.11)와 공동 연재하고 있으며 소리축제 공식블로그 ‘소리타래(http://blog.sorifestival.com)’의 ‘음반프로듀서 김선국의 새로운 도전’을 통해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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